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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Feb 06. 2018

같은 하늘 아래 -81-

누군가 다녀 가셨나
된서리에 잎새가 하얗게 질렸다
바람이 앉은자리인가
하늘처럼 하얗게 시리기만 하여
시선 둘 곳 없어 바라 본 산은
이네 병색이 돌고
나 역시 열꽃으로 열병을 앓고 있다
같은 하늘을 부여잡고서



아주 어래 전 어느 날

위병소에서부터 싸리비를 들고 내리는 눈을 쓸고 길게 숨을 몰아쉬고 돌아보면 지나온 자리에 다시 소복하게 눈이 쌓여 있길 반복하며 가슴속을 저렇게 하얗게 덮어야지를 다짐했었다.

눈이 시리도록 차가운 강원도의 바람은 살을 찢어버릴 기새로 달려들었고, 피하려 하지 않으며 서 있었던 것이 나처럼 저 나무도 견디려는 것이 있나 보다 하였다.


전역을 하는 날에도 눈이 내렸다.

잘 가라는 인사를 하면서도 그들의 손에는 싸리비가 들려있었고 위병소로 향하는 길은 여전히 하얗게 덮여있었다.

마지막이기에 아픔을 여기다 두고 가면 저 눈이 덮어주고 내 후임병들이 그 아픔을 쓸어 버리겠지 하였다.

그렇게 긴 터널을 지나오듯, 묵은 감기를 떨쳐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듯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모습에 가끔 놀라곤 하였다.

오래전 어느 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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