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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an 07. 2018

같은 하늘 아래 -80-

가을이라 밝은 달 
높은 하늘 막고 섰는데 
서글픈 바람 무정하기만 하다 

귀뚜라미 목청껏 노래하고 
같은 하늘 아래 가질 수 없는 마음 
빈 방 겨울 옷을 입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나와 같이 걷는 달아 
밤인들 어떠리 낮인들 어떠리 

하늘은 같은 하늘인데 
배회하며 따라 걷는 달아 
저 하늘에서도 누군가 따라 걸을까...


눈 내리는 어느 날에도 가을을 떠 올리는 것은 그해 가을이 아팠기 때문이다.

시리도록 아린 바람이 부는데도 봄이 떠 오르는 것은 그해 봄이 아름다워서이다.

지나간 것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잃게 되는데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 역시 

미련이 아닌 소중함이라는 것을 무의식이 인지를 하기 때문이 아닐까.

다가오는 것과 현제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지난 것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아마도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 밤 무심코 라디오를 켜고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숨소리 조차 방해를 받을까 한줄기 빛 또한 방해를 받을까 이불을 뒤집어쓰고 들었던 그 시절의 라디오 방송은 아니더라도 느낌은 그대로인 것이 아마도 떨림이 아직도 존재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차디찬 바람이 불어 입에선 입김이 하얀 연기를 닮아가는데도 환청처럼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것 역시...

그것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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