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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Feb 04. 2022

같은 하늘 아래 -88-

밤이면 비가 내린다
아마도 내게만 그런 것 같다.
바람은 또 어찌나 험악한지
마치 술 먹은 다음날처럼
나는 진한 술기운에 잠들지 못하고 있다
문발을 걷어야 할까?
시선 둔 그곳 정원에는
어떤 꽃이 필 건지 모르겠다
다만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저 하늘이 알려주고 있다는 것뿐


비 오는 것을 좋아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그것이 멋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우산이 없으면 불편해져 버린 날이 온 것이다.

"왜 우산을 안 가지고 다녀?"

"누가 알아 예쁜 여학생이 우산 씌워줄지 하하하"

그때는 그랬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어느 여름날에 속옷까지 젖었는데도 터벅터벅 걸어서 어딘가에 도착을 하고

빗속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풍경에서 찾지 못 한 무언가 때문에 두리번거리다 돌아서 걸었던 기억이 있다.

살아오면서 가장 지독한 감기를 앓았던 것도 그즈음이었을 것이다.

그 후로 비를 싫어하게 된, 아니 아무것도 없이 걷던 손에 우산이 들려 있었고 우산 끝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지만 여전히 비를 좋아한다.

한쪽 어깨가 다 젖어도 모르던 그 시절과 다르게 온전하게 뽀송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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