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나에게 생긴 일
퇴사 후 5개월이 흘렀다. 스스로 정해둔 프리워커 실험 기간이 막을 내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계속 프리워커로 살아볼 예정이다. 한동안은 회사로 돌아가려고 했다. 내가 프리워커로 스스로 정해둔 수익 기준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프리워커들과 나를 비교했다. 남들은 저렇게 빨리 달리고 있는데 나만 뒤처진 것 같아 불안했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세상은 회사 밖 다양한 실험을 하는 내 이야기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평소 멋지다고 생각한 분들과 같은 매거진에 나란히 실리기도 하고, 협업해 보고 싶었던 분들에게 협업 요청을 받기도 했다.
포기하려는 순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했다. 내게 필요했던 건 그저 나에 대한 확신이었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속도가 있고, 나는 나만의 속도로 꾸준히 잘 나아가고 있다. 퇴사 후 5개월밖에 안 됐는데 뭐가 그리 조급했던 걸까?
5개월을 돌아보면 나는 일과 삶의 모양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했다. 값진 경험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기록해 보려 한다.
여행보다는 해외에서의 삶을 실험해 보고 싶었다. 회사 다닐 때도 리모트로 일하며 최장 2주를 해외에서 지냈지만, 그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호텔이 아닌 홈스테이에 머물렀고, 여행하며 일했다.
발리에서의 삶은 하루하루가 감사함으로 가득했다. 아침에는 요가와 명상을 했고, 오후에는 코워킹이나 카페로 출근했다. 그리고 밤에는 이 과정을 콘텐츠로 기록했다. 길리섬의 어느 카페에서 미팅하는 도중 이런 말을 들었다. "우와 지혜님 길리인가요? 여행하며 일하는 삶 너무 부러운걸요!" 나 또한 이런 삶을 누리고 있는 그 순간이 한없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새로운 곳에서 삶의 경험은 내 세계를 넓혀준다. 나는 인도네시아가 섬마다 다른 종교, 인종,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 그들의 문화와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졌다. 단순히 여행이 아닌 '삶'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여행하면서도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것이 프리워커로 자립해야 하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다양한 곳에서 노마드 워커로 일하며 익힌 감각을 공간이나 워케이션 프로그램으로 풀어보고 싶다.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내 이야기를 많은 이들에게 전할 수 있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아 영감을 주고 행동을 끌어냈다는 사실이다.
어떤 분은 나로 인해 용기를 얻어 새로운 도전을 했고, 그 도전 과정을 들려주시기도 했다. 또 어떤 분은 나의 이야기를 듣고 일의 환경을 바꿔보기로 하고, 인생 첫 워케이션을 신청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까운 지인에게 이번 분기에 가장 고마운 사람이 나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감흥이 컸다. 퇴사 후 불안한 시기에 내가 이것저것 도전하는 것을 보고 동기부여가 되었고, 본인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나의 작은 시도와 도전이 누군가에게는 큰 동기부여로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기뻤다. 앞으로 이런 선한 영향력을 더 많은 이들에게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강연, 워크숍, 모임 등을 더 활발히 열어볼 예정이다.
비슷한 워크라이프를 가진 사람들이 내게 모이고 있다. 회사 밖 첫 동료는 소은님과 킴제이님. 우리는 그저 서로의 활동을 인스타로 지켜보던 사이였다. 어느 날 소은님이 나를 인터뷰하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
다양한 프리워커를 만나고 싶은데 그냥 만나자고 하기보다는 본인이 줄 수 있는 것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인터뷰'인 것이다. 나는 소은님의 이런 생각과 태도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대화가 너무 잘 통해 첫 만남에 5시간 정도 이야기했다.
킴제이님과 인연은 킴제이님이 올린 마케터 구인 공고 글에 내가 포트폴리오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포트폴리오에 담긴 나의 프로젝트 이력을 보고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셨다고 한다. 어느 날 킴제이님은 노마드 워커로서 서로의 고민을 나눠보자며, 비슷한 사람이 한 명 더 있는데 불러도 되겠냐고 했다.
킴제이님 "우리랑 비슷한 사람이 한 명 있는데, 얼마 전 발리 한 달 살기 다녀왔고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나 "엇 혹시 그분 소은님 아니에요!?"
킴제이님 "엇 어떻게 아셨어요???"
그렇게 우리 셋은 줌으로 모였고, 작당 모의를 시작했다. 강연을 해보고 싶었던 나는 강연 경험이 있는 두 분께 먼저 손을 내밀었다. 두 분은 '오브콜스! 와이낫'을 외쳤고 그렇게 첫 강연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두 분 외에도 다양한 프리워커 분들과 접점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한 점은 이분들이 나의 강점을 자꾸 밖으로 끌어내 주신다. 내가 몰랐던, 혹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의 경험과 강점을 잘 꺼내어 정돈된 언어로 표현해 주신다. 그 지점에서 내가 나아갈 방향이 뾰족해지고 있다.
감사한 분들이 많이 떠오르지만, 그중에서도 킴제이님/해리님께는 정말 컨설팅 비용을 드려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 타인의 강점을 잘 알고, 그것을 마음을 다해 이야기해 주시고, 또 어떠한 협업 포인트로 이끌어 주셨다.
그분들이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이유는 내가 그러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지점에서 2차 감동. 더욱 빛나는 사람이 되어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가치를 전해주고 싶다.
'일놀놀일', '덕업일치' 요즘 내게 이러한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아직 수입은 크지 않지만, 즐겁게 일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요즘 주 수입원은 '여행 콘텐츠'다. 내 여행기를 플랫폼에 기고하기도 하고, 외주로 여행 브랜드의 콘텐츠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리고 크리에이터로서 공간 브랜드와 협업하는 일도 있다.
위에 나열한 일들은 회사 다닐 때도 오랜 기간 해온 일들이다. 즉 익숙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도전적인 일을 하나 추가했다. 자체 워케이션 상품을 런칭했다. 하나의 실험이자 도전이었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 일도 꾸준히 가져가 볼 예정이다. 워케이션만 약 20번 다녀온 나의 감각을 녹여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워케이션을 진행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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