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 : 240701-240707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성격일까. 사실 그 판단은 살면서 계속 변하고 있다. 세상이 그저 궁금한 것 투성일 때도 있었다. 어학연수 학원비 몇 달분을 슈킹한 뒤 남미여행을 감행했던 사기극은 아직도 부모님에게 비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잘 떠나지 않게 된 건 돈 벌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자꾸 효율의 잣대를 가져다 댔다. 사서 고생이라는 표현을 일부러 입에 달았다. 이 생각들은 최근 또다시 바뀌게 된다. 지금은 기회만 되면 어떻게든 여행을 가고 싶다. 아이 때문일까. 그렇지만도 않다. 아기는 태어난 지 아직 18개월 차다. 아이에게는 오히려 고초일 수도 있다.
요즘 귀국 비행기에 오를 때마다 두근거린다. 고단하게 잠든 아이 덕에 실컷 멍을 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도 못 보니 금상첨화다. 이 좋은걸 왜 그동안 주저했을까 생각해 보기로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행은 나에게 부담스러운 이벤트였다. 돈이나 시간 때문만은 분명 아니었다. 무언가 불안했다. 아마도 일상과 루틴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 같다. 간신히 잡아놓은 규칙적인 움직임을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았다. 육아를 하면서 더 심해졌다. 아이의 습관이 형성되는 이 시기의 여행은 인디아나 존스에 준했다. 그럼에도 올해는 일단 떠나고 본다. 삶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있는 문장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인생, 계획대로만 되지는 않는다.' 곱씹어볼수록 이 말은 염세적 푸념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태도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 누구에게나 무슨 일이든 언제고 벌어질 수 있는 것이 삶이지만, 우리는 작정한 대로만 흘러가길 바란다. 그렇기에 예상 밖의 일을 견디기 힘들다. 의연해야만 살 수 있다. 사건들이 나를 자연스럽게 관통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이 여행이다. 황당한 일을 겪는 것도, 회복하는 것도 쉽기 때문이다. 올해도 비행기를 타는 횟수만큼 루틴을 깨보고 있다.
말이 좋아 습관이고 리츄얼이지 사실 강박적인 행동이 대다수다. 화면에 떠도 보지 않는 아이폰 미리알림이 쌓일 때, 다 하지도 못할 투-두 리스트가 코스트코 영수증처럼 길어질 때 떠나야 한다고 느껴진다. 모래알 같은 욕심을 꽉 쥐고 있는 주먹을 억지로라도 펴기 위해 여행을 간다. 일상을 계속 부수어내도 끝까지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 그 뼈대에 다시 일상이라는 살을 붙인다. 그리고 또 깨부순다. 그렇게 나와 우리 가족이 정말 좋아하는 취향을 발굴한다. 어쩌면 인생은 이런 과정 자체일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명사인 줄 알았는데 동사였다.
아이가 어리기에 지금의 여행을 명확히 기억하지 못할 것임을 안다. 그래도 괜찮다. 오히려 희미하게 남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종일 붙어있으며 겪어낸 하루의 느낌이 형용사나 부사 같으면 좋겠다. 당황스러웠던 일들은 우리 가족만의 에피소드가 되어 뜻 모를 유행어처럼 반복되면 즐거울 것 같다. 아이가 자라서 바다를 보거나 산에 올랐을 때 든든하고 익숙한 감정이 감탄사에 묻어나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명사로 단정 짓기에는 세상에는 주워 담을 단어가 많음을 아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240701(월) : 오키나와 여행 5일차, 엄마아빠와 아침 산책을 하고 또 수영을 했다. 테판야끼를 점심으로 야무지게 먹고 귀국했다. 인천공항에선 저녁으로 쌀국수를 먹었다.
240702(화) : 어린이집을 오랜만에 등원했다. 비가와서 엄마가 차로 데려다줬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났다. 하원을 하고선 엄마와 아빠랑 함께 까루나 포틀럭 방문했다. 친절한 언니(6세)를 만나 재미있게 놀았다.
240703(수) : 신나게 안녕하면서 등원했다. 잠깐 눈물 보였지만 잘 놀다가 하원해서는 엄마아빠와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았다. 이제 혼자 시소에 오를 수 있다.
240704(목) : 엄마와 같이 하원을 해서 신났다. 저녁에 엄마가 약속이 있어 아빠와 잤다.
240705(금) : 오늘은 저녁에 감기기운이 있어서 잠을 설쳤다.
240706(토) : 아침에 전주 할아버지, 할머니가 찾아와서 신나게 놀았다. 영양센타에 가서 같이 삼계탕도 먹었다. 저녁엔 아빠와 택시를 타고 혜림 이모네집에 있는 엄마에게 갔다. 귀여움을 많이 받으며 재미있게 놀았다.
240707(일) : 오후에 엄마와 IFC몰에 갔다. 시험을 마치고 온 아빠와 만나서 샤브샤브를 먹고 집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