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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 연길 Aug 28. 2024

육아휴직 22주 차 : 엄친아는 죄가 없다

아빠 육아 : 240624-240630



 육아를 하다 보면 인간관계가 좁아진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아무래도 멀어지는 사이가 생긴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어쩔 수 없다. 서로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 김에 필터가 하나 더 생긴다. 육아관이 맞아야 지속적 만남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관계가 재편된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출산선물을 주고받다가, 아니면 지나가는 말로 아이의 성별을 묻다가 옷을 물려주다가 급속도로 친해지는 사이도 생긴다. 원래는 친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전혀 몰랐던 사람들과 육아를 매개로 친분이 맺어지기도 한다.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아이가 조용해질 때가 있다. 십중팔구 그녀가 다른 아이의 간식 먹는 장면을 빤히 지켜보고 있을 때다. 머쓱하게 얻어먹다가 처음 본 부모들과 친해진 경험이 있다. 적극적으로 공동육아 기회도 만들어 보고 있다. 당근마켓 커뮤니티에서 호랑이띠를 낳은 동네분들을 모았는데 꽤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됐다. 나처럼 육아일기를 쓰는 온라인 모임에도 가입할 예정이다. 플랫폼이 많아진 세상이다. 


 외동 비율이 많아지는 사회가 낳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실제로 효과도 좋다. 비슷한 또래들과 즐겁게 노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왠지 다행스럽다. 늙은 애비는 그 친구들이 고맙기까지 하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상대 부모들에게도 감사하다. 한 명이 한 아이를 보는 것보다 두 명이 두 아이를 케어할 때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씨씨티비의 커버범위가 넓어지는 효과를 가진다. 육아의 몰입 뿐만 아니라 휴식도 돌아가며 가능하다. 잠깐씩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점도 감동적이다. 긴 수다가 아니어서 더 좋다. 속된 말로, 대화에서 마가 떠도 용인된다.


 낯가림에 재능이 있는 내가 정말 이렇게 생각하게 될 줄 몰랐지만, 그들이 편하다. 개인적으로 교집합이 없었던 분들과의 만남인데도 오히려 즐겁다. 현재의 인생관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육아에 대한 생각이기에 그런 것일까. 그러기엔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대화도 통하고 취향도 맞는다. 짧은 대화 속에서 깊은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비교하거나 시샘하는 마음도 안 생긴다. 신기하다고 생각 중이라 흥미롭게 보고 있는 관계다. 아마도 심적으로 연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종의 전우애다.


 학부형 모임. 이 단어, 약간 딱딱하다. 스카이 캐슬과 치맛바람이 떠오른다. 그렇지만은 않다. 누군가 만들어낸 이미지 속에 가려진 따뜻한 성정을 경험한 적이 많다. 지역 구의회가 개최한 교육토론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사회에 이타적인 마음으로 접근하는 발언들을 듣고 내 선입견을 반성했다. 매주 참석하는 반찬 포틀럭 파티의 멤버 분들도 서로의 아이들과 오랫동안 엮인 관계다. 십 수년이 지났어도 감사와 존중을 잃지 않는 사이로 보여 늘 감복한다. 엄마 친구 아들이라는 말은 언제부터 불편해졌을까. 나는 딸 친구의 엄마, 아빠들이 좋기만 하던데. 공동 육아 하실 전우들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생각이다. 연락은 항시 환영한다. 우리 만납시다.







240624(월) : 프로펠러 모자에 반스를 신고 힙한 발걸음으로 등원했다. 걷기 시작하니 신기한 것들이 많이 보인다. 하원을 하고선 유모차를 타고 홍제천에서 왜가리를 구경했다.

240625(화) : 등원하며 걸어가다가 넘어져서 무릎을 다쳤다. 아야 소리가 계속 나왔다. 아빠는 또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 선생님이 약을 발라주시고 반창고를 붙여주셨다. 무릎보호대를 챙겨 온 아빠와 하원을 하고 까루나에 갔다가 놀이터에서 놀았다.

240626(수) : 하원을 하고 엄마 퇴사기념 김포공항 롯데몰을 방문해서 예나언니와 놀았다. 쌈밥집에서 모두 맛있게 식사를 했다. 

240627(목) : 오키나와 여행 첫날, 인천공항으로 갔다. 저녁에 도착해서 돈가스집에도 가보고 왼쪽 찻길로 가는 차도 타봤다. 

240628(금) : 츄라유미 수족관에 갔다. 정말 너무 더웠다. 해변카페에 가서는 잠만 잤다. 저녁엔 바비큐도 구워 먹었다. 여러 가족이 가는 여행이라 기분이 들뜨고 좋았다.

240629(토) : 오키나와 셋째 날, 아침에 카페를 갔다가 아빠가 추천하는 식당에 모두 갔다. 다들 좋아해서 아빠가 특히 흐뭇해 보였다. 낮에는 해변에서 다 같이 놀았다. 모래 놀이도 물놀이도 즐거웠다.

240630(일) : 오전에 짐을 싸는 것을 도왔다.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고 다른 가족들을 배웅했다. 우리는 국제거리로 와서 놀았다. 숙소 수영장에서 신나게 놀고 저녁엔 샤부샤부를 먹었다.





다 같이 놀러가서 왁자지껄했던 즐거움이 마음 속에 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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