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 : 240708-240714
아내의 이직 브레이크 기간이다. 심심했던 나는 신났다. 우리 부부는 정말 오랜만에 데이타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성수동, 망원동, 후암동, 그러니까 출소의 심정으로 핫플을 다니며 점심을 먹는다. 웃긴 건 어색하다는 사실이다. 좋은 공기를 마시고선 코피가 마려운 상황과 유사하다. 더 재밌는 건 그동안 싸울 시간도 없었던 사람들처럼 밀린 언쟁도 곁들인다. 그동안 대화가 많이 줄었음을 체감하는 중이다.
오늘은 성수동에서 점심으로 고기를 구워 먹었다. 숯불의 온기가 오랜만이었다. 아이폰 진동이 울렸다. 몇 년 전 오늘을 보여준다는 알람 메시지였다. 우리가 오늘처럼 여기저기 걸어 다니다 맛집을 발견한 날이었다. 앞치마를 두르고 수저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내 사진이 떴다. 피사체는 그녀였지만 어쩐지 내 얼굴이 기억났다. 분명 나는 아내를 무척이나 귀여워하고 있었다. 사진에서 그 마음이 느껴졌다.
“그렇게 예뻐?”
아내가 어젯밤 웃으며 한 말이다. 문장이 향하고 있는 대상은 우리 딸이다. 아이를 재우고 있던 참이었다. 한참을 안아준 후에 사전에서 다정한 언어를 다 발췌해 온 사람처럼 꽁냥 거리는 밀담을 나눠주던 중이었다. 머쓱했다. 아내의 질문에 그저 그렇다고 대답하기엔 약간 억울했다. 딸을 사랑하는 건, 나름대로 우리 가족 모두를 사랑하고 있다는 에두른 표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잘못된 방식이다.
“우리 아이가 태어나더라도 서로의 관심은 최우선으로 하자”
임신 기간 우리 부부가 나누었던 대화다. 놀랍게도 내가 한 말이다. 당시의 나는 아내의 사랑을 덜 받게 될 미래를 불안해하고 있었다. 지금 나는 어떻게 된걸까. 되려 내가 아내를 육아동료로만 생각하고 있진 않은가. 벌써 아내를 인생의 동반자 같은 큰 개념으로 확장해 버린 건 아닐까. 우리는 가족이기 전에 연인이었다. 왠지 미안한 마음을 담아 삼겹살에 소금을 찍는 아내의 독사진을 찍어 주었다. 오랜만이었다.
커피를 마시고 전시를 보는 데이트는 황홀했다. 그래도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이런 밥먹는 일상일 것이다. 아이폰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오늘도 아내와 마주 보고 앉아 식사를 하며 내담을 했다. 누구한테도 말 못 할 졸렬한 얘기들까지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다. 우리도 사실 이런 시간이 필요했다. 옥신각신 했던 사건은 부지불식간에 사라졌다. 우리는 오랜만에 손을 잡고 하원 시간에 맞추어 어린이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외로움은 역체감으로 알아야 돼요. 있다가 없었을 때 체감한다기보다는 있을 때 비로소 ‘아 이게 없었으면 좀 안 좋았겠다’라는 거죠. (중략) 물론 결혼한다고 백 퍼센트 다 공개하는 건 아니겠지만 일정 영역은 공유를 하면서 그걸 내려놓고 다른 걸 담을 수 있는 부분이 생기는 거죠. (침착맨 유튜브, 「정승제 수학 선생님과 학부모 상담」, 2024. 7. 8)
240708(월) : 어린이집 하원을 하고 집에 와서 엄마와 부추전 반죽을 만들었다. 뿌듯했다.
240709(화) : 아침 등원을 하며 눈물이 났다. 새로운 친구들이 조금 낯설다. 엄마아빠와 같이 하원을 하고 감기기운에 박성균소아과를 찾았다. 병원 앞에서 트럭 전기구이통닭이 있었다. 한 마리를 사와 다 같이 먹었다.
240710(수) : 아빠는 저녁에 약속이 있었다. 엄마, 할아버지와 맛있는 걸 먹으며 보냈다.
240711(목) : 아침에 등원하면서 또 울었다. 잘 참았지만 눈물이 났다. 엄마아빠와 하원 후 래인카페에 갔다. 놀이터에선 지해언니와 숨바꼭질을 하고 놀았다.
240712(금) : 아침에 오사카로 여행을 떠났다. 린큐타운에서 쇼핑을 하고 난생처음 온천에 가보았다.
240713(토) : 오전에 카페와 역 주변 산책을 하고 마트 구경을 했다.
240714(일) : 집에서 엄마아빠와 여독을 풀며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