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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 연길 Sep 06. 2024

1부를 마치며

내향인 남성의 육아휴직 수기


구독하고 계신 다섯 분께 꼭 알려드리고 싶어서 씁니다.


브런치북은 30화까지만 연재가 가능하다고 해요. 사실은..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하여 부득이하게 1,2부로 나누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도 그 덕에 회고도 이렇게 해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요새 이 글(육아휴직일기 연재글)을 쓰는 데에 지쳐있기도 했어요. 혼자 매주 꾸준히 글을 쓴다는 건 정말 고역이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는 정말 몰랐어요. 막 멋질거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마감 연재를 하는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는 저의 인스타그램에 수요일마다 글을 올리겠다고 약속을 했는데요. 그 덕에 꾸역꾸역 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행입니다. 아니었다면 중간에 분명 빵꾸가 났을 거예요. 쪽팔리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씁니다.


[내친김에 저의 작업 방식을 소개해드리자면,]

일단 매주 글감을 정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당연한 얘기지만, 아이와의 생활을 통해서 인사이트를 얻습니다. 거기에 제가 미디어나 책에서 받았던 레퍼런스를 연결시켜보려고 해요. 그 부분이 가장 어렵습니다. 쌓아놓은 아카이브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틈나는 대로 열심히 책을 읽고 발췌해 놓으려고는 합니다만, 시간을 내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이, 아이와 나의 관계, 나의 마음을 깊게 딥다이빙 해서 이해해 보는데 도움이 됩니다. 꼭 글을 써내지 않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을 생각들이라 스스로 위안 중입니다.


[어떻게?]

보통은 그때그때 들었던 생각을 아이폰 메모에 적어놓는데요. 아무래도 아이를 보다 보니 핸드폰을 꺼내기 힘든 상황이 많습니다. 애플 워치를 이용해 음성 키보드 기능을 자주 사용합니다. 은근 인식율이 좋아서 만족 중입니다. 비밀요원처럼 보이는 건 덤입니다. (누구와 눈이 마주치면 좀 머쓱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모아둔 재료들을 펼쳐 놓고 엮어보려 합니다. 잘 안 나올 때는 한 주간의 사진, 그리고 아내와의 문자메시지 내역을 봅니다. 아니면, 저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봅니다. 웬만한 저의 생각들은 이 그물망 안에 걸려 있습니다. 가장 즐거우면서도 괴로운 시간입니다. 보통 새벽에 이 짓을 합니다. 아이를 재우다가 일찍 잠든 날은 3시부터 아이가 일어나기 전까지. 아이를 재우고 작업을 시작하는 날은 밤 11시 즈음부터 새벽 2시까지 씁니다. 아, 낮에도 틈틈이 씁니다만 역시 스마트폰과 멀어진 밤이 좋습니다.


[다섯 문장으로 이루어진 다섯 문단, 거기에 인용 추가]

제가 스스로 약속한 연재 글의 형식입니다.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초고는 생각의 흐름대로 길게 써보는 편이나 분량을 나름대로 깎아보는 과정을 거칩니다. 저처럼 유명하지 않은 사람의 글은 길면 읽히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요즘 시대에 맞게 너무 짧은 글은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는 요즘사람도 아니고 시인도 아니라서요.


[요즘의 고민은]

하나는 점점 자기 복제가 된다는 점. 이건 저의 그릇이 작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조금 더 밖을 다니고, 여행도 가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읽으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점점 진지해진다는 점. 연재에 몰입하다 보니 장르를 깜빡하는 때가 있습니다. 스스로 다그칩니다. '이건 칼럼이 아니야..' 최대한 가볍게 쓰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래야 지속 가능하다고도 생각하고요.


[그래서 2부는]

형식을 1부와 동일할 예정입니다. 저의 짧은 글+아이의 행적+그 주를 상징하는 사진으로 이루어진 한 편의 글을 매주 수요일 발행할 생각입니다. 1부와 약간 다른 점을 예고하자면


1. 리얼 타임에 가까운 따끈한 글 : 윤색이 밀려있던 원고를 거의 다 정리했습니다(저의 스트레스의 주범). 최신 이슈들이 좀 더 생명력을 가지게 되어 재미를 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육아휴직 자체에 적응하느라 연재의 시작이 늦었습니다. 이왕이면 잘 써보고 싶은 욕심에 속도가 더뎠는데, 저의 정신건강을 위해 힘을 좀 빼기로 결정했습니다.


2. 제 이야기가(제 마음의 소리가) 더 담길 예정입니다. '육아일기'가 아닌 '육아휴직 일기'라고 명명한 이유기도 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드는 저의 찌질한 생각들이 궁금하신 분들이 저의 독자라고 생각합니다. 더 솔직한 글을 쓰려고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아마 복직이 다가오는 것에 대한 걱정이 주된 정서일 거예요. 육아인으로서 일과 육아를 어떻게 병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볼 예정입니다. 바통터치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내와 한 팀이 되는 과정도 기록해 볼 생각입니다.

* TMI이긴 한데, 아이가 말을 시작하면서 '아이의 말을 기록하는 육아일기'를 병행해서 쓰고 있습니다.


[마치며]

저의 육아휴직 일기는 총 44주 차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1부는 프롤로그(1월) + 1주 차~24주 차

2부는 25주 차~44주 차 + 에필로그(12월)


중간중간에 특집을 꼭지로 넣고 싶은데 여력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생각, 저출산 시대에서 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들' 등등 약간 진지한 주제들인데, 기회가 되면 어디선가에서 꼭 다루고 싶은 이야기들입니다.


좌우지간에,

읽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읽히는 즐거움 덕에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작은 응원도 자극이 됩니다. 피곤함에 널브러졌다가도 벌떡 일어날 수 있게 만드는 힘입니다. 제가 '좋아요'에 인색한지 아닌지 늘 돌아보게 됩니다. 글이란 건 자신의 부족함을 알게 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쓰다 보면 더 열심히 살고 싶어 집니다. 앞으로도 부족한 글, 염치없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육아휴직일기 2부 링크를 첨부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batontouc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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