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세상에….
차라리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않았다면 안 웃겼을 것이다.
왜 그 하인은 나에게 그런 말을 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인가?
비단 사람이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존재이다.
묻지 말라고 하면 더 궁금하고, 웃지 말라고 하면 더 웃긴다.
천성이 청개구리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들은 내게 그 말을 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
“사모님의 눈썹에 관해 절대 아무런 말도 하지 마세요. 웃으셔도 안 됩니다. 사모님의 콤플렉스입니다.”
하지만 이미 이 말을 들어버리고 난 후이다.
그리고 문제의 그 ‘사모님’을 뵈었다.
일단 미리 말해둘 것은 확실히 이 ‘사모님’은 대단한 미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눈에 띄었다.
사모님의 눈썹….
흐릿한 것도 아니다. 아예 흔적조차 없다.
도대체 왜일까? 왜? 왜? 왜 저 미녀는 눈썹이 없지?
너무 궁금하다. 입이 근질근질하다. 웃음이 입 밖으로 터져 나와버릴 것 같다.
화가 인생 40년. 일생일대의 난관이었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나는 그림 나이프로 내 허벅지를 찌르며 감정을 추슬렀다.
겨우 웃음을 가라앉힌 후,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초상화를 그릴 때, 100% 똑같이 그려야 하나? 아니면 예의상 몇 가닥의 숱이라도 그려 넣어드려야 하나?
모르겠다. 일단 덧칠이 어려운 건 아니니까 눈썹은 빼고 그리지 말아야겠다.
그림이 완성된 후, 리터치가 필요하다면 말해달라고 했는데, 아직 수정 의뢰는 들어오지 않았다.
다행히 마음에 드신 모양이었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