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림 소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지언 Jul 24. 2020

악몽

“잠드는 게 무서워요. 오히려 잠을 잤다 깨면 더 피곤해요.”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하곤 마치 와인이라도 끼얹은듯한 자신의 충혈된 눈을 들이댔다.    


“보이세요? 오늘 무려 13시간을 잤는데도 오히려 눈은 더 충혈되어있어요.”    


“그래서 각성제를 처방해달라고요? 의사로선 그런 진단과 처방전을 내어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녀는 원망의 눈길을 보냈다.    


“수면제를 드려 볼까요? 아무 생각 없이 푹 주무시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잠이 들면 안 된다니까요!”    


그녀는 화를 냈다.    


“혹시 잠들면 무슨 꿈이라도 꾸시나요?”    


“아니요!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아요! 오히려 무언가 기억이라도 나면 좋겠어요!”    


그녀는 오열하듯이 외쳤다.    


“혼자 살고 계신다고 했죠? 외로움과 두려움에서 오는 착란일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도 제 말을 안 믿으시는 거죠?”    


물론 그녀의 말을 100% 믿을 수 없다.    


“그러면 혹시 여기서 한 번 주무셔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저도 제 방에 CCTV까지 달아서 제 모습을 체크했거든요? 하지만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어요. 이 아이디로 관리사이트에 접속해보시면 제 방의 CCTV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못 믿겠다면 선생님이 밤에 한 번 확인해보셔도 돼요. 아니, 바로 오늘 밤에 확인해보시죠!”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화를 내며 진료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분명 수면 부족에서 오는 히스테리인데.    


그날 밤 나는 그녀가 말해준 사이트에 들어갔다. 거기엔 하얀 잠옷을 입고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의 모습이 고스란히 찍히고 있었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잠드는데 어째서 그런 일이 생기는 거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칠 무렵 그녀의 몸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허리가 활처럼 휘고 그녀가 고통스러운 듯 몸부림쳤다.    


그 정도가 너무 심해 나는 곧바로 그녀의 집으로 달려갔다.    


수없이 초인종을 눌렀고 주먹으로 강력하게 문을 두드려도 그녀는 반응하지 않았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대체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현관문 근처에 열쇠를 두기에 열쇠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현관 옆 화분에서 열쇠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오, 세상에….”    


현대 과학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는 의학을 배운 한 사람으로서 나는 눈앞에 벌어진 일을 인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를 부정하면 나는 나 자신을 속이게 되는 것이겠지.    


어디서 온 것일까? 그녀의 위에는 CCTV에도 찍히지 않았던 악마가 올라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악몽. 그래 이것은 악몽이다.


그런데 이 악몽은 나의 것인가? 그녀의 것인가?     


John Henry Fuseli <The Nightmare>
매거진의 이전글 사모님의 콤플렉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