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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Jul 30. 2015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으로서의 첫 걸음

루팡 3세-카리오스트로의 성

루팡 3세-카리오스트로의 성 (ルパン三世カリオストロの城, 1979)

미야자키 하야오나 지브리 스튜디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빠지지 않는 이 작품은 사실 지브리 스튜디오의 것은 아닙니다. 도쿄 무비 신사(新社)에서  제작하였지요.

그래도 이 작품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이 작품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감독 데뷔작이기 때문입니다.

개봉 당시 38세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100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가진 이 작품에서 자신을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매우 인기 높은 원작 만화가 존재하는 루팡 3세의 경우 감독의 색을 녹여내기가 쉽지 않을 텐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원작을 망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신의 색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선 지브리의 향기가 느껴진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국내에선 유명세에 비해 작품을 본 사람은 생각보다 적더군요. 너무 예전에 제작되어서 일까요?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우선은 작품의 스토리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작품의 스토리 라인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매우 간단합니다.)


오늘도 도둑질에 열심인 매력적인 도둑 루팡 3세는 지겐과 함께 카지노에서 현찰을 훔쳐 도망을 갑니다.

그러나 그 지폐들이 모두 위조지폐라는 것을 알아채고 길에 전부 뿌려버리지요.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길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누군가에게 쫓기는 수수께끼의 미소녀 클라리스를 만나서 구해줍니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금 카리오스트로 백작에게 잡혀가게 되지요.

그녀는 카리오스트로의 백작의 신부가 될 운명에서 도망쳐 나왔던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잡혀 들어간 곳은 카리오스트로의 성으로, 루팡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성에 잠입했다가 위조지폐 제작 공장을 찾아내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를 구하는 일은 백작의 방해로 결국 실패하게 되고 루팡은 큰 부상을 입게 됩니다.

결국 클라리스가 백작에게 돌아가는 대가로 루팡은 성을 탈출할 수 있게 됩니다.

이후 루팡은 사흘간을 쓰러져 있었습니다. 동료인 지겐과 고에몬이 루팡에게 어째서 초면인 그녀를 이렇게까지 돕는지 물어봅니다.

그리고 루팡은 그 이유를 말해줍니다. 클라리스는 어렸을 적 젊은 루팡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었던 것이지요.

다시금 클라리스를 구하기 위해 성으로 침입한 루팡은 결국 백작을 물리치고, 위조지폐 공장도 제니가타의 도움으로 밝혀냅니다. 그리고 덤으로 성의 비밀인 숨겨진 보물도 찾아내게 됩니다.

결말에서 루팡은 자신에게 반한 클라리스를 다시금 그녀의 일상으로 돌려보냅니다.

그리고 자신의 여행을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루팡 3세의 경우 주인공 루팡 못지않은 매력적인 서브 캐릭터들이 많이 있습니다.


루팡과 함께 행동하는 명사수 지겐과 사무라이 고에몽, 때로는 동료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루팡을 함정에 빠뜨리기도 하는 마타 하리 같은 스파이 후지코, 그리고 언제나 루팡을 잡겠다고 말하지만 번번이 놓치기만 하는 인터폴 형사 제니가타까지...

(그러나 카리오스트로의 성에서는 이러한 서브 캐릭터들의 활약이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이 작품의 경우 원작이 너무 유명해서 미야자키 하야오도 원작의 색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특유의 은은한 정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루팡 3세 위에 미야자키 하야오를 살짝 덧입혔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까요?


이 작품에서 보이는, 앞으로의 지브리를 만들어 낼 미야자키 하야오 특유의 동글동글한 그림체와 그만의 자유로움(비행), 그리고 특유의 밝은 스토리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음은 다른 작품에서의 루팡의 모습입니다. 그림체를 한 번 비교해보세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으로서의 시작점.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아마 36년 전의 애니메이션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실 겁니다.




+덧

이 작품에는 유명한 명화 두 점이 등장합니다. 하나는 조반니 벨리니의 <총통 레오나르도 로레단>이고,

또 다른 하나는 프랑스 고전주의의 대표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입니다.

많은 그림들 가운데 왜 이 그림들이 그려졌을까요?

이 명화들이 작품 내에서 무언가 복선이나 장치가 되었으면 더 재미있었으련만, 아쉽게도 작품 내의 내용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다. 이 그림들은 단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개인의 취향이었던 걸까요?^^







본문의 이미지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오직 작품 소개 및 본문 포스팅을 위해서 쓰였으며, 문제시 즉각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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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황지언의 브런치: https://brunch.co.kr/@homoart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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