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계곡의 나우시카 (風の谷のナウシカ, 1984)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도 전작 [루팡 3세-카리오스트로의 성]처럼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이 아닙니다.
왜냐고요? 이 작품은 스튜디오 지브리가 설립되기 전에 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보고 있자면 토토로가 배경으로 있는 지브리 마크를 떡~!! 하니 박아주고 싶은 작품입니다. 그만큼 미야자키 하야오의 색이 짙은 작품이라는 의미입니다.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기획단계에서부터 무참히 까였던 작품이었습니다. 기획 회의의 책임자는 기획안을 보았을 때 “원작도 없으면서,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를...”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원작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하면, 원작을 만들면 되겠지.”라고 결정하고 애니메이션 잡지 ‘아니메쥬’에서 1982년부터 연재, 단 1년 만에 큰 인기를 얻고 단행본까지 발행하였습니다. 물론 애니메이션 진행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코믹스는 1982년부터 1994년까지 장기 연재하였습니다. 애니메이션의 개봉 시기를 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코믹스는 애니메이션 제작 이후로도 10년이 더 그려집니다. 그로 인해 애니메이션과 코믹스의 내용은 큰 차이가 납니다. 별개의 작품으로 보아도 좋을 정도로 말이죠. 애니메이션은 단행본 1~2권 정도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을 뿐입니다.)
작품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불의 7일이라는 전쟁이 일어난 지 1000년이 지나 황폐해진 지구는 부해(腐海)라는 곰팡이 숲이 계속 확장되고,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 가스와 그곳에 사는 오무(王蟲)라는 거대한 곤충이 인간의 삶을 위협한다. 바람계곡의 사람들은 바닷바람의 덕택으로 유독가스의 위험을 피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간다. 나우시카는 바람계곡의 공주로서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녀이다.
어느 날, 군사대국인 토르메키아의 비행기가 곤충들의 습격으로 바람계곡에 추락하고, 그 잔해 속에서 불의 7일의 전쟁에서 지구를 불 태워 버린 거신병의 알이 발견된다. 토르메키아는 거신병을 부활시켜 부해를 태워버리고 지구상에 새로운 문명을 일으키려고 도시 국가인 페지테의 지하에서 발견된 그 알을 빼앗아 온 것이다. 알을 되찾기 위해 토르메키아 군대가 바람계곡을 습격하고, 나우시카를 인질로 잡아 돌아가다가 페지테의 왕자 아스벨의 전투기 공격을 받아 그들이 탄 비행 함대가 부해로 추락한다. 부해의 밑바닥에 내려간 나우시카는 교전 도중 추락한 이사벨과 조우하게 되고, 부해가 오염된 지구를 정화시켜 물과 토양을 깨끗하게 만들고 있으며, 오무는 그런 부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페지테는 토르메키아에 복수하기 위하여 오무를 유인하고,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기세로 바람계곡으로 향한다. 토르메키아는 다급해지자 미완성된 거신병을 이끌고 오무무리와 대항하려 하지만 거신병은 제대로 대항하지도 못하고 몸이 녹아 죽게 된다. 하지만 오무의 무리 앞에 나우시카는 자신을 희생하여 그들의 분노를 가라앉힌다. 오무는 신비한 능력으로 죽은 나우시카를 회생시키고, 바람계곡은 다시 평화를 되찾는다.
출처: 위키백과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https://ko.wikipedia.org/wiki/%EB%B0%94%EB%9E%8C%EA%B3%84%EA%B3%A1%EC%9D%98_%EB%82%98%EC%9A%B0%EC%8B%9C%EC%B9%B4_(%EC%98%81%ED%99%94)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로 이 작품에 그 유명한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감독 안노 히데아키가 참여합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제작하면서 한 애니메이션 잡지에 스태프 모집공고를 냈는데 젊은 안노 히데아키가 그것을 보고 오사카에서 도쿄로 상경을 한 것이지요.
안노 히데아키의 그림을 본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에게 작품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거신병의 전투 장면을 그리게 하였고, 그 결과 끈적끈적하게 녹아내리는 거신병의 모습과 거신병의 무기로 오무들을 격파하는 폭발 장면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 장면은 정말 에반게리온의 느낌과 비슷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을까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배경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입니다. 세계 멸망 이후 1000년이나 지난 시기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종말 이후의 환경파괴와 자연의 자정능력을 작품의 배경에서 이야기합니다. 작품 내에서 인간이 절대로 넘어서지 못하는 세 가지의 재앙에 가까운 힘이 있는데, 바로 부해의 포자 번식과 오무의 힘, 그리고 거신병의 힘입니다. 이 힘들은 자연(식물)의 힘, 동물의 힘, 무기의 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힘들 앞에서 인간은 절대적으로 무력합니다.
왜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토록 강력한 힘들에 대한 갈등을 작품에 담았을까요?
그것은 이 힘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힘들은 생명의 힘이라는 것입니다. 가장 강력한 것은 생명이 가진 힘(생명력)이라는 것이지요. 즉 미야자키 하야오는 작품을 통해 생명의 힘을 돋보이고자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미성숙한 생명을 지닌 거신병은 그렇게 쉽게 무너져 내리게 된 것이고, 나우시카는 자신의 생명으로 오무들의 분노를 사그라지게 하였지요. 그리고 부해의 식물들은 그 생명을 다해 오염된 토양과 공기를 자정 할 수 있는 것이었고, 바람계곡의 사람들은 마을을 재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작품 내내 생명이 가진 힘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가 곳곳에서 보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생명 경외에 대한 사상은 후에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를 통해서도 잘 나타나게 됩니다.
또 하나, 미야자키 하야오는 나우시카라는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여성 히어로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필자가 나우시카를 히로인이 아니라 히어로라고 부른 것은 히로인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주는 고정관념과 나우시카의 극 중 역할이 너무나 기존의 남성적 영웅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나우시카라는 이름은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파이아키아 왕국의 왕녀의 이름에서 따 온 것으로, 애니메이션 나우시카도 극 중에서 공주입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소녀의 외견을 지닌 나우시카 공주는 기존의 공주들의 캐릭터와는 확실히 다릅니다.
언제나 글라이더를 타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나우시카는 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나자 단숨에 날아서 사고의 희생자들을 구해내는 대담함을 가지고 있으며, 야생 동물과의 교감을 통한 자애로움도 보여줍니다. 또한 제국군 병사들 다수와 싸울 때 육체적 강인함을 보여주기도 하며, 스스로의 연구 끝에 부해의 식물들이 오염된 토양을 자정 시킨다는 것을 밝혀냄으로써 학자적인 모습과 탐험가적 모습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화난 오무의 무리에 자신의 생명을 던져 그 분노를 가라앉히는 희생정신을 보여주고, 마지막에는 예언의 인물로 격상하는 서사적인 영웅의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요즘에야 이러한 여걸의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많다고 해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극장에 오른 시기인 1984년을 생각해보면 정말 새로운 캐릭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91만 4767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7억 4200만 엔의 흥행 수익을 냅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해 도쿄 키치죠지에 “스튜디오 지브리”가 창설됩니다.
지브리(Ghibli)는 이탈리아어로 사하라 사막에 부는 열풍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때 이탈리아의 군용 정찰기에 붙은 이름이기도 하고요. 미야자키 하야오는 비행기 마니아라서 이 이름을 가져오고, 이후에 어원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계에 선풍을 일으키자’는 마음도 담아서 이 이름을 채택하게 됩니다.
+
그러나 Ghibli를 ‘지브리’라고 표기한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실수.
사실은 ‘기블리’라고 발음하는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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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시카의 옷이 분홍색이었다가 파란색으로 급변하는 씬이 있습니다만, 이게 전해져 오는 말로는 오무의 피가 물들어서 파랗게 변하게 됐다고 하지요. 그런데 왜인지 채색 실수라고 느껴지는 건 저뿐만일까요?? 너무 갑자기 파란색으로 변해버리는데... 게다가 가슴의 문양은 하얀색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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