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움직이는 성 (ハウルの動く城, 2004)
2004년 11월 20일에 개봉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영국의 동화작가인 다이애나 윈 존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스토리는 원작 소설과 조금 차이가 있는데요. 초반에는 비슷하게 나가지만 캐릭터들의 설정이나 후반부에서 부각되는 전쟁 등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작자는 하울의 성격을 바꾸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하였고, 애니메이션 자체도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고 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로선 <마녀 배달부 키키> 이후로 15년 만에 다른 사람의 원작을 가져와서 작품화 한 작품이 되겠습니다.
이 작품은 흥행면으로도 대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물론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따라잡진 못했지만, 그래도 웬만한 수익은 그에 이어 2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한국에서 극장 개봉한 일본 영화들 가운데 최고의 흥행성적을 낸 작품이기도 합니다. 총 300만 명 이상이 관람을 했지요.
그럼, 스토리를 보겠습니다.
모자 가게를 하는 18세의 소심한 소녀 소피는 어느 날 동생을 만나러 가던 길에 전쟁을 위해 주둔하던 군인들의 추파를 받으며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금발의 하울이 구해줍니다. 하지만 하울도 황무지의 마녀에게 쫓기고 있던 신세였지요. 둘은 하늘을 걸어 그 장소를 벗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날 밤 소피에게 황무지의 마녀가 찾아오게 됩니다. 황무지의 마녀는 소피를 90살의 할머니로 만드는 저주를 내리고 이 저주에 대해서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그리고 저주를 풀고 싶으면 하울을 찾아가라고 하지요.
다음날 소피는 노구를 이끌고 황야로 갑니다. 소피는 노인이 되어서인지 성격도 예전처럼 소심하지 않고 억척스럽게 변합니다. 그 가운데 허수아비 순무를 구해주고, 순무의 도움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성 안에서 하울과 계약한 캘시퍼와 스스로를 하울의 제자라고 말하는 소년 마르클을 만나게 됩니다. 어디서 왔냐는 마르클의 질문에 자신은 이곳에 청소부로 왔다고 하며 성에서 지내게 됩니다. 이후 소피는 정말로 청소부로 이곳저곳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합니다. 또한 성에 꽂혀있던 순무를 구해주기도 하지요. 욕탕을 청소하는 바람에 하울의 머리색이 금발에서 흑발로 바뀌기도 합니다.
그때 전운이 감도는 수도에선 마법사들의 소집령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궁전에 가는 것을 무서워한 하울은 소피를 자신의 대리인으로 보냅니다. 소피는 수도의 궁전으로 가는 길에 황무지의 마녀를 만나게 되고 그녀들은 하울의 스승이자 국가 소속의 대마법사 설리만을 만나게 됩니다. 설리만은 황무지의 마녀의 모든 마법력을 빼앗고 소피의 저주를 알아챕니다. 그리고 하울은 소피를 구하러 궁전에 와서 소피와 황무지의 마녀, 그리고 설리만의 개 ‘힌’까지 움직이는 성으로 들이게 됩니다.
전쟁과 설리만을 피하기 위해 하울은 성을 재구축하여 완전히 다른 곳으로 성을 옮깁니다. 그렇게 옮겨진 곳은 소피의 고향과도 맞닿아있었고 하울 자신이 어렸을 때 지내던 비밀의 정원과도 맞닿아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곳들도 전쟁의 바람은 피할 수가 없었고, 하울은 소피를 구하기 위해 괴물이 되어 군대와 맞서 싸웁니다.
부상당한 하울을 보고 소피는 그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캘시퍼에게 재물로 바칩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황무지의 마녀가 캘시퍼를 탐내다가 결국 소피는 실수로 캘시퍼에게 물을 끼얹고 캘시퍼를 꺼버립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캘시퍼의 마법이 사라져 성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소피는 계곡 바닥에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단 하나 남은 마법의 문에서 소피는 어린 하울이 캘시퍼와 계약하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문에서 나온 소피 앞에서는 괴물로 변한 하울이 기다리고 있었고, 소피는 하울을 구해주겠다고 하며 자신을 캘시퍼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합니다. 결국 황무지의 마녀에게 캘시퍼를 받은 소피는 하울에게 그의 심장을 주고 계약이 해지되어 완전히 사라져버린 캘시퍼로 인해 절벽에 떨어질 뻔한 그들을 순무가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구해냅니다.
순무의 희생에 고마움을 느낀 소피는 순무에게 키스를 해 주고, 그러자 순무는 왕자로 변하게 됩니다. 알고 보니 순무는 저주에 걸린 이웃나라 왕자였던 것입니다. 저주를 해결하는 방법은 사랑하는 여성의 키스를 받는 것이었던 거죠. 하지만 소피는 이미 하울을 깊이 사랑하고 있었고, 왕자는 소피들을 위해 전쟁을 멈추게 하겠다고 하며 길을 떠납니다. 그리고 소피와 하울 앞에 캘시퍼가 다시금 그들과 함께 살기를 원하게 되며 하울과 소피, 황무지의 마녀와 마르클은 하늘을 나는 성에서 행복하게 살게 됩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움직이는 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성은 전체적으로 커다란 몸통에 새 다리처럼 생긴 4개의 다리로 걸어 다닙니다. 어떻게 보면 잡동사니들이 쌓여있는 모양이지요. 대부분 황무지 근처에서 그 움직임이 목격되곤 하지만 계속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고 가끔씩은 정착하기도 합니다. 어쩔 때는 마을 근처까지도 내려오기도 하지요.
출입구 문의 회전 스위치에 따라 출구가 바뀝니다. 처음엔 녹색(황무지), 파란색(항구도시), 빨간색(킹스베리), 검은색(전장)으로 되어 있었는데, 나중에 이사(?)를 하고 난 후에는 파란색과 빨간색이 각각 노란색과 분홍색으로 바뀌며 노란색은 소피의 고향으로 통하게 되고 분홍색은 하울이 어렸을 적 할아버지와 함께 지냈던 비밀의 정원으로 통하게 됩니다.
이 성의 동력원은 하울과 계약을 한 불의 악마 캘시퍼입니다. 캘시퍼는 성을 움직이고, 목욕탕에 뜨거운 물도 보내주고, 조명에, 요리용 불로까지 활용됩니다. 게다가 집안의 구조변경 및 유지보수까지도 캘시퍼가 담당하고 있지요. 그래서 캘시퍼가 성에서 나오게 되면 성도 무너져 내립니다.
여기서 잠깐 재미있는 퀴즈. 하울이 살고 있는 움직이는 성은 동산일까요? 부동산일까요? 매우 애매할 수 있습니다만, 조금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정확하게 말해서 준부동산(의제부동산)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준 부동산은 본질은 부동산이 아니지만 법률로 정하여 부동산으로 간주하는 재산인데요. 등기 된 선박, 등록된 자동차, 항공기, 건설기계, 광업재단, 공장재단, 어업권 등이 이에 속합니다. 즉, 만일 하울이 빚을 크게 지면 이 움직이는 성을 저당 잡힐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성의 모티프가 된 이미지는 움직이는 직물기계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삐걱대는 소리를 내기 위해 상당히 고생했다고 하는데요. 금속음을 강하게 잡으면 보는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린다는 이유로 나무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주로 이용하였다고 합니다. 이 소리를 잡아내기 위해 목수를 불러서 건축 자재를 조립하고 그것을 문지르거나 움직이거나 부서지는 소리들을 섞어 성이 움직이는 소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소리 만드는 데만 3~4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성의 소리 못지않게 주인공의 목소리도 참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 작품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원작의 하울의 목소리 연기는 기무라 타쿠야가 맡았습니다. 일본의 장수 아이돌 그룹 SMAP의 멤버이자 일본 최고의 스타인 기무라 타쿠야의 기용은 큰 이슈를 낳았습니다.
원래부터도 전문 성우를 잘 쓰지 않고 배우를 쓴다던지, 신인 성우를 쓰는 지브리인데요. 당시 자신의 가족들 모두가 지브리의 광팬이라고 밝힌 기무라 타쿠야는 어떠한 배역이라도 좋으니 꼭 출연하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지원을 했는데 덜컥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가장 놀란 사람이 바로 기무라 타쿠야 본인이었다고 합니다.
기무라 타쿠야는 일본 최고의 스타였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스튜디오에서 그의 목소리를 처음 듣게 되었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하울의 목소리와 딱 맞아떨어졌는지 매우 만족했다고 합니다. 기무라 타쿠야의 기용에 있어서 팬들의 반응은 반반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괜찮았다는 반면, 성우 팬들 사이에서는 많은 욕을 들었죠.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뻔했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한국판의 연출을 맡은 모 PD가 일본도 유명 연예인이 하울의 목소리를 맡았는데 한국판도 정지훈(비)이 어떠냐?라고 말했다가 결국 무산되어 전문 성우로 캐스팅되었다는 썰이 있습니다. 하마터면 <블루 시걸>, <아마겟돈>, <돌아온 영웅 홍길동>의 악몽의 재현이...
여담으로 미국 성우는 놀랍게도 크리스찬 베일입니다. 그렇습니다. 다크 나이트. 바로 그분이십니다. 게다가 매우 평이 좋았다고 하네요.
+
움직이는 성을 디자인 한 사람이 일본 홋카이도의 아사히카와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에 가면 움직이는 성의 조형물을 볼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움직이는 성은 이 조형물을 참고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
작품 내내 소피는 자신이 안 예쁘다고 말을 합니다만... 제가 보기엔 지브리 미녀 베스트 5 안에는 충분히 들어갈 만한 미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
소피는 키스를 좋아해.
본문의 이미지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오직 작품 소개 및 본문 포스팅을 위해서 쓰였으며, 문제시 즉각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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