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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Oct 15. 2015

센과 치히로의 성장 이야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千と千尋の神隠し, 2001)

<모노노케 히메> 제작 후 은퇴를 선언했던 미야자키 하야오가, 콘도 요시후미가 죽자 다른 대안이 없어서 다시 일선으로 복귀하여 만든 첫 번째 작품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으로 지브리는 정점을 찍습니다.  그때 은퇴했으면 아마 이런 성공은 거두지 못했겠지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기록의 애니메이션이라고 봐도 되는데요. 일단 일본 내에서 흥행 수익이 304억 엔이고 관객 동원이 2350만 명이었습니다. 2001년 7월 20일에 개봉해서 다음해 봄까지 상영을 계속 한 롱런 흥행작입니다. 제52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하고, 제7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상을 받았습니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상들을 국내외에서 30개 정도 받았습니다. 놀라운 것은 2003년 1월 24일에 니혼TV에서 한 방송의 시청률인데요. 첫 방송이 46.9%라는 전무후무한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합니다.


국내에서도 이전까지의 지브리 작품들이 시간차를 두고 개봉한 것에 비교해 2002년이라는 제법 이른 시기에 개봉한 것도 놀랍습니다. 또한 국내에서도 디즈니가 아닌데도 2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관람한 성공한 애니메이션에 속하지요. 이 역시 최초의 기록이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올해 2월에 재개봉하기도 하였습니다.


우선 줄거리부터 알아볼까요?


초등학생 치히로는 부모님과 함께 이사 간 새집으로 향하는 도중, 길을 잘못 들어 무언가 이상한 터널 앞에 멈춰 서게 된다. 터널의 안쪽으로는 황량한 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치히로의 부모님은 맛있는 음식 냄새에 이끌려 무단으로 식사를 하고, 거리를 돌아다니던 치히로는 한 소년과 조우한다. 소년은 치히로에게 이 곳은 치히로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며 어서 도망가라고 말을 한다. 소년의 말을 듣고 치히로는 부모님을 찾아갔지만 어느새 돼지가 되어버린 부모님은 치히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 자리에서 도망쳐 나온 치히로는 점차 몸이 사라져 가는 중에 다시금 소년의 도움을 받아 겨우 위험을 면한다.
소년의 이름은 “하쿠”로 “유바바”라는 마녀의 제자가 되어 신들을 대상으로 한 온천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일을 하지 않는 자는 유바바가 동물로 만들어버리기에 하쿠는 치히로에게 우선 보일러실의 가마 할아범에게 가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부탁하라고 시킨다. 가마 할아범을 찾아간 치히로는 그 곳에서 젊은 여종업원 린을 만나고 할아범과 린의 도움으로 유바바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되어 온천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계약서에 이름을 쓴 치히로는 유바바에게 이름을 빼앗기고 앞으로 “센”이라고 불리게 된다. 유바바는 하쿠에게 센의 일할 곳을 안내해주라고 말하고 하쿠는 치히로를 린과 같이 일할 수 있게 해준다.
다음날 센을 불러낸 하쿠는 자신의 진짜 이름을 잊어버리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하쿠도 유바바에게 자신의 이름을 빼앗겼으며, 그 때문에 자신이 누구 였는지 생각해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그러나 이유는 모르지만 신기하게도 치히로만큼은 기억하고 있었다. 센은 린과 함께 온천을 청소하고 욕장을 청소하며 하루를 보내고 전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는 검은 요괴 “가오나시”에게 친절을 베불기도 한다.
센은 린과 함께 가장 더러운 욕장을 청소하던 중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손님을 맞이하게 된다. 다들 그의 정체를 오물신이라고 생각하지만 센은 그를 정성을 다해 치유하고 그의 몸에서 쓰레기를 뽑아낸다. 그러자 모두가 오물신이라고 생각했던 괴물의 정체는 알고 보니 이름 있는 강의 신이었으며, 강의 신은 온천에 대량의 사금을 뿌리고 센에게 녹색의 경단 하나를 주고 떠난다. 이 일로 센은 유바바의 신의를 받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금에 눈이 먼 개구리가 강의 신이 몸을 씻은 욕장에 들어가지만 가오나시에게 금으로 유혹당해 먹혀버린다.
다음날 센은 잠에서 일어나자 한 마리의 용이 종이 인형에게 공격을 받는 것을 발견하고 그 용을 구해준다. 용은 유바바가 있는 곳으로 가고, 센은 용을 따라 유바바의 거처에 가서 유바바의 손자 응석꾸러기 “보”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용을 공격한 종이 인형의 정체가 유바바와 대립하고 있는 쌍둥이 언니 제니바의 마법인 것을 알게 된다. 제니바는 “보”와 유바바의 애완동물 유버드를 각각 쥐와 까마귀로 만들어버린다. 센은 유바바의 방에서 탈출하던 중 그 용이 하쿠라는 것을 알게 되고, 하쿠를 구하려다 그가 예전에 자신과 만난 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낸다. 하쿠는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가마 할아범이 있는 곳에 떨어진다. 센은 하쿠에게 강의 신이 준 경단을 조금 떼어 먹이고, 그로 인해 하쿠는 제니바의 도장과 함께 검은 저주를 뱉어낸다. 그리고 센은 하쿠가 뱉어낸 검은 저주를 밟아서 터트리고, 하쿠를 구하기 위해 제니바를 찾아가기로 마음먹는다.
그 때 온천에서는 폭주한 가오나시가 온천의 직원들을 잡아먹으며 날뛰고 있었다. 센에게 친절을 받은 가오나시는 금으로 센의 마음을 끌려고 하지만 센이 이를 무시하자 격노하며 날뛴다. 그리고 센은 하쿠를 먹이고 남은 경단을 가오나시에게 먹여 직원들을 토해내게 하고, 자신은 보와 유버드, 가오나시와 함께 제니바를 만나러 떠난다. 제니바는 조용히 치히로를 맞아주며 좋은 조언들을 해준다. 그리고 의식을 되찾은 하쿠는 유바바에게 가서 보를 데려오는 조건으로 센과 그 부모님을 풀어달라는 약속을 하고 센을 데리러 제니바에게 간다. 센은 자신을 마중 나온 하쿠를 보고 보와 유버드와 함께 돌아가기로 한다. 돌아가는 길에 센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며 하쿠의 이름을 찾아주게 된다.
온천에 돌아온 센에게는 마녀 유바바의 마지막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시험은 여러 마리의 돼지들 가운데 자신의 부모님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센은 한 번에 돼지들 가운데 자신의 부모님이 없는 것을 알아차리고 시험을 멋지게 통과, 온천의 모든 직원들의 축하를 받으며 하쿠와 함께 집에 돌아가는 길에 오르게 된다. 하쿠는 이 세계의 경계까지 치히로를 바래다주고 치히로에게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충고와 함께 자신은 유바바의 제자를 그만두고 자신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치히로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오고 그런 치히로의 앞에는 어느새 인간으로 돌아온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왔던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오고 뒤를 돌아보자 신들이 시끄럽던 그 광경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조금은 으스스하고 한적한 모습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치히로 예쁘지 않은 여주인공입니다. 척 보기에도 외모도 그렇지만 성격도 처음엔 예쁜 것과는 거리가 있지요. 그녀는 <이웃집 토토로>의 사츠키만큼 밝지도 않고, <마녀 배달부 키키>의 키키만큼 당차지도 않고, <천공의 성 라퓨타>의 시타만큼 용감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지브리 작품 가운데 가장 성장하는 주인공이 바로 치히로입니다. 초등학생이라는 설정이 놀라울 정도로 성장합니다. 그것도 불과 며칠 만에 말이죠. 처음에는 새로 이사 가는 곳에 대한 막연한 불안, 불만과 더불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주는 부모님께 떼만 부리는 아이였습니다. 돼지가 되어버린 부모님을 보고선 도망을 치기도 하고, 스스로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 무서움을 느끼기도 하였죠.


하지만 치히로는 돼지가 되어버린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온천에서 린과 함께 일을 하면서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을 익힙니다. 하쿠를 통해서는 더 많은 성장을 하지요. 사랑하고, 고통에서 구하고, 그의 잘못을 대신 사과하러 가고, 마지막으로 그의 소중한 이름을 찾아줍니다. 이런 모습은 이미 더 이상 아이가 아닌 어엿한 어른의 모습입니다. 오히려 나이 먹은 할머니인 유바바가 더 어린아이 같지요.


치히로는 스스로의 성장 말고도 다른 이의 성장도 돕습니다. 치히로와 함께 여행을 떠난 유바바의 손자 보 역시 처음에는 혼자서 서지도 못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그냥 울어버리는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마법이 풀리고 나서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고 실타래를 돌리며 실을 뽑는데 도움을 준 일, 그리고 최후에 유바바 앞에서 혼자의 힘으로 일어서게 된 일, 유바바에게 치히로에게 공정하지 않으면 할머니를 싫어할 것이라고 한 말은 치히로가 스스로의 성장만이 아닌, 주변 인물의 성장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터널을 빠져나온 치히로는 터널을 들어가기 전의 치히로와 완전히 달라집니다. 눈빛이 어른스러워지고 표정마저 예뻐집니다. 그러고 보니 초반에 터널의 안쪽에 들어갔을 때 치히로의 부모님은 놀이동산이 망한 흔적이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어찌 보면 치히로가 지나온 터널은 놀이동산의 끝, 곧 유년의 종식을 알리는 상징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미 커버린 그녀는 더 이상 유년시절을 돌아보지 않고 빠져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던 치히로가


이렇게 변합니다.




+

8비트 센과 치히로. 보시면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이걸 보시면 5분 만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신 것과 다름없습니다.

https://youtu.be/oGxgDnItjuA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각 나라별 제목입니다. 사실 일본어 <千と千尋の神隠し>의 의미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고 할 수 있긴 한데, 이게 약간 어감의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神隠し의 의미는 귀신이 개입하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실종을 말하거든요.


1. 중국어: <千与千尋> (번체: 千與千尋, 간체: 千与千寻) 직역 : 센과 치히로

2. 한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3. 영어: <Spirited Away> 직역: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 행방불명인, 홀연히 옮기는

4. 독일어: <Chihiros Reise ins Zauberland> 직역: 치히로의 마법의 나라 여행

5. 스페인어: <El viaje de Chihiro> 직역: 치히로의 여행

6. 프랑스어: <Le Voyage de Chihiro> 직역: 치히로의 여행

7. 이탈리아어: <La città incantata> 직역: 마법에 걸린 마을



+++

치히로 아빠 차 아우디...



++++

치히로네 부모님 진짜 맛있게 먹더군요. 그래도 무전취식은 안 됩니다.








본문의 이미지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오직 작품 소개 및 본문 포스팅을 위해서 쓰였으며, 문제시 즉각 삭제하겠습니다.


이 글의 저작권은 저자(황지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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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황지언의 브런치: https://brunch.co.kr/@homoart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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