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야마다군 (ホーホケキョ となりの山田くん, 1999)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이후 ‘가족’을 테마로 한 작품을 찾고 있던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이 작품은 작화면에서 지브리 작품들 가운데 가장 지브리답지 않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작 캐릭터가 개성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지요.
원작은 이시이 히사이치의 4컷 만화로 아사히(朝日) 신문에서 20년 넘게 연재되고 있는 만화입니다. 사실 그림체가 익숙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이 만화는 TV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정식 수입되어 2001년에 대교TV에서 <천하태평 노노짱>이라는 제목으로 방영을 하기도 하였기 때문입니다.
원작이 4컷 만화이다 보니, 이 작품도 매우 작은 에피소드들이 집합한 옴니버스 형식입니다. 야마다가(家)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지요. 그리고 에피소드에 따라 마츠오 바쇼나 요사 부손 등의 하이쿠가 나옵니다.
아빠와 엄마의 결혼, 노보루와 노노코의 탄생을 시작으로 미아가 된 노노코, 아빠와 엄마의 리모컨 싸움, 첫눈, 엄마와 할머니의 건망증, 동네 건달을 혼내 주는 아빠, 선생님의 결심 등등의 에피소드들은 정말 우리네 일상에서 조금만 눈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면 어디서든지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에 관한 것입니다.
이 작품은 별 다른 주제 없이 따뜻하고 일상적입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보다 보면 어느새 가족들과의 추억이 생각난다고 해야 할까요?
작품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그림입니다. 캐릭터는 단순하지만 마치 오일 파스텔과 수채화 물감을 이용해서 그린 듯한 느낌의 작화는 너무 따뜻하고 예쁜 느낌을 주지요. 하지만 캐릭터가 단순하다고 해서 작업이 단순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100% 컴퓨터로 제작된 이 작품은 마치 손으로 그린 듯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통상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3배가 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만 17만 컷을 그렸다고 하네요. 이 기록은 비슷한 기법의 <가구야 공주 이야기>가 제작되기 전까지 지브리 최고의 그림 컷수 기록입니다.
애니메이션은 그 제작의 특성상 많은 부분이 인건비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렇게나 많은 그림을 그리다 보니 제작비가 무시무시하게 들어갔습니다. 당시 약 20억 엔의 제작비가 들어갔지요. 그런데 수익 면에서 기대를 훨씬 밑돌게 됩니다. 배급수익으로 60억 엔을 기대했는데 이에 한참 모자라는 8억 2천만 엔 정도에 머물렀지요. 뭐 일반적으로 말해 ‘폭망’은 아니지만 기대 수익이 월등히 높았다 보니 실망감이 컸을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이 엄청난 흥행 부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인 니혼테레비의 회장은 이 작품을 엄청나게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가구야 공주 이야기>를 만들어 내게 되는 발단이 됩니다. 나중에 말하겠지만 지브리 망조의 조짐이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
이번에도 철저한 고증이 들어갔습니다. 극 중에 나오는 월광가면은 실제로 1950년대 일본에서 방영했던 히어로물이더군요. 배경음악도 당시의 노래를 그대로 가지고 왔고요.
본문의 이미지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오직 작품 소개 및 본문 포스팅을 위해서 쓰였으며, 문제시 즉각 삭제하겠습니다.
이 글의 저작권은 저자(황지언)에게 있습니다.
저자의 동의 없이 상업적 이용과 본문의 무단 수정을 금지합니다.
다만 원문 출처를 밝히기 위해 반드시 밑의 문구와 URL을 함께 넣어주십시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 출처
황지언의 브런치: https://brunch.co.kr/@homoart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