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노케 히메 (もののけ姫, 1997)
수익 193억 엔, 관객수 1420만 명의 흥행 대작 <모노노케 히메>는 전작인 <붉은 돼지> 이후 5년 만에 제작된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이었습니다. 구상만 16년, 제작에 3년, 예산 20억 엔에 달하는 대작 중의 대작입니다. 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오는 이 작품을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나이(당시 50대 중반)와 <추억이 방울방울> 때 모집한 직원들의 젊음과 패기를 그 근원으로 뽑고 있습니다. 그는 액션이 담긴 <모노노케 히메>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더 이상 나이를 먹으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작품 제작을 진행, 그렇게 이 대작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 작품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할 콘도 요시후미가 요절하게 되자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금 제작전선으로 뛰어들게 되지요. 아무튼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작이라는 이야기 때문에 일본에서 개봉 후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어둠의 경로를 이용하여 이 작품을 보게 되었고, 그로 인해 2003년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했을 때에는 엄청난 흥행 실패를 겪습니다. (사실 흥행은 전혀 상관없는 게, 국내에서 개봉한 이유는 극장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DVD 등을 내기 위해서였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스튜디오 지브리로선 마지막으로 물감을 사용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모노노케 히메> 이후 지브리의 모든 작품들은 전부 디지털로 채색되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물씬 풍기는 것 같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최초로 CG룰 사용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럼, 줄거리를 한 번 살펴볼까요?
에미시 마을에 사는 아시타카는 마을을 습격한 재앙신을 처치하고 그 과정에서 오른팔에 저주를 받게 된다. 재앙신의 정체는 커다란 멧돼지로 누군가에게 철포를 맞은 멧돼지가 인간에 대해 증오를 하게 되어 재앙신이 된 것이었다. 아시타카는 오른팔의 저주를 풀어낼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자르고 서쪽으로 떠나게 된다. 여정 가운에 사무라이들에게 습격당하는 마을에서 지코 스님이라는 남자를 구해주고 시시가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시시가미는 사슴신으로 생명과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다. 지코 스님은 천황의 명을 받아 불로장생의 약이라고 알려진 사슴신의 목을 구하러 가던 길이었다.
한편, 계곡에서 식량을 운반하던 타타라 마을의 사람들 앞에 원령공주 ‘산’과 들개신 ‘모로’가 나타나 그들을 공격하였다. 이 여파로 몇몇 사람들이 계곡 아래로 떨어지고, 우연히 그들을 돕게 된 아시타카는 그들을 시시가미의 숲을 지나 마을로 데려다 준다.
타타라 마을은 철을 만들어 살아가고 있었으며 이를 위해 삼림을 훼손하고 숲의 신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동물들을 몰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마을의 지도자 에보시는 철을 노리는 사무라이들과, 숲을 지키려는 원령공주로부터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에미시 마을에 나타난 재앙신도 그 과정에서 그녀의 철포를 맞아서 생긴 것이라고 하였다. 재앙신의 분노에 휩싸여 에보시를 죽일 뻔한 아시타카는 마을의 여성들과 나병환자들의 삶의 희망이 되어주는 에보시에 대한 자초지종을 듣고 난 후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하나 그날 밤 산이 마을에 나타난다.
아시타카는 산과 에보시의 싸움을 중재한 후 산을 데리고 마을을 빠져나오려다 총에 맞아 빈사상태에 빠지게 된다. 산은 목숨이 위태로운 아시타카를 사슴신이 있는 곳으로 옮기고, 사슴신은 아시타카의 목숨을 살려준다. 그리고 산은 사슴신이 아시타카를 살려주었기에 앞으로도 아시타카를 돕기로 결심한다. 상처를 치유한 후 아시타카는 모로와 함께 인간과 자연의 공생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지만 여전히 답이 나오지 않고, 멧돼지 신들의 수장인 옷코토누시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멧돼지 산신들은 인간과의 마지막 전쟁을 준비하게 된다.
마지막 전쟁 직전, 모로는 산에게 아시타카와 함께 살아가기를 권하지만 산은 자신은 원령공주라고 하며 전쟁에 합류하기를 원한다. 몸을 회복한 아시타카는 타타라 마을에 돌아가려 했으나 마을은 지코 스님의 의뢰로 사슴신을 잡으러 간 에보시가 없는 틈을 타 공격을 감행한 사무라이들로 인해 초토화된 상태였다. 마을 사람들은 아시타카에게 에보시를 불러와달라고 부탁하며 아시타카 역시 그렇게 마지막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인간들의 공격을 받은 옷코토누시는 점점 재앙신이 되어가고 산은 이를 막으려다 결국 재앙신의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 아시타카는 필사적으로 산을 구해내려 하지만 힘이 부족하여 자신도 재앙신의 분노에 먹히기 직전 사슴신이 나타나 옷코토누시의 생명을 거두어가며 겨우 구해내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에보시는 사슴신의 목을 총으로 쏘아 떨구어 내고 자신은 모로에게 공격을 받고 한 팔을 잃게 된다.
그렇게 목을 잃은 사슴신은 죽음의 신으로 변해 모든 생명을 흡수해 나가며, 인간과 자연 어느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 죽어나간다. 이 가운데에서도 아시타카는 산을 구하고, 에보시를 구하며, 사슴신의 머리도 구하게 된다. 아시타카를 통해 머리를 돌려받은 사슴신은 그 힘으로 다시금 자연과 숲을 부활시키고, 산과 아시타카의 죽음의 저주도 풀어주게 된다. 그리고 아시타카는 인간들의 마을에서, 산은 자연에서 살아가며 앞으로 만나기를 약속한다.
이 작품을 통해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의 자연관에 대한 관점을 보여줍니다. 크게 인간과 자연으로 나누어 보았을 때, 인간을 대변하는 것은 타타라 마을이고 자연을 대변하는 것은 산을 포함한 모로와 옷코토누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생명과 죽음을 나타내는 사슴신은 그 누구의 편도 아닙니다. 마치 생과 사가 만물 앞에 평등하듯이 사슴신은 모두에게 평등합니다. 그래서 사슴신은 인간인 아시타카를 살려주기도 하고 숲의 신인 옷코토누시를 죽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 아시타카는 자연과 인간들 사이에서 중간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결말에서 아시타카와 산의 화합을 보여줍니다. 자기 자신도 인간이며 인간의 상황을 이해하고 인간의 편을 들지만 동물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고 자연에 다가서려고 하는 아시타카와 인간이지만 인간이기를 거부하고 자연에 속하기를 원하지만, 사실 자연에게도 거부당하는 산의 화합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작은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
<모노노케 히메>의 주인공은 모노노케 히메인 ‘산’이 아니라 ‘아시타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입니다. 물론 영화 제목도 “모노노케 히메”이고 포스터도 산이 중심으로 나와있지만 주인공은 아시타카입니다. 사실 산은 첫 출현도 영화가 시작하고 거의 20분이 지나서야 나타나고, 50분이 넘도록 ‘닥쳐’ 한 마디 외에는 대사 하나 없습니다. (지못미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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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령공주”로도 잘 알려진 이 작품은 “모노노케 히메(もののけ姬)”라는 원어 제목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수입사 대원에선 이 작품의 제목을 제외한 나머지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제목들은 어떻게든 번역해놓았는데 “모노노케 히메”만큼은 예외더군요. 어째서 인지 그 이유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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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화씨는 <모노노케 히메>를 보신 것이 틀림없습니다.
(팬입니다. 예정화씨)
본문의 이미지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오직 작품 소개 및 본문 포스팅을 위해서 쓰였으며, 문제시 즉각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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