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룬 것들은 깨지기 쉬운 걸까
이상해
꿈은 깨 버리는 건데
이루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는 게
이룬 것들은 깨지기 쉬운 걸까
또는 Vice Versa
깨지기 쉬워서 이루고 싶어지는 거라고
너 없는 너네 집 갔다가 그만
돌아갈 길 잃었던 날
이상했어
지도는 있는데 길이 없어져서
지도보다 먼저 생긴 게 길이잖아
흑 하고 떨어지고 싶었어
지도 밖으로,
엔터 치면 사라지는 미아처럼
구석에 원반을 숨겨둔 여름
모서리를 살짝 접어둔 집은
가장자리 흩뜨리면서
팽글팽글 팽그르르
핑 –
다시 찾기 쉬우라고
한번 돌기 시작하면 스스로는 뒤집지 못해
바싹 구워진 심정
실은 들키고 싶었던 거지?
깨지기 쉬운 것들은 창가에 널어 두었어
반쯤은 햇볕이 환해서
집안 어둠을 조금 몰아내고
눈 감으면 어른거리는
익어가는 먼지 냄새
첫 번째 생이 끝나기 전에
먼저 가 있을게
믿을 수 없이 망가진 네가 언제 돌아와도
원점으로 당길 수 있게
얼른 와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를
모아 들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