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하게 Feb 07. 2024

질투가 나는 내 마음이 미울 때

그거 사실, 갖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 질투의 시발점


걔는 나보다 공부도 잘해. 근데 얼굴도 예쁘고, 부모님도 돈이 많아.


고등학교 시절, 옆 반에 한 여자애가 명품가방을 들고 왔는데, 그날로부터 그 친구는 공공연한 '은따'를 당했다. 흠결 없이 잘 살고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의 뒤에는 항상 깎아내리는 목소리들이 존재한다. 이런 식의 에피소드는 끝이 없다. 질투의 영역은 참으로 다양하다. 외모, 몸매, 성격, 목소리, 부동산 보유 여부, 자차 보유 여부, 보유 자산의 가치 상승 여부, 상대방 혹은 자식의 학업우수성, 재능, 다양한 인생의 경험 여부, 학벌, 거주지역, 친구들 수, 커리어 등등. 


질투는 무수한 감정들 중에서 정말 미운 감정에 속한다. 꽤나 미운 감정인 나머지, 자신이 상대 내가 상대방에게 질투를 느낀다는 걸 인정하면 왠지 쫌생이가 된 같아, 대놓고 "아우 질투나!"라고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는다. 이 감정은 참으로 위험해서, 우리를 자격지심에 휩싸이게 만들기도 하고, 가까운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기도 하며, 심하게는 상대에게 해를 가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질투도 감정이다. 감정은 잘못이 없다.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지?' 자책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감정이 드는 건, 어쨌든 자연스러운 거니까.




| 질투란?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우리나라의 오랜 속담이다. 가까운 사람이 잘 되거나 좋은 상황에 있을 때 미워하는 것이다. 정확히는 남을 부러워하는 감정이다. 이 불안과 증오가 뒤섞인 불편한 감정을 우리는 질투라고 부른다. 다만, 현대 사회에는 이웃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의 삶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근 가능하므로, 누구라도 질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삶은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해 보이도록 필터링된 삶이기 때문에, 질투라는 감정을 더 자주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질투는 곧 '내가 갖고 싶은 것, 내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에게 향한다. 생각해 보면 학창 시절, 내가 질투를 느꼈던 친구는 참 여러 명이었다. 하루 종일 붙어서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생활하다 보니, 그 비교와 질투의 감정에 더 취약했던 것 같다. 한 친구는 머릿결이 엄청 곱고, 피부가 좋아서. 한 친구는 선생님들한테 사랑받으면서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고 쿨해서. 한 친구는 공부는 잘 못하더라도 운동이나 비디오그래피에 재능이 있어서. 한 친구는 해외에 살다와서 영어를 너무 잘해서. 




| 질투는 나침반이다


질투가 나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반응은 2가지가 있다.


첫째는, 상대중심적인 반응이다. 나보다 더 '우월한 것 같은' 상대를 나와 같은 위치로 끌어내리려고 한다. 뒷담화, 비방, 헛소문, 폭력, 따돌림, 까내림 등의 방법이 있다. 그 사람이 가진 것을 별거 아닌 것처럼 묘사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낀다. 마치 여우가 신포도를 보며 '맛없을 거야' 하듯이. 질투의 대상을 욕하다 보면 자신보다 더 하찮은 존재로 만들어버린 것 같아 괜히 기분이 풀리는 것 같다. 그리고 그 패턴은 반복된다. 이제는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봐도, 조금의 질투의 감정이 들면 비방할 점, 결점을 찾아서 물어뜯을 태세를 갖춘다. 온 세상이 먹잇감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자기중심적인 반응이다. '내가 왜 질투가 나지?'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해 본다. 그리고 '아, 내가 사실은 저걸 갖고 싶은데 갖지 못해서 그렇구나'라는 사실을 알아챈다. '그럼 저걸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며, 중심을 나에게로 돌린다. 영화 <리플리>에서처럼, 상대의 모든 걸 갖기 위해 상대방을 살해(?)하고 신분을 바꿔치기하라는 게 아니다. 질투를 나침반으로 사용하라는 것이다.



"당신은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질투할 수 없다. 질투는 당신이 원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장치이다." - 멜 로빈스 (Mel Robbins), 미국의 라이프코치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친절할 것


질투가 강해지다 보면, 그 강렬한 감정이 자신에게 돌아오기도 한다. '내 친구한테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지', '내가 너무 부족한 건가' 하면서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감정을 인정해 주고, '질투를 느꼈구나' 나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그 불편한 감정을 견디지 못한 채, 동네방네 뒷담화로 성급하게 해소하려 하다 보면 결국 손해 보는 것도 자기 자신이다. 오히려 감정을 쿨하게 인정해 주는 게 더 멋있다. "나 사실 좀 질투 났어." 굳이 상대에게 말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티는 팍팍 내봤자 좋을 게 없다는 거다. 그럴 거면 그냥, 일기장에 써두자.


너무나 질투 나는 상대가 있다면, 조금 거리를 두는 것도 방법이다. 그 앞에서 전혀 예쁜 말이나 태도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면, 자신의 요동치고 뜨거운 마음을 조금 진정시킬 여유를 주는 것도 필요한 법이다. 이 미운 감정도 다 우리 감정이니, 보듬어주는 방법을 익히는 것도 삶의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