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원을 들어가기 위한 첫 번째 관문
| GRE를 꼭 봐야 하는가
아니, 안 봐도 된다. 너무 스트레스받으면 충분히 GRE를 보지 않고도 지원할 수 있는 학교들도 많아졌다. 코로나 이후의 바뀐 좋은 점이다.
GRE가 필수 요구조건에서 제외된 학교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나는 어찌 됐든 GRE가 미국에서 대학원생의 기초 소양 테스트로 오랜 기간 사용되어 왔고, 그걸 핑계로 강제로(?)라도 영어 공부를 하면 도움 되겠다 싶어서 봤다. 아무래도 강제성이 있고 날짜가 정해진 시험이 있으면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공부를 하는 내 성격을 반영한 판단이었다.
그리고 GRE를 필수로 요구하는 학교들까지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합격한 학교도 GRE를 필수로 요구했던 학교였다.
정리하자면, 나는 지원 학교 선택지를 넓히고 싶었고, 영어 공부를 지금 해뒀을 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으며, 결과적으로는 GRE를 필수로 요구한 학교로 진학을 결정했으므로 나에게는 좋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충분히 개인적 여건에 따라 응시 여부를 판단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GRE는 논리적 사고력과 수학 능력을 확인하는 미국의 대학원 입학시험이다. 영역은 총 verbal, quant, writing 3개 파트로 나뉜다.
* 나는 학원 관계자가 아님을 밝힙니다 *
나는 필요한 자료 (단어장, 기출문제집, 풀이방법 등)를 얻기 위해 딱 1달간 학원을 다녔고, 나머지 보름동안 혼자 준비해서 시험을 봤다. 다행히도 한 번만에 원하는 성적을 얻었다.
내가 수강한 것은 GRE 기초반 한 달 과정이었고, 솔직히 학원비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짧고 굵게 끝내는 걸 목표로 했다. 질질 끌면 나만 힘들어질 것 같았다. 학원에서는 기초반 학생들에게 종합반이나 심화반을 추가로 수강하기를 권유하는 분위기였는데, 나는 그냥 딱 필요한 내용만 얻는다고 판단하고 주 3회 기초반 한 달만 들었다.
나는 총 340점 만점에 331점으로 시험을 마쳤다.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 이상으로 점수가 높다고 해서 합격 가능성이 더 확연히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여, 시험을 더 추가로 치르지는 않았다..
1. 단어암기
단어는 모든 영역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하루에 공부시간이 100이라고 하면 40 정도는 보카에 투자했다. 학원에서 받은 유명한 ‘거만어(거의 만점 받는 어휘였나...?) 단어장을 가지고 공부했고, 예문들이 곧 기출문제기 때문에 verbal 영역 공부도 동시에 되었다.
학원 다닌 기간 포함 시험 보는 날까지 총 40일의 시간이 있었다. 그 안에 30일어치 단어를 외워야 했기 때문에, 총 4 회독을 목표로 영역을 쪼갰다.
처음에 양이 너무 많다고 느껴서 좀 부담스러웠는데, 일단 무조건 1 회독은 기한 내로 끝내는 걸 추천한다. 왜냐면 일단 많더라도 한 번 쭉 끝까지 보고 나면, 뇌가 ‘아 나 이거 알아’ 하고 착각을 하여 마음의 장벽이 좀 낮아진다고 한다. 나에게는 실제로 효과적이었다. ‘이걸 언제 다 해’에서 ‘할 수 있겠다’로 생각이 바뀌어갔기 때문이다.
아래는 나의 공부 방법이다. 10일에 1 회독을 하는 식으로 총 4번을 돌렸다.
1회독 - 3일 치/ 일 * 10일 - 모르는 단어만 표시
2회독 - 3일 치/일 * 10일 - 모르는 단어 어원, 어근 확인 & 예문 확인
3회독 - 3일 치/일 * 10일 - 동의어, 반의어 같이 확인
4회독 - 3일 치/일 * 10일 - 최종적으로 모르는 단어들 엑셀에 따로 정리해서 틈틈이 봤고, 손으로 쓰고 읽으면서 익힘
추가로 잠들기 직전 침대에서 Quizlet이라는 어플을 사용하여 모르는 단어를 정리하고, 보다가 잠들고는 했다. 자기 전에 보고 자면 기억이 오래 남는다는 고전적인 공부방식을 사용했다.
2. Verbal 영역
일단 학원에서 배운 유형별 풀이 노하우에 충실하게 풀었다. 추가적으로 기출문제를 많이 풀었다. 나의 경우, 시험에서 내가 기출문제로 풀어봤던 독해 지문이 나왔었고 꽤나 시간 단축이 됐다. 운의 영역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확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 Quant
수학 영역인데 개념 자체는 중학교 2학년 수준 수학이라서 어렵지는 않았다. 따라서 개념 복습은 학원에서 퀀트 영역 한 시간 듣는 걸로 충분히 커버가 됐다.
이 영역은 수학 지식보다는, 수학 용어나 수학 문제에 대한 독해가 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문제에 헷갈리는 표현이 있을 수 있어서 제대로 해석해 내는 연습에 집중했다. 자료는 학원에서 준 기출문제와 아래 소개할 기출 사이트의 문재들을 시간 내에 푸는 연습만 했고, 틀린 문제 복습하는 정도로만 보았다. 많이 풀어보지는 않았다.
4. Writing
학원 첨삭을 최대한 이용했는데도, 해봤자 한 달이라서 4번밖에 못 받았다. 학원 다닐 때는 그냥 수업에만 충실했고, 시험이 열흘 정도 남았을 때, 혼자 챗GPT로 채점하면서 풀어봤다. 기출 지문과 주제는 ETS의 GRE 공식 사이트에 다 올라와있기 때문에 혼자서 충분히 연습할 수 있다. 당연히 모든 주제를 준비하지는 못했지만, 랜덤으로 골라서 시간 내 작성하는 연습을 격일로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6점 만점에 4점을 받았던 영역이다.
5. 모의시험
1) KMF 사이트 (링크)
KMF 사이트는 GRE 기출문제를 다량으로 모아둔 중국 사이트다. 사이트는 중국어로 돼있지만 번역기 켜면 되고, 어차피 문제는 다 영어로 나와있으므로 사용에 전혀 지장 없다. 기출문제집을 얻기 위해서는 학원에서 심화반을 수강했어야 하지만, 그러느니 차라리 돈 아껴서 혼자 공부하기 위해 이용했던 사이트고 잘 이용하면 충분히 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ETS 무료 기출문제 (링크)
GRE시험의 주관사인 ETS 공식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무료 모의시험은 2세트이다. 나는 감을 익히기 위해, 시험 보기 2주 전부터 3일 정도 간격으로 총 2회씩 풀어보았다.
GRE 시험은 과거 기출문제가 반복되어 출제될 수 있기 때문에, 전부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많은 기출문제들을 풀어보는 것을 목표로 했다. 특히 지문이 중복 출제될 수 있으므로, Verbal 영역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풀어본 문제는 워드파일에 오답정리를 해서 이동하는 시간 등을 이용하여 틈틈이 다시 보았다.
사실 나는 GRE를 보기 전에 겁부터 먹었던 게 사실이다. 생소한 시험이기도 하고, 원어민에게도 악명 높게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실제로 교포 친구에게 한 문제를 풀어보게 했는데 못 풀더라...) 지레 쫄아버렸다. 빨리 끝내고 싶은데,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당시의 내게 꼭 필요했던 말은, 그냥 쫄지 마, 그래봤자 그냥 시험이야. 망하면 다른 길도 충분히 있고 이거 점수 없다고 해서 지원 못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재밌게 공부하고 봐. 이런 말이었다. 혹시나 지금 GRE 시험 때문에 겁먹고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