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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하게 Aug 04. 2024

미국 석사 유학에 필요한 것들

+ 타임라인

나는 유학원이나 컨설팅 같은 건 받지 않고 혼자서 유학을 준비한 케이스다.


처음엔 불안해서 유학 박람회를 가봤는데 겁만 잔뜩 주더라. 학점이 좀 낮다느니, 전공이 다르다느니, 경쟁이 치열하다느니 등등. 그걸 객관적인 평가라고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불안을 팔아 손님을 구하는 산업이라고 생각돼서 유학원을 통하지 않기로 했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습니다!) 어차피 돈도 아껴야 했고, 이런 준비 과정도 혼자 겪어볼 줄 알아야 가서도 무슨 일이든 다 잘 극복할 수 있겠다는 나 나름의 판단을 내렸다.




큰 물줄기를 잡는 대학 정하기가 첫 번째 단계이다


| 대학 정하기

네임밸류가 최고의 가치인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전공 학과별로 우수한 학교가 따로 있다. 그중에는 우리가 평소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한 대학들도 수두룩하다. 정말 많은 대학교 중 지원하려는 대학을 추리는 것도 일이다. 나는 US News 사이트랑 지인들의 조언을 참고하여 각각 랭킹 10위, 20위, 30위 내에서 학교를 추려냈다.


사실 결국 자신만의 기준으로 지원을 하면 된다. 지원자들 중에는 탑 랭킹만 쭉 지원하는 사람들도 있고, 특정 지역 (e.g. 캘리포니아)에 있는 학교들만 지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자리가 많은 주를 위주로 지원하기도 한다. 나는 어디를 지원하든, '이거 하나만 붙더라도 무조건 갈 곳'들만 지원했는데, 대체로 상향지원을 했다. 내 돈 들여서 가는 거다 보니, 이왕이면 투자한 값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좋은 학교에 가고 싶었던 욕심도 한몫했다.




두 번째 단계는 성적 만들기이다. 눈에 보이는 숫자와 수강이력 등을 만들어야 한다.


| 대학교 학부 성적 (GPA)

학업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학부 성적을 요구한다. 미국 기준 4.0으로 환산해서 지원해야 하며, 환산할 수 있는 사이트는 각각의 대학 사이트에서 친절히 설명해 준다. 보통 사이트들에는 최저 지원가능 학점이 2.7 혹은 3.0 수준으로 생각보다 낮게 나와있지만, 합격생들의 평균 학점은 그렇지 못하다. 반면에, 나는 학부 때 성적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고, 중간정도 했던 거 같다. 그 부분은 내가 바꿀 수 없는 거라서 그냥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나에게는 과거 직장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력으로 상쇄될 거라고 굳게 믿었다.


| 영어 성적

TOEFL 혹은 IELTS 시험은 영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웬만한 학교들은 필수로 요구한다. 하지만 GRE 시험은 필수가 아닌 곳도 많아졌다.


유학을 다짐했을 때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영어 성적이다. 새로운 전공 공부도 힘든데, 영어까지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좀 됐다. 또한, GRE와 TOEFL 각각의 시험은 등록하는데만 220불, 한화로 약 30만 원의 비용이 나가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담 때문 에라도 한방에 끝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결론적으로, 나는 GRE 시험은 Verbal 163, Quant 168, Writing 4로 마무리했고, TOEFL은 112점으로 마무리했고, 시험은 딱 한 번씩만 치렀다. GRE는 특히 난생처음 보는 시험이기도 했고, 전국의 미국 대학원을 지망하는 머리 팽팽도는 학생들과도 경쟁해야 된다는 생각까지 들자 굉장한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시험은 시험이다. 그냥 나만 잘하면 된다. 


| 선수과목

공대 석사 전공을 위해 선수과목 이수가 필요하다. 나는 문과였으므로 당연히 선수과목을 들었을 리 만무하다. 내가 지망한 학과는 데이터 사이언스,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였는데, 미적분(1학기~4학기까지 다양하게 요구), 확률과 통계수업,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수업(파이썬, C++ 등), 선형대수 정도를 공통으로 요구했다. 


수업은 사설 학점은행제 사이트에서 이산수학과 파이썬을 들었고, 방통대에 컴퓨터과학과 시간제 학생으로 지원하여 선형대수, 대학수학(미적분), 자료구조, 통계학기초 수업 등을 들었다. 그리고 추가로 UCSD extended studies에서 온라인으로 다변량 미적분 수업을 하나 더 들었다. 해당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한국의 교육기관이 없었지만, 해당 과목을 요구하는 학교들이 많았기에 비싼 수강료를 내고 이수했다.


학교들에 메일을 보내서 혹시 coursera와 같은 온라인 강의로 들은 것도 선수과목 이수 인정이 되냐고 물었지만, 대체로 안 되는 경우가 많았고, 되더라도 시험을 다시 치러야 한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그냥 깔쌈하게 공식 인증된 기관에서만 학점을 채워서 제출했다.




다음은 글 쓰는 영역이다. 점수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에세이 부분에서 정성적인 평가가 들어가며 대학원 홈페이지들에서 강조하는 'Holistic (총체적인)' 한 평가가 여기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에세이를 어떻게 쓰느냐, 추천서를 어느 분께 어떻게 받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릴 수도 있다는 경고 아닌 경고(?)들을 많이 들었다.


| SOP, PS

준비하는 데 제일 오래 걸렸던 에세이. 써야 하는 건 크게 2개 종류인데 학업계획서에 해당하는 SOP(Statement of Purpose), 그리고 개인의 연대기 같은 PS(personal statement)가 있다. 다만, 모든 학교가 PS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SOP는 내가 왜 이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고 결심하게 됐는지, 그리고 관련된 일 경험이나 인턴/ 학업 경험을 쓰고, 이 학교의 어떤 교수님의 연구 분야가 나의 관심과 일치하고, 길게는 내 커리어 상에서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은지, 와 같은 흐름으로 작성했다. 이게 말로 들으면 간단해 보이는데 막상 쓰려면 무한 수정을 거듭하게 된다. 


해커스 유학 사이트 들락날락거리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썼나 기웃거리고, 전공이 공학 쪽이면서 경험도 많은 사람들 얘기 보면 또 시무룩해지고... 그러면서 초안만 다른 버전으로 한 10번은 쓴 듯싶다. 그때마다 새로운 에피소드와 구성들로 짜느라 머리에 쥐 나는 줄 알았지만, 어쨌든 데드라인에 맞춰서 잘 마무리했다.


| Resume

이력서다. 경력사항, 학업사항, 그리고 기타 선수과목 수강한 내역, 자격증, 대/내외활동, 동아리나 봉사활동에서의 리더십 경험, 그리고 기타 등등의 경험들을 포함한다. 예전에 만들어놓은 게 있긴 하지만 전공이 바뀌는 거였기 때문에 방향성에 대폭 수정이 필요했다.


1장에 깔끔하게 적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내가 비전공이다 보니 이쪽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면 최소 2페이지는 작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굉장히 많은 고민을 거듭하다가 그냥 2페이지를 꽉 채워 작성했다.


| 추천서 

대학원 지원에는 추천서가 2~3장 정도 필요하다. 추천인은 보통 대학교 교수님, 회사 다닐 때의 상사분들 등이 있다. 또한, 업무 경험이 몇 년 이상 있는 사람의 경우 직장 상사를 두 분 이상 포함하여 제출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들이 걸려있다.


사실 나 혼자 에세이 갈아엎고, 시험준비하는 건 어쨌든 나만 열심히 하는 되는 문제라서 마음은 편하다. 근데 추천서는 추천인께 좀 귀찮을 수 있는 부탁을 드려야 하고, 나를 기억하시지 못할 수도 있는 대학 교수님께까지 연락을 드려야 되는 거라서 마음에 굉장한 부담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흔쾌히 수락해 주시고 써주시겠다고 하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 갈 수는 없는 유학길이었는데, 그 길을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아야겠다.




| 타임라인

5-6월 : GRE 학원 + 시험

7-12월 : 선수과목 수강

8-12월 : SOP, PS resume 작성

10월 : TOEFL 시험, 추천서 요청

12월 : 지원 시작

2-4월 : 합격 발표


대략적인 타임라인은 이러하다. 처음 해보는 과정이었고, 여기저기의 조언과 후기들을 참고하며 진행했지만 여전히 혼자서 모든 걸 알아서 챙겨야 했기 때문에 꽤나 불안한 과정이었다. 합격 발표가 날 무렵쯤에는 이메일을 하루에도 수도 없이 들락날락거리기도 했다. 다 지나오고 난 뒤 다시 돌아봐도 쉽지 않은 준비 과정이었지만, 좋게 보면 뭐 하나 제대로 준비된 거 없어 보였던 나도 했으니 다 할 수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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