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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영 Sep 08. 2022

너는 그저 내게 맡겨졌을 뿐


찬송. 아이를 품은 엄마의 몸에는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변화가 일어나.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에 툭 던져진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고 (이걸 입덧이라고 해) 아이가 넉넉하게 클 수 있게 배가 부풀어 오르기도 하지. 이제껏 내가 겪어 온 과정이기도 해. 그중 가장 신비한 경험은 태동. 그러니까 네가 뱃속에서 움직이는 게 느껴졌을 때야.


지난 편지에도 내가 밤 잠을 잘 깬다고 했었지? 너를 품은 거의 모든 날 그랬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자다가 눈이 번뜩 떠졌어. 아무런 이유 없이. 그와 동시에 네가 뱃속에서 신나게 움직이는 게 느껴졌어. 모두가 깊이 잠든 이 밤에, 발버둥 같기도 하고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한 역동적 움직임. 내가 잠을 잔다고 해서 너도 같이 잠드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지. 절대 나의 소유가 아니구나. 그저 내게 맡겨졌을 뿐이구나.


네가  안에 있을 때에도 나와는 구별된 지극히 개별적인 삶을 꾸려왔다는 것을 기억할게. 네가 세상에 나와서  도움 없이는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때에도 네가  것이 아님을. 그래서 내게 맡겨진 시간 동안  소중하게 돌보고 가꾸어 줄 거야.  편지를 쓰는 와중에도  세상을 넓히려는  발로 뱃속을 톡톡 밀어내는 너를 느끼며.


너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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