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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영 Sep 05. 2022

새벽에 일어난 일



찬송. 나는 요즘 통 잠을 못 자. 선잠을 겨우 자는 편. 그런데 간 밤에는 잠 못 들은 덕분에 따끈한 에피소드를 건졌어. 늘 그렇듯 새벽 두시쯤 깨어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있는데 갑자기 현관의 센서가 팟 하고 켜지는 게 아니겠어. 그와 동시에 정수기 센서도 울리는 거야. 너무 무서웠어. 센서는 움직임이 감지될 때 반응하거든. 거실엔 아무도 없는데… 누가 들어왔나 싶어서 아빠를 깨웠지. 아빠가 벌떡 일어나 집안을 확인하는데 이상 무. 침입의 흔적은 없지만 이상하잖아. 곰곰이 이 일을 복기해보는데, 문으로 귀신이 들어와 물을 마시러 왔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거 있지. 그걸 센서가 잡은 거고. 갑자기 등골 오싹. 그때 찬송이도 느꼈니?


다음날, 네 아빠는 전기가 나갔다 들어와서 집의 센서들이 다 켜진 것 같다고 하더라. 그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의 상상력도 말이 된다고 생각했어. 이렇게 같은 사건을 두고도 우리는 해석하는 관점이 달라. 너라면 뭐라고 말할까? 아빠와 가까울지, 아니면 나와 비슷할지 궁금해. 네가 태어나면 같이 얘기하고 싶어. 


아무튼 새벽의 희한한 에피소드는 결국 내가 잠을 잘 못 자서 발생한 건데, 수면장애는 임산부가 겪는 흔한 증상이기도 하대. 그리고 임산부 수면장애에 대한 특별한 견해를 발견했어. 2-3시간마다 눈이 떠진다면 엄마의 호르몬이 아기의 수유 시간을 맞추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거야. 귀신보다 더 소름 돋는 이야기. 나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내 몸이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거지.


찬송. 이렇게 엄마는 나도 모르는 새에 너를 훨씬 더 많이 기다리고 있는 가봐. 얼른 보고 싶다. 그래도 오늘은 단잠을 자고 싶네. 너도 안에서 좋은 꿈 꾸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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