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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영 Sep 03. 2022

너와 나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




찬송. 세상에는 꼭 말로 하지 않아도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어. 네가 내 안에서 보내오는 몸짓처럼 말이야. (바깥에서는 그걸 태동이라고 불러.) 봄바람처럼 미약했는데 어느덧 손과 발로 존재감을 뚜렷하게 표현하는 너를 나는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 아까웠거든. 그리고 그때마다 소리 내어 말했지. 엄마 여기 있다고. 호흡을 연습하느라 딸꾹질을 해대는 너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영원 같으면 좋겠다고. 앞으로는 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도 전해볼까 해.


앞으로 내가 보내는 편지는 소리와 감촉보다는 즉각적이지 않을 거야.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네가 글을 익히는 데에만 수년이 걸릴 거고, 그 시간의 곱절이 지나야만 글에 담긴 마음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사람들은 부러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기도 하니까. 그렇게 닿은 글은 어떤 것보다 오래오래 남을 거야. 글은 강해서 우리가 바뀌는 동안에도 그 상태 그대로 있을 테니까 말이야.


찬송. 생명을 부여받아 이만큼까지 자라온 것이 처음이지. 나 역시 몸속에 나 아닌 다른 존재를 품는 것이 처음이야. 그게 숨을 가진 너라서 문득 내가 꿈속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기도 해. 그리고 이렇게 위대한 일을 내가 해내고 있다는 게 놀랍게 느껴져. 그러니까 이 편지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갈 너와 나에게 쓰는 편지야. 자주 편지할게. 



너를 품은 채 올려다본 그 해 마지막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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