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 아이를 품은 엄마의 몸에는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변화가 일어나.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에 툭 던져진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고 (이걸 입덧이라고 해) 아이가 넉넉하게 클 수 있게 배가 부풀어 오르기도 하지. 이제껏 내가 겪어 온 과정이기도 해. 그중 가장 신비한 경험은 태동. 그러니까 네가 뱃속에서 움직이는 게 느껴졌을 때야.
지난 편지에도 내가 밤 잠을 잘 깬다고 했었지? 너를 품은 거의 모든 날 그랬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자다가 눈이 번뜩 떠졌어. 아무런 이유 없이. 그와 동시에 네가 뱃속에서 신나게 움직이는 게 느껴졌어. 모두가 깊이 잠든 이 밤에, 발버둥 같기도 하고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한 역동적 움직임. 내가 잠을 잔다고 해서 너도 같이 잠드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지. 절대 나의 소유가 아니구나. 그저 내게 맡겨졌을 뿐이구나.
네가 내 안에 있을 때에도 나와는 구별된 지극히 개별적인 삶을 꾸려왔다는 것을 기억할게. 네가 세상에 나와서 내 도움 없이는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때에도 네가 내 것이 아님을. 그래서 내게 맡겨진 시간 동안 더 소중하게 돌보고 가꾸어 줄 거야. 이 편지를 쓰는 와중에도 네 세상을 넓히려는 듯 발로 뱃속을 톡톡 밀어내는 너를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