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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영 Dec 09. 2022

사랑의 언어

찬송아. 엄마의 사랑은 대화로부터 시작해. 그게 소소한 일상이어도 좋고 삶을 관통하는 사건이어도 관계없어. 이야기를 나누면 그 사람을 알게 되고, 알다 보면 궁금해지는 거지. 대화에 몰입할수록 외부의 소음은 차단되고 그 사람의 목소리만 들려오는 거야. 아빠랑도 그랬어. 익선동 골목길을 걸으며 말하고, 따뜻한 커피를 홀짝이며 말하고, 막차를 기다리다 말하고. 그러는 모든 순간에 꼭 이 땅에 우리 둘만 존재하는 것 같더라고. 마음이 깊어질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대화의 가짓수만큼 사랑이 자라났지.


너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사랑에 대해 말하고 싶기 때문이야. 미국의 한 할아버지는 사랑에도 언어가 있다고 했어. 신기하지 않니? 사랑도 언어를 가지고 있다니. 더 흥미로운 건 나라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듯 사랑 또한 사람마다 각자의 언어로 표현을 한다는 거야. 할아버지는 사랑의 언어를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다음과 같이 명명했어.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스킨십, 봉사. 엄마의 사랑의 언어는 함께하는 시간에 나누는 대화인 셈이야.


오늘 너에게 표현한 나의 언어들을 생각해 본다. 짤뚱한 두 팔로 장난감 박스를 번쩍 들어내는 너에게 잘했다, 최고야 하며 박수를 보내고, 네가 특별히 좋아해서 단 한 번도 남긴 적이 없는 분유 빵을 만들고, 머리를 쓸어내리며 이마에 입 맞추고, 혹여나 감기라도 들까 봐 목욕을 마치면 오랫동안 안고 있고. 그 사이사이에 틈틈이 말을 건네지. 찬송아, 이가 간지러워? 왜 이렇게 귀여워요? 우리 아기가 엄마 발 시렵지 말라고 신발 신겨주는구나, 하고. 너는 벌써 투닥투닥 걷지만 아직 내가 도와주어야 하는 것들이 많잖아. 그런 너를 전심 다해 기르기 위해 오늘도 나는 내가 가진 사랑의 언어를 총동원해.


물론 사랑하는 데에 드는 에너지는 어마어마해서 나의 젊음을 송두리째 바치는 것 같지만, 삶은 마땅히 치뤄야 할 값이 있다는 걸 이제는 알아. 그리고 그 대상이 너라면 엄마는 앞으로도 새로운 사랑의 언어를 쓸 각오가 되어 있어. 괜스레 비장하게 얘기하는 것 같지만 대부분의 엄마가 나와 같은 심정일 거야.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고작 두어 개의 언어만 쓰며 이게 최선이다 여기며 살았겠지. 엄마는 네 덕분에 날마다 완전한 사랑을 경험하고 있어. 너를 기르는데 자꾸 내가 크는 기분. 언제나 너를 돌보는 일은 나를 돌보는 일이기도 한 거야.


너의 사랑은 어떤 언어를 가지고 있을까. 네가 골고루 먹은 사랑의 덩어리들이 뱃속에 살포시 안착해서 너를 둥글게 키워갔으면 좋겠다. 뜨뜻하게 잘 품고 있다가 하나씩 떼어서 주변에 나눠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 매일 밤 네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아이가 되게 해달라고 비는 엄마의 기도처럼 말이야. 아, 미국 할아버지 성함은 게리 채프먼. 글자 읽기가 수월해지는 그날에 <5가지 사랑의 언어>를 함께 읽어보자.


세상 모든 사랑의 언어를 기꺼이 쓰고 싶게 만드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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