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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란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

연애의 시기

by 사월

사람들은 연애를 한다. 나와 비슷해서 혹은 나와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다. 누군가와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것, 그것이 연애이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그 '연애'라는 것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마음을 주는 것이 언제나 어렵다. 누군가가 나에게 여러 분야들 중 가장 약한 부분이 어느 것이냐라고 묻는다면 난 주저 없이 바로 말할 것이다. '연애'라고 말이다.





남들은 쉽게도 하는 연애, 왜 나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가 스스로 탓하기도 했다. 그냥 마음이 가면 그 마음을 솔직하게 보여주면 되는데 그게 참 맘처럼 쉽지가 않다. 과거 내 연애를 대신 걱정해주는 사람들은 참 많았다. '어렸을 때 많이 만나야지' '너무 고르지 말고' '가볍게 한 번 만나 봐'라는 말들을 숨도 쉬지 않고 내뱉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난 단호하게 말했다. '솔직히 저는 그런 가벼운 만남은 싫어요'라고 말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진짜 그랬다. 아니, 사실 지금도 그렇다. 옛날 사람이라고, 고리타분하다고 놀려대더라도 '조금은 진지한 만남'을 갖고 싶었다.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고,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나처럼 느리고 겁쟁이인 사람에겐 연애에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정한 슬픔 없이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을까?
지금은 잃어버린 꿈, 호기심,
미래에 대한 희망

언제부터 장래희망을
이야기하지 않게 된 걸까?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고,
1년 뒤가 지금과 다르리라는 기대가 없을 때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니라
견뎌낼 뿐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연애를 한다.
내일을 기다리게 하고,
미래를 꿈꾸며 가슴 설레게 하는 것

연애란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나오는 대사이다. 처음 드라마를 볼 땐 이 내레이션을 공감을 하지 못했다. 구구절절 말하는 '어른들의 연애'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장래희망으로까지 말하는 그 '연애'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젠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꿈이라는 것을 마냥 붙잡고만 있기엔 시간이 덧없이 흐르고, 어제와 조금은 다른 일상을 꿈꾸지만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한 일상 속에서 누군가와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잔잔한 일상에 약간의 빛이지 않을까.


한때 '연애'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괜스레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소개팅을 해볼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나에게 '연애'는 사람들에게 이상해 보이지 않으려는, 남들과 같아 보이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남들 다 하는 연애를 못하는 게 혹시나 뒤처져 보일까 봐 두려움 마음을 갖기도 했다. 다른 일에서도 뒤처져있다고 느껴지는데 연애까지 그렇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초조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려는 연애는 언제나 삐그덕거렸다. 상대방의 마음을 몰라 놓쳐버리고, 타이밍이 빗나가 떠나버리고, 그러다 혼자 가슴앓이 하게 되고.



어떤 일에서든 겁쟁이인 나는 언제쯤 '연애의 준비'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곤 한다. 다가오면 도망가기 급급하고 떠난 후엔 멍한 얼굴로 후회하고 있는 내가 언제쯤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용기라는 것을 연애할 때조차 가져야 한다는 것이 못내 억울하면서도 마음을 다잡아보려 한다. 지난날의 나를 떠올리면서.






친구보다는 가깝고 가족보단 약간은 먼 그런 존재. 펑펑 울며 징징거려도 말없이 받아주는 그런 존재. 맛있는 것, 재미있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그런 존재. 아무 말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존재를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존재가 먼저 다가오길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그런 존재가 되어있자고 다짐해본다. 좋은 사람, 마음 맞는 사람, 따뜻한 사람을 찾아 나서기 전에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길. 그럴 수 있도록 용기를 갖고 조금은 덜 도망치길. 더 담담하고 단단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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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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