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5 (9m 14d), 아빠빠
오늘은 추석이다.
지난 금요일 추석 연휴 시작일부터 알차게 보내고 있다. 또롱이네와 가평 온수풀장에서 1박을 보낸 뒤, 횡성 시댁에 와서 이쁨을 한껏 받고 있다. 얼마나 사랑을 많이 받았는지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재우는 데 1시간 걸렸다. 수면의식 시작한 지 처음으로 9시 다 되어서 밤잠을 시작해 버렸다.
시댁에는 아버님, 어머님, 고모 두 분이 계셨다. 우리 부부까지 하면 어른이 총 6명이다. 고모 두 분은 양갱이 혼을 쏙 빼놓을 만큼 놀아주었다.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좋아라 하는 모습은 집에서도 잘 보여주지 않는 바운스다. 노래도 불러주고 손가락 사용하는 것도 가르쳐주면서 정말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어머님이 형님들에게 양갱이랑 그만 놀고 추석 차례 준비하라고 몇 번이나 다그치실 정도였다. 작은 형님은 양갱이 이유식 먹일 때마다 어느새 내 옆에 와서 바통터치를 기다린다. 양갱이는 특히 큰 형님을 좋아한다. 무슨 이산가족 상봉하듯이 꺄르르 거리고 발을 동동 구르며 팔을 뻗는다. 양갱이가 아빠빠하면 남편은 하던 일 멈추고 안아준다. 이틀 전부터 꽤 분명하게 아빠빠하고 말한다.
덕분에 나는 양갱이를 안을 새가 없었다. 그런데 왜 이리 눈코 뜰 새 없이 바쁠까. 분명히 어른이 6명인데 누구 하나 쉬는 사람이 없고 심지어 다들 바쁘다. 나는 양갱이를 보살핀다는 이유로 추석 차례 준비에서 거의 열외되었다. 눈치껏 뭐라도 할라치면, 어김없이 가서 양갱이 보라고 하셨다. 그마나 추석 차례 설거지라도 남편이 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양갱이는 고모들이랑 남편이 보고, 차례준비도 거의 돕지 못 했는데 나는 왜그리 왔다갔다하면서 바쁘게 뒤치닥거리를 해댔을까. 친정 가려고 시댁을 나서는데 어머님이 수고했다고 하셨다. 듣기 민망할 정도로 한 게 없는데 몸은 차례상 열두번 차린 것처럼 피곤했다. 차암 희한하다.
남편은 내일 출근해야 해서 친정에 못 가고 남동생과 함께 양갱이 데리고 갔다. 1시에 출발해서 8시에 도착했다. 공터에 들러 기저귀도 갈고 휴게소에서 밥 먹이고 달리는 차 안에서 분유를 먹이느라 시간이 길어졌다. 오랜 자동차길이 힘든지 양갱이는 평소에 비해 많이 찡찡댔다. 쪽쪽이도 물리고, 노래도 불러주며 다독이면서 겨우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마지막 수유하러 딱 필요한 짐과 양갱이 데리고 냉큼 올라갔다. 양갱이 겨우 재우고 엄마가 차려주신 저녁밥 먹고 쉬고 있었다. 동생이 엄마랑 산책 다녀오라길래, 머리 아프고 피곤하고 잠온다고 했다.
그랬더니 하나밖에 없는 나의 남동생답게 말했다.
"누나가 한 게 뭐가 있는데? 시댁에서 밥을 차렸나, 설거지를 했나, 운전을 했나. 짐도 내가 다 들고 왔다. 내가 봤을 땐, 누난 피곤할 이유가 없다."
"니가 애 함 키워봐라~"라고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안그래도 내가 왜 그리 바쁘고 피곤하지라고 의구심이 들던 와중이었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누난 한 게 없다고 하니 투상적인 대답 외엔 할 말이 없다.
또롱이
또롱이는 4개월 된 여자아이다. 나도 기적처럼 인공수정으로 40이 훌쩍 넘은 나이에 양갱이를 가졌는데, 가까운 동갑 친구 냥이는 자연임신으로 결혼한 지 1년도 안돼서 또롱이를 가졌다. 더 기적이다. 또롱이는 울거나 힘줄 때 얼굴이 붉어지는 모습이 수채화 같이 투명하고 맑다. 뻐팅겼던 양갱이와 다르게 품에 포옥 안기는 느낌이 부드럽다. 주변에 대부분이 아들이라 더 이쁘게 느껴진다. 내가 보기엔 가냘프고 투명한 여자아인데 레이스 모자 안 쓰면 모히칸 족 아들인 줄 안다. 이해할 수가 없다.
가평 온수풀
온수풀에서 수영하고 아기들을 재운 후 어른들의 밤을 시작했다. 또롱이네는 또롱이 수영시키는 게 주목적이었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20대에도 밤 10시면 꾸벅꾸벅 졸았던 체력이었지만, 어른들의 시간은 새벽 1시도 모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