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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2025.10.8 (9m 16d)

by 슈앙

댁에서 추석 명절을 보내고 바로 대구로 내려왔다. 장장 7시간 걸렸다. 조용하던 정 부모님댁은 지금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양갱이의 배시시 웃음 한 번 보려는 엄마의 재롱과 양갱이 다칠 새라 전전긍긍하는 아빠의 잔소리가 온종일이다. 특히 엄마는 너무 웃어서 그 새 주름살이 는 거 같다며 아이크림을 챙겨 바르시기까지 한다.


양갱이 생후 140일쯤에 친정에 내려간 적 있다. 3주 정도 지낼 계획이었다. 주변 사람들 대부분 '그럼 좀 쉬겠네~ 잘됐다'며 엄마 곁에서 회복하고 오란 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겨우 나아가던 손목과 어깨, 팔, 손가락 관절이 다시 아기 시작했다. 결국 계획과 달리 열흘 만에 수원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가 살림을 손 놓은 지 좀 되었고 약한 편이시라 불안했지만, 같이 육아하면 수월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양갱이는 뒤집지도 못하고 누워있기만 하던 때였는데도 엄마와 나는 기대와 달리 지쳐 나가떨어져버렸다.


엄마는 많은 것을 해주셨다. 첫 날부터 매일 목욕도 시켜주셨고, 분유도 먹이고, 잠재우는 것과 밤중 수유까지 다 하셨다. 나는 그 외 모든 잡일을 했다. 젖병 소독, 빨래, 분유 타기, 정리정돈, 목욕 보조, 그리고 엄마가 피곤하신 경우 대타 대기조 등이 내 몫이었다. 게다가 엄마가 식사를 챙겨주시니, 때때로 설거지와 바닥 청소를 해야 했다. 남편이 해오던 힘쓰는 일도 내가 해야 했다. 예를 들어, 카시트에 애기 태우기, 유모차 접어 트렁크에 넣고 빼기, 유모차 들어 옮기기 등이다. 엄마가 많은 걸 해주셨지만, 남편과 육아할 때보다 일을 더 하는 듯했다.

이렇게 친정에서 지낸 지 주일 만에 온몸이 너무 아프다고 말씀드리고 바로 그 주 주말에 남편을 불렀다. 부모님은 양갱이와 일찍 헤어짐에 너무 아쉬워하셨고 관절통에 시달리는 딸내미를 안쓰러워하셨다. 출산한 지 5개월도 안 됐기에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고, 부모님은 나까지 케어해 주시기엔 노쇠하셨다.


이번 친정 방문은 아직까진 순조롭다. 처음 왔을 때보다 엄마력이 생겼고, 양갱이도 제 몸을 가눌 줄 아니 한결 수월하다. 부모님도 지난번보다 한결 낫다고 하신다. 신기하다. 내내 누워만 있었던 지난번과 달리 이제 여기저기 기어 다녀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고 힘도 세지고 무게도 더 나가 안아주기 더 힘들어졌을 텐데 말이다.


얼마나 여유로워졌는지 나의 미니멀이스트병이 도졌다. 엄마 부엌 수납장에 물건을 모조리 빼내 정리까지 해드린 것이다. 등허리는 욱신거리지만 뻐근했던 근육을 운동으로 푼 것처럼 시원하다. 힐링이다. 일주일 뒤 또 어떨진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친정 온 김에 미니멀리스트 정리 취미나 좀 더 하고 갔으면 좋겠다. 옷방을 건들고 싶은데.. 언제 하면 좋을까. 엄마 설득이 관건이다.


before 사진이 없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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