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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숙면은 얄미워

2025.10.3 (9m 11d)

by 슈앙

어제 양갱이가 오후 낮잠을 건너뛰어 버렸다.

그 와중에 똥은 3번이나 쌌다.

중간에 쉬는 타이밍이 없어 지쳐가는데

양갱이는 졸린 지 엄마 껌딱지가 되어 버렸다.

이러다 5시 넘어서 낮잠 자버리면

밤잠이 너무 늦어지니,

어떡해서든 재우지 말아야 했다.


연휴를 앞두고 할 일이 많은 날이었다.

장난감 반납,

당근으로 산 물건 가져오기,

장보기, 책 반납..

그 외에도 집안 청소와 빨래도 미리 해놔야 했다.

나는 오전부터 계속 종종걸음 치는데

남편은 느긋하고 굼떠 보인다.


요즘 양갱이에게 ‘이리 와~’라고 부르면

그 짧은 팔다리로 다다다다 기어 오는데,

직립보행한 지 40년이 넘은 남편은 하세월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양갱이 먹이는 것과

아침식사 준비하는 건

이미 내 몫으로 정해져 버렸다.

그 동안 숙면을 취한 남편은 아침을 먹고

9시쯤 양갱이랑 다시 아침잠을 잔다.

남편도 지금 성장하는 줄일까.


어제처럼 오전에 해야 할 일이 많은 날에도

양갱이와 아침잠을 자버렸다.

덕분에 11시부터 할 일을 시작했고

양갱이는 장 보고 오는 차에서 10분 자고

체력을 회복해 버렸다.

2시 수유하고 다시 자길 바랐지만,

엄마의 소박한 바람을 비웃기나 한 듯

양갱이는 꺄르르 웃으며 신났다.

양갱이가 아니라 남편이

10분 만에 체력 회복되면 좋겠는데 말이다.


남편이 양갱이 아침잠 자는 동안에

이것저것 일을 처리해 줬더라면,

1시 전에 모든 계획던 일을 마치고

집에서 수유하고 바로 낮잠을 잤을 것이다.

그 시간에 나도 쉬면서

체력도 회복하고 글도 쓰거나 유튜브 보면서

여유를 찾았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짜증 났다.

짜증 난 이 기분을 그대로 둘 수 없어

메시지를 보냈다.

남편의 곧이은 전화.

집안일하지 말고 쉬라며 날 달랜다.

조금 풀린 기분을 안고 밀린 설거지 했다.

11시에 퇴근한 남편이 설거지하느라고

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

또 짜증 날 거같앴기 때문이다.


퇴근하고 온 남편은

설거지해놓은 걸 보며

다시 나를 달래고 토닥였다.


오늘은 연휴 시작이다.

또롱이네랑 가평 온수풀에서 1박 하고

횡성 시댁에 가서 추석까지 있다가

대구 친정에 가는 일정이다.

싸야 할 짐도 많고, 정리할 것도 많은 오전이다.


다행히 오늘은 남편이 7시쯤에 스스로 일어났다.

1차 위기는 무사히 넘겼다.

그다음 2차 위기는 아침잠.

남편은 기어코 아침잠을 포기하지 않았다.

분리수거하고 운동하느라 늦게 잤단다.

대신 양갱이 잠들기 전까지 이것저것 집안일하고

그들의 아침잠 시간 동안

나는 카페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즉, 지금 이 순간도 남편은 자고 있다.

양갱이는 새벽 5시 반부터

내 얼굴을 치며 깨운다.

지금은 일찍 일어난다고 뭐라 하지만

나중엔 늦게 일어난다고 뭐라 하겠지..


남편처럼..


새벽 5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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