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2 (10m 0d)
오늘 양갱이는 10개월을 맞이하여 새벽 4시에 깼다. 이른 새벽부터 나를 타 넘고 발로 차고 얼굴 치는데 축하 세러머니가 과하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엄마력이 생기고 육아자신감이 늘었다며 요즘 육아 할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분유 3번, 이유식 3번, 간식 2번으로 하루 먹는 횟수가 8번이 되니 종일 먹이다가 하루가 다 간다. 신생아처럼 두세시간마다 먹이고 있다. 그래도 숟가락 연습하는 것이나 이삼일에 한 번씩 이유식 만들어야 하는 수고로움은 별 것 아니다. 그보다 힘든 것은 수면 퇴행, 또다시 찾아온 분태기, 분리불안과 기저귀 활어짓이다. 이 네 가지 퇴행으로 마치 100일 전후로 되돌아간 것처럼 하루 종일 졸리고 관절 마디마디가 다시 아프다.
수면 퇴행
통잠 잘 자던 양갱이가 몇 주 전부터 밤중에 2~3번 깬다. 스스로 다시 잠들도록 놔둬봐도 꺽꺽 소리 내며 울어 버린다. 결국 안아 달래고 토닥토닥하며 진정시키고 있다. 겨우 다시 재우고 내 침대로 넘어가면 어느새 또 깨서 엄마를 찾는다. 그러지 않는다 하더라도 몇 시간 뒤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양갱이 침대에서 아침까지 같이 누워 있게 된다. 양갱이는 온 침대를 돌아다니면서 자기 때문에 그 옆에서는 푹 자기 어렵다. 어쩌다 남편이랑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 보면 12시 넘겨 잘 때도 있다. 그다음 날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다시 찾아온 분태기
100일부터 6개월까지 지속되었던 첫 번째 분태기 원인은 잠이었다. 낮잠을 일정한 시간에 재우고 쪽쪽이를 졸업하니 해결되어 한동안 별걱정 없이 수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유식 3끼로 늘리면서 분태기가 다시 찾아와 버렸다. 심할 때는 30ml 먹고 딴짓하고 40ml 먹고 한 바퀴 돌아다닌다. 분유 한 번 먹이는 데 30분이 걸린다. 다행히 이유식은 잘 먹어서 아예 분유 졸업해 버릴까 했다. 유튜브 찾아보니, 분유나 모유에 있는 지방은 두뇌 발달에 필요한 영양분이고 이유식으로 채울 수 없다고 한다. 두뇌 계발에 약한 나는 돌까진 어떻게든 먹이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 지금까지 어찌저찌 하루 수유양 500ml을 겨우 채우고 있긴 한데, 오늘 아침 첫 수유는 150ml 겨우 먹였다. 그럼 오늘은 500 채우기 힘든데.. 에라이~ 이젠 먹고 싶은 만큼만 먹일란다 하다가도 어떻게든 더 먹여보려 애쓰게 된다.
엄마껌딱지
양갱이는 순하고 혼자서 잘 노는 편이다. 낯선 사람에게도 잘 웃는 아이다. 그래서 엄마껌딱지가 안 될 줄 알았다. 추석 연휴 동안 낯선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럴 때가 되서 그런지 분리불안이 생겼다. 안아 달라고 찡찡대는 빈도수가 늘었다. 등 뒤에라도 내가 있어야 안심한다. 혼자 놀다가도 나를 찾아 기어 달려와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진다. 한 쪽 다리를 양갱이에게 내어주고 줄줄 내려가는 바지 추켜세우느라 세탁기에 빨래 가지러 가지도 못 한다. 오늘 아침에는 한 손으로 양갱이 안고 한 손으로 쌀 씻고 밥을 안쳤다. 목이랑 어깨가 결리고 아침에 일어날 때 무릎이 아프다. 그래도 팔 벌려 안아달라는 양갱이를 외면하기 어렵다. 그러기엔 너무 귀엽다.
기저귀 활어
기저귀 가는 게 제일 힘들다. 천기저귀다 보니 흡수천 고정시키랴, 방수팬티 입히랴 일이 많다. 기저귀 벗기면 시원한지 바로 몸은 홱 뒤집어 빨빨빨 도망가버린다. 잡으러 가면 마치 술래잡기하는 것처럼 양갱이는 깔깔깔 웃으며 재밌어라 한다. 겨우 잡아 눕혀도 파닥파닥거리는데 활어가 따로 없다. 한 번은 기저귀 채우다 지쳐 벗겨놓은 채로 아주 잠깐 거실에 놔뒀더니, 어느새 오줌 싸고 그 위에서 참방참방 물놀이하고 있더라. 몸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거실 바닥 닦고 일만 더 많아졌다. 요즘 같아서는 천기저귀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다. 그래도 나의 환경주의 소신을 꺾을 순 없다. 그래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천기저귀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기저귀를 찾아보고 있다. 지금까지 땅콩기저귀나 Flat 기저귀를 Snappi에 고정하는 방식으로 했는데, 오늘부터 찍찍이가 있는 T자형 기저귀를 사서 사용해보고 있다. 더 좋은 방법은 기저귀를 떼는 것이라 어제 이케아에서 아기 변기를 샀다. 지인이 돌 전에 기저귀 떼는 것에 전재산을 걸었는데 서울에 집 하나 살까 싶다.
10개월 아기의 퇴행이라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엄마인 내 입장에서 그렇다. 양갱이에겐 성장과 발달 과정이겠지. 힘들긴 해도 조금씩 말귀 알아듣는 것이 신기하고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이것저것 살펴보는 모습을 보면 미소가 절로 난다. 그래도 위엣 4가지 중에 하나라도 해결이 되면 훠얼씬 훠어어얼씬 수월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