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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 죽? 토핑? 자기주도?

2025.10.27 (10m 5d)

by 슈앙

이유식 시작한 지도 벌써 4개월이다. 미음에서 무른 밥으로, 분유 보조식에서 삼시 세 끼로 무사히 넘어갔다. 입자감, 먹는 시간, 분유량 조절, 재료 등 고민할 거리가 참 많았다. 여전히 이랬다 저랬다 하고 있으니, 얼른 분유 끊고 어른밥으로 넘어가길 학수고대 중이다. 4개월 내내 지금까지 고민 중인 것은 이유식 스타일이다.


이유식 스타일은 죽형식, 토핑형, 자기주도형이 있다. 나는 주로 죽형식으로 이유식을 만들고 있다. 토핑형과 자기주도형도 가끔 시도하긴 한다. 어른 밥 할 때, 간 하지 않고 조리해서 토핑처럼 얹혀 주곤 한다. 대표적으로 갈치나 계란을 그렇게 하고 있다. 고기를 손에 쥐여주기도 하고 요거트 먹을 때 숟가락으로 직접 먹어 보게 하는 간이형 자기주도식도 시도했다. 제대로 된 자기주도형은 아니지만, 그마저도 일주일에 한 번 할까 말 까다.


토핑형을 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양갱이가 잘 먹는 아기가 아니기 때문에 재료가 한데 어우러져 감칠맛이 있는 죽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갈치나 계란같이 맛있는 재료라면 모를까, 당근이나 브로콜리는 토핑으로 하면 입을 앙 다물 거 같다. 죽도 맛없거나 입자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먹이기 참 힘들다. 다른 이유는 죽이 만들기 편하다. 냄비에 그냥 끓이면 그만이니 재료 준비부터 뜸 들이기 전까지 30분이면 금방이다. 토핑형은 재료별로 따로 다지고 삶고, 찌고, 얼리고 녹이고 먹여야 하니 일거리가 많다. 추가로 토핑이유식 필수템이라는 실리콘 큐브가 없다. 물건 늘리기 싫기도 하고 실리콘 역시 화학제품으로 환경에 악영향 줄 뿐 아니라 플라스틱보다 재활용이 쉽지 않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주도형은 토핑형보다 더 힘든 거 같다. 토핑형과 마찬가지로 재료별 따로 삶고, 찌고 구워야 할 뿐 아니라 아기가 스스로 선택하고 먹는답시고 먹여주지 않으니 온 집안 난장판이 된다. 양갱이가 집중해서 음식을 살피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청소야 그러려니 하지만, 한편으론 이게 맞나 싶다. 요즘이야 음식 가지고 놀아도 촉감놀이라고 생각하지, 먹을 게 귀할 때는 엄두도 못 낼 방식이 아닌가. 자기주도는 음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교육해도 되지 않을까.

이게 맞나 싶은 자기주도식


주변에 딱히 물어볼 데도 없으니, 인터넷과 책으로 찾아보면 토핑형과 자기주도형을 미각 활용, 두뇌 계발, 소근육 발달 등의 이유로 강추하는 추세다. 이러니 저러니 해보긴 해야 할 거 같다. 마침 가장 가깝게 지내는 콩떡이네가 토핑이유식한다길래, 지난 주에 한 수 배우러 방문했다. 콩떡이는 7개월에 이미 11kg로 자이언트 베이비다. 죽형은 10분 만에, 토핑형은 20분 만에 완밥하고 바로 분유도 스스로 남김없이 먹는 아기다. 아랫니까지 났으니 브로콜리나 당근을 생으로 줘도 잘 먹을 거 같다. 첫술 뜨는 데 인내심을 가지고 입을 스스로 열 때까지 기다려줘야 하는 양갱이와 달리, 자리에 앉자마자 제비 새끼마냥 입을 쫙쫙 벌리는데 내 속이 다 후련하다.

이유식 입 쫙쫙
분유 스스로 쪽쪽

그런데 이유식을 3번 늘릴 때, 죽형식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한다. 설거지가 너무 많이 나오고 큐브를 다양하게 만들어 놓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엥?! 토핑형 배우러 갔다가 죽형식으로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를 찾아버렸다. 그래도 죽형을 유지하되 일주일에 한두번씩이라도 시도해볼까 한다. 토핑형이든 자기주도형이든 두뇌 계발에 좋다고 하니 말이다.




콩떡이에게 이마키스하는 양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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