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걸리겠지만 이사할 생각이다. 나중에 복직하고 나면 내 직장과 집 거리가 워낙 멀어 양갱이 보살피는데 무리이기 때문이다. 회사 다닐 때 출퇴근 시간만 3~4시간이다. 회사가 통근버스가 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엄두도 못 낼 거리다. 그에 비해 남편 직장은 바로 집 근처라 가깝지만 1인 사업장이다.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면 이런저런 이유로 애를 데려가야 할 일이 많다던데, 둘 다 무리다. 나는 연락받고 바로 출발한다 해도 2시간 걸리고 남폄은 1인 사업장이라 매번 자리 비우기 쉽지 않다. 그래도 이 문제는 시터를 고용하면 해결이 가능하다. 주변 지인은 시급을 올려 갑작스러운 호출에도 언제든지 아이를 데려갈 수 있는 시터를 구했다고 한다.
양갱이와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이 주말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중 회사 출근하면, 점심 식사는 물론 아침 식사도 오전 6시 전에 나가야 해서 회사에서 해결할 거 같다. 저녁 식사 또한 집에 도착하면 칼퇴해서 달려가도 8시 반이니 이미 양갱이가 자고 있을 시간이다. 식사는커녕 주말에나 얼굴이라도 보겠다. 육아서 중에 부모와의 식사를 굉장히 중요하게 다룬 내용을 본 적 있다. 한 자리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할수록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두뇌 발달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만일 회사 근처로 이사하면 아침과 저녁을 같이 먹을 수 있으니 훨씬 낫다.
문제는 남편의 직장인데, 고민 끝에 남편 사업장도 내 회사 근처로 옮기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나와 양갱이의 변화보다 남편에게 매우 도전적인 실행이고 힘든 결정이었다. 새로운 곳에서 아무런 기반 없이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의 역량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단순히 낙관적으로만 본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같이 살면서 옆에서 보고 느낀 나만의 확신이랄까. 상황상 필요한 도전이긴 하지만 해볼 만하고 잘 해낼 거라 생각한다.
오늘 처음으로 회사 근처 집을 보러 갔다. 산을 끼고 있는 아파트는 한적하고 깔끔했다. 마음에 들었다. 남편은 네이버지도로 미리 볼 때부터 기대했었다. 얼른 이사하고 싶지만, 살고 있는 집도 해결해야 하고 금전적 문제도 있으니 당장은 어려울 듯하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단지를 발견한 것만으로 우선 현재 단계에서 만족한다. 하나씩 단계를 밟아 나가보자는 생각이다.
집 보러 다니는 동안 양갱이는 작은 고모댁에 맡겼다. 엄마껌딱지가 된 양갱이가 혹여 울면 데리고 다닐 생각이었는데 웬걸 너어무 잘 지냈다. 작은 형님은 최대한 늦게 오라며 집만 보지 말고 데이트도 하고 오라며 등 떠밀어주었다. 덕분에 맛집에서 맛난 것도 먹고, 나중에 양갱이가 파충류 키우자고 할 수 있겠다 싶어 근처 파충류 가게에 가서 뱀도 만져보고 데이트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