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도 유전인가..

2026.4.8 (15m 17d)

by 슈앙

양갱이는 겁이 많은 편이다. 아이의 특징을 이렇게 단정하고 싶지 않지만, 다른 아기들에 비해 잘 긴장하는 것은 확실하다.


특히 소리에 예민하다. 생소한 기계 소리가 들리면, 화들짝 놀라 겁에 질린 얼굴로 엄마를 찾는다. 로봇 청소기가 돌아다닐 때는 다른 집안일 못 하고 양갱이 안고 있어야 했다. 자기보다 훨씬 어린 아기들이라도 빽! 하고 소리 지르면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요즘에는 놀이터에서 누나 형아들이 양갱이 이쁘다고 몰려오는데, 그 웅성거림에 나를 꼭 잡고 놔주질 않는다. 나긋한 목소리로 천천히 다가오는 할머니들을 가장 좋아한다.

5개월이나 어린 아기한테도 움찔하는 양갱이


아들이라 과격하게 놀아주고 싶어도 양갱이가 거부한다. 아기를 머리 위로 올려 살짝씩 던지는 놀이는 꺄르르 웃고 난리가 난다는데, 양갱이는 두 번째 던질 때 이미 겁에 질린 표정이다. 얼른 품에 안아 토닥여 줘야 한다. 얼마 전에, 벚꽃 놀이 가서 항공샷을 찍는데, 양갱이 표정이 전혀 즐겁지 않아 보여 금방 내려놔야 했다. 엄마아빠 체력을 생각해 주는 것일까.


벚꽃 항공샷이 재미없는 양갱이

어딘가 넘어지거나 떨어져 머리 쿵하고 울었던 경험이 있으면 절대 반복하지 않는다. 고양이 출입구에 머리를 넣었다가 안 빠져 운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머리를 넣은 적이 없다. 며칠 전에는 놀이터에 있는 운동기구에서 떨어져 한참 울었는데, 그 뒤론 그 운동기구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남자아이라면 몸으로 과격하게 놀아주고 어느 정도 위험한 놀이도 해야 한다던데, 양갱이 기질이 그렇지 않다. 그나마 몸으로 놀아주는 수준은 안고 음악에 맞춰 춤추는 수준이다. 스스로 몸을 가누고 나서부터는 한 손으로 들고 뛰기도 하고 뱅뱅 돌기도 한다. 꺄르르 웃고 좋아라한다. 파악한 바론, 몸이 어디든 닿아 있어야 안심하는 거 같다.


양갱이의 겁 많은 기질이 좋고 나쁨의 어떤 것은 아니지만, 웬만하면 위험하니 하지 말란 소리는 안 하려고 한다. 어딘가 위로 올라 가려하면 잘한다 그러면서 옆에서 잘 보고만 있는다. 모서리에 머리 쿵할 거 같아도 굳이 모서리를 막지 않고 스스로 높이를 체감할 수 있게 했다. 그렇다고 안전함을 담보로 하진 않지만, 여느 엄마들에 비해선 위험한 것에 대해 관대한 편인 거 같다.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 때만 도와주고, 그러지 않으면 보고만 있으려 한다. 너무 제지를 안 해서 남편에게 잔소리를 듣긴 한다.


문제는 남편은 더 겁이 많다는 것이다. 양갱이가 10cm 이상 높이 위로 올라가는 것을 불안해하고, 나가면 양갱이 손 놓고 다니지 않으려 한다. 집에서 양갱이랑 놀아주라고 하면 안고만 있는다. 내려놓고 몸으로 놀아주라고 다시 얘기하면, 양갱이 뒤를 그저 졸졸 쫓아다니기만 한다. 식기세척기 문을 열고 그 위로 올라가서 그릇을 함께 꺼내 정리하는 것이 하루 일과인데, 남편은 불안해서 못 한다. 남편이랑만 있을 때는 식기세척기 문이 양갱이가 못 열게 항상 꼭 닫혀 있다.


나는 다 커서 고소공포증이 생기긴 했지만, 혼자 아프리카와 남미여행도 다녔고 스카이다이빙도 했었다. 살사를 출 때도 아크로바틱이 있는 춤을 좋아해서 안무가 현란했었다. 부모님은 이런 내가 걱정되어 제발 어디 가서 객기 좀 부리지 말라는 말씀을 항상 하셨다. 그에 비해 남편은 해외 여행지를 고를 때도, 각종 국제 사회 문제를 들춰내 얼마나 위험한 지역인지에 대해 설파한다. 잔디밭에 앉고 싶어도 매번 진드기의 위험성에 대해 얘기해서 나는 결혼 후 잔디밭에 그냥 앉은 적이 없다.


양갱이와 나뭇가지로 들고 휘두를 때, 나는 같이 칼싸움하자고 나뭇가지를 찾는 반면 남편은 그 나뭇가지에 양갱이가 찔려 다칠까 봐 전전긍긍이다. 남녀가 바뀐 느낌이다. 덩치는 산만한데 말이다. 양갱이와 몸으로 노는 것에 불안감이 높다. 남편은 양갱이를 품에 안고 노래 부르거나 듣는 것을 제일 편안해한다. 양갱이도 그것을 즐기긴 하는 게 더 웃긴다. 나름 노력하고 있지만 남편에게 양갱이 맡겼다간, 양갱이 조심성이 더 심해질 거 같다.


남편은 양갱이의 겁을 좋게 평가한다. 겁이 많다는 것은 당장의 상황에 대한 파악뿐 아니라 그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여 다칠까 봐 혹은 불안해서 겁이 나는 것이기 때문에 똑똑하다는 것이다. 오~ 맞는 말인 거 같다. 나는 겁 많은 기질을 덜어지도록 도와주려는 반면, 남편은 양갱이의 겁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긍정적으로까지 해석했다. 또 그런 면에서는 나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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