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너희 아버님한테도 얘기했잖니. 며느리가 겨울에도 반소매 입는 건 옷이 없어서 그런 거라구."
시댁에 첫인사드리러 갔을 때가 12월이었다. 그때 입고 간 옷이 검정의 울 원피스인데 반소매였다
강남역 중고 마켓에서 브랜드 있는 옷이라 5만 원이나 주고 산 예쁜 겨울용 원피스다. 얼마 전에 많이 늘어나 처분하긴 했지만 참 아끼던 옷이었다.
어머님 눈에는 이 겨울에 반소매 입은 모습이 의아하셨나 보다. 실은 첫인사하던 날만은 아니다. 겨울에도 여름용 옷을 곧잘 입는 편이다. 여러 겹 입거나 안에 내의를 입으면 할랑한 여름 바지도 겨울에 입을만하다. 다만, 겉보기에 추워 보이기도 해서 주변 사람들이 걱정 어린 한 두 마디씩 하긴 한다.
출근 전 아침마다 가던 김밥집 아줌마가 처음으로 말 걸었는데"아유~ 추워 보여요. 항상 그렇게 얇게 입고 다니던데". 그 때 처음 알았다. 추워 보이는구나~
추워 보이는 것까진 괜찮은데 없어 보이기도 하나 보다. 어머님이 며느리가 옷이 없는 걸로 정리하신 걸 보면 말이다. 그 김밥집 아줌마도 '젊은 사람이 열이 많네'가 아니라 '두꺼운 옷 좀 사서 입지'였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