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색색의 장난감, 벽 하나를 꽉 채운 책, 여기저기 치우지 못해 널브러져 있는 잡동사니들.. 그중에서 제일 눈에 거슬리는 것은 온 거실을 덮어버린 매트이다.
과연 저 플라스틱과 물건으로 꽉 채운 집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을까. 생태계 피라미드 가장 꼭대기에 자리 잡은 아기란 존재는 환경을 생각한다면 낳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결혼 전부터 이런 고민은 항상 해왔었다.
극단적으로 물건과 쓰레기를 줄였던 싱글일 때와 달리 자타공인 맥시멀리스트 남편과 살면서 정말 많이 내려놓았다. 가끔 과거의 삶을 되돌아보며 내 가치관이 이렇게나 얕았던가 싶어 침울해지곤 한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아이를 가질 것인지 말 것인지 확실히 정하지 않은 상태로 그저 삼신할매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어차피 둘 다 40이 넘어 자연스레 포기하겠지 했는데.. 덜컥 임신이 되었다. 기쁨도 잠시 6주 만에 유산. 하늘과 삼신할매가 내게 아기를 줬다 뺏었다. 등짝 스매싱 맞은 느낌이었다.
"정신 차려라! 이것아~.
얼마나 귀한 존재인데 니가 감히 그 선택을 하냐!"
정신 차리는데 2년이 걸렸고, 인공수정으로 겨우 다시 아기를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은 임신 4개월째다. 불편한 몸의 변화를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고 감사히 여기고 있다. 아기의 존재를 진지하고 조심스럽게 대하도록 등짝 스매싱 갈겨준 삼신할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물건과 쓰레기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아기를 안 낳으면 그만큼 환경에 좋은 거 아냐? 에서 환경오염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키워보겠다는 도전으로 바뀌었다.
처음 미니멀리스트를 시작했을 때처럼 흥분된다.
천기저귀와 거즈는 당연하고 또 뭐가 있을까.. 아! 목욕통! 우리나라 아기 목욕 영상에선 온갖 플라스틱 도구를 사용하며 아기가 울 새라 조심스럽다. 부드러운 1회용 솜으로 눈 하나 닦고 버리고 눈 하나 닦고 버린다. 하아.. 이렇게 키우긴 싫다.
아프리카와 인도 영상을 찾았다. 역시... 여긴 다르다. 목욕통 따위는 필요 없다. 엄마 다리 위에 놓고 빨래 빨듯이 목욕시키거나 한 손으로 들고 2분 만에 끝내버린다. 아기는 자지러지듯이 운다. 물론 영상만 보고 나의 소중란 첫아기를 이렇게 빨 자신은 없지만, 세계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은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