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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앙 Aug 06. 2024

아이는 낳아야 할까..

 육아 프로그램을 보면 집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온갖 색색의 장난감, 벽 하나를 꽉 채운 책, 여기저기 치우지 못해 널브러져 있는 잡동사니들.. 그중에서 제일 눈에 거슬리는 것은 온 거실을 덮어버린 매트이다.

 

 과연 저 플라스틱과 물건으로 꽉 채운 집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을까. 생태계 피라미드 가장 꼭대기에 자리 잡은 아기란 존재는 환경을 생각한다면 낳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결혼 전부터 이런 고민은 항상 해왔었다.


 극단적으로 물건과 쓰레기를 줄였던 싱글일 때와 달리 자타공인 맥시멀리스트 남편과 살면서 정말 많이 내려놓았다. 가끔 과거의 삶을 되돌아보며 내 가치관이 이렇게나 얕았던가 싶어 침울해지곤 한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아이를 가질 것인지 말 것인지 확실히 정하지 않은 상태로 그저 삼신할매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어차피 둘 다 40이 넘어 자연스레 포기하겠지 했는데.. 덜컥 임신이 되었다. 기쁨도 잠시 6주 만에 유산. 하늘과 삼신할매가 내게 아기를 줬다 뺏었다. 등짝 스매싱 맞은 느낌이었다.


"정신 차려라! 이것아~.

 얼마나 귀한 존재인데 니가 감히 그 선택을 하냐!"


 정신 차리는데 2년이 걸렸고, 인공수정으로 겨우 다시 아기를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은 임신 4개월째다. 불편한 몸의 변화를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고 감사히 여기고 있다. 아기의 존재를 진지하고 조심스럽게 대하도록 등짝 스매싱 갈겨준 삼신할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물건과 쓰레기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아기를 안 낳으면 그만큼 환경에 좋은 거 아냐? 에서 환경오염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키워보겠다는 도전으로 바뀌었다.


 처음 미니멀리스트를 시작했을 때처럼 흥분된다.


 천기저귀와 거즈는 당연하고 또 뭐가 있을까.. 아! 목욕통! 우리나라 아기 목욕 영상에선 온갖 플라스틱 도구를 사용하며 아기가 울 새라 조심스럽다. 부드러운 1회용 솜으로 눈 하나 닦고 버리고 눈 하나 닦고 버린다. 하아.. 이렇게 키우긴 싫다.


 아프리카와 인도 영상을 찾았다. 역시... 여긴 다르다. 목욕통 따위는 필요 없다. 엄마 다리 위에 놓고 빨래 빨듯이 목욕시키거나 한 손으로 들고 2분 만에 끝내버린다. 아기는 자지러지듯이 운다. 물론 영상만 보고 나의 소중란 첫아기를 이렇게 빨 자신은 없지만, 세계엔 다양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알았다.


India traditional newborn bath


  나의 유별난 미니멀리스트 기질을 아는 주변 사람들은 플라스틱 육아와의 전쟁에서 패할 것을 확신하며 우리 집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어떻게 하나 함 보자는 식이다. 나는 그들의 기대를 저버릴 것이다!


메인 사진 출처: 정주리 인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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