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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저장소 Jan 01. 2024

회고, 기록

Create a routine

참 오래 기다렸다. 1월 1일.


사실 회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굳이 되돌릴 수도 없는 지난날을 되뇌어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년 회사에서 회고를 하면 "너무도 잘했고 앞으로도 잘할 우리 팀"으로 결론 내어 혹자가 보기엔 장난으로 비쳤을 수도. 대부분 "그때 상황이.. 그때는 우선순위가.. 그때.. 그때.. 그렇게 했다"가 뭔 의미가 있는가. 그땐 맞았지만 지금은 틀렸을 수도 있고.. 아마 시작은 누구 탓을, 또는 환경 탓을 하고 싶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겠다.(지금 이렇게 써놓고 보니 완전 허세 어쩔..)


그런데 오늘, 언제나 나의 회고는 업무에 대한,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주기 위한 회고만 진행했지 나 자신에 대한 회고를 진행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남이 보는 나 말고 내가 보는 나에 대해 회고라.

남들에게는 "네가 한 업무에 대한 피드백이지 너에 대한 피드백이 아니야. 상처받지 마."라고 얘기했으면서 정작 나는 나 스스로와 내 상황과 일을 분리하지 못했던걸 이제야 알다니.

언젠가 들은 강연에서, 언젠가 읽은 책에서도 모두들 40대가 되면 꼭 해야 할 공부 중 가장 필요한 공부가 '나'라고 했었는데 맞는 말 대잔치라며 그냥 넘겨버린 댓가인가.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언제나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겠다고 얘기하면서 스스로는 내가 만든 기준과 이유에 맞춰 챗바퀴를 돌리고 있던 게 아닌가. 그 순간을 부정당하면 그 순간이 아닌, 내가 부정당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늘 어느 순간에도 내 선택이 맞고 후회란 없다며 오만하게 말이다.


by the way,


그럼 나는 이제 작년이 된 23년을 어떻게 보냈나.

누구 탓, 상황 탓, 환경 탓 빼고 오롯이.


세상에... 할 말이 없다.

어느 해보다도 힘들었다 생각된 한 해였다 생각했는데 나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힘들었는지, 어떻게 이겨냈는지, 심지어 그게 정말 힘들었던 이유였는지 의심될 정도로..   

그 시간들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 회고를 하려 보니 스스로에 대해 생각한 건 없더란 얘기다. 그동안 나는 기승전결에 입각한 문제풀이식 회고를 했지 그를 통해 나 스스로는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성장을 했는지 모르겠단 얘기다. 이런.. (그래서 옛 어르신들이 허세 부리는 놈치고 실한 놈 없다 하셨...)


하.. 오늘이 내 인생에 가장 젊은날이라 했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인 건가. 적어도 내년 회고 때는 진짜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연초라 그런지 다이어리 광고가 많이 보이는데 스치듯 지나간 문장이 떠오른다. "한일이 없는 게 아니라 기록한 게 없는 거다." 그래, 기록해 보자. 스케줄 말고 진짜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무엇에 울고, 웃는지

어떻게 흔들리고, 회복하는지

왜 싫어하고, 무시하고 피하는 건지

강해지고 싶은 건지, 잘하고 싶은 건지

그리고 좀 더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적어도 오늘은 40년 만에 내 안에 나에 대해, 오롯이 나에 대해 궁금해졌다.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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