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형주 David Lee Jan 29. 2019

중소기업이 전시회에 참가하지 말아야 할 8가지 이유

전시회가 불필요할 때는 언제인가?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첫 소절을 이렇게 시작한다.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이유로 행복해한다. 하지만 불행한 사람들은 그 이유가 내가 되었든 외부 요인이든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해한다. 


전시회도 마찬가지 아닐까. 새해가 밝아오면 수많은 전시회들이 홍보 브로셔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와 전시회 참가 요청을 독려한다. 전시회에 나오면 마치 내가 그토록 원하는 고객을 찾아줄 것처럼 홍보한다. 전시회가 필요한 경우는 새로운 고객 확보이건 홍보이건 몇 가지의 구체적 목적으로 정리할 수 있지만, 전시회가 불필요한 이유는 그 기업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래서 전시회를 참가하지 말아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아는 것도 우리가 전시회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일 것이다. 기업들이, 특히 중소기업들이 전시회에 참여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중소기업이 전시회에 참가하지 말아야 할 8가지 이유 


1. 참가 목적이 없다. 


대부분 기업들에게 전시회의 참가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제품 홍보와 판매, 또는 바이어와의 만남이라고 한다. 그러면 어떤 바이어를 만나고 싶은지, 또는 전시회에서 어떻게 홍보를 하고 싶은지 물으면 거의 대부분 부스에서 기념품을 나눠주거나, 주최 측이 제공하는 바이어 상담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고작이다. 전시회의 참가가 의미를 가지려면 참가 이전부터 구체적으로 목표에 따른 실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매트릭스가 필요하다. 주최자는 절대로 참가기업의 성과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목적 없는 참가는 그저 시간낭비, 돈 낭비일 뿐이다. 


2. 기업의 전체 마케팅 계획과의 연관성이 없다. 


전시회에서의 참가 활동은 오로지 3일 내지 4일 내에 끝난다. 전시회의 참가는 참가 과정의 결과물일 뿐이며, 참가에 대한 성과는 전시회 참가 이전과 참가 이후의 사후 관리에 좌우된다. 전시회의 참가 성과나 활동을 어떻게 향후 기업 마케팅 활동과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면, 전시회는 그저 3-4일간 새로운 도시나 환경에서 트렌드를 읽고 오는 신사유람단 활동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우리는 전시를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시 마케팅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3. 전시회 참가를 위한 직원 교육이 안되어 있다. 


바이어나 고객은 대부분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 관심을 보이거나 제품에 궁금증을 느끼는 고객이 있다면, 먼저 말을 걸고 데모를 보여주는 역할을 부스 스태프들이 해야 한다. 그러나 전시회, 특히나 해외 전시회를 참가하는 직원들의 교육이 안되어 있거나 교육을 해도 어떤 교육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통역원이나 현지 아르바이트에게 부스를 맡겨 놓고 주변 관광을 가버리는 경우도 많다. 전시회의 목적, 바이어 응대요령, 성과관리, 데모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이 안되어 있다면 차라리 나가지 않는 게 좋다. 전시회는 좋은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지만 경쟁기업이 우리 제품과 전략을 가장 쉽게 훔쳐갈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스틸'의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4. 전시 참가 비용이 너무 비싸다. 


전시회 참가의 가성비를 따지려면 고객 한 명을 만나는데 들인 비용을 계산하면 된다. 우리가 총 전시회 참가 비용을 1000만 원을 들였고 총 100명의 새로운 고객명단을 확보했다면 한 명당 10만 원의 발굴 비용이 든 셈이다. 전시회 참가 비용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둘 중에 하나다. 정말로 고객 한 명당 발굴 비용이 다른 마케팅 수단(세일즈콜, 고객 방문, 광고 등) 보다 비싼 경우가 있고, 아니면 정확한 계산 없이 그저 비싸다고 막연히 생각하는 경우이다. 전시회 참여의 가치는 투입한 시간, 비용 대비 얻는 혜택이 높으냐 낮으냐의 차이임을 잊지 말자. 중요한 것은 목표이다. 우리는 몇 명의 고객을 발굴할 것인가? 브랜드의 인지도를 몇% 끌어올릴 것인가? 목표 설정이 안 되고 돈이 들어가면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대다수 CEO의 생각이다. 


5. 부스가 무엇을 표현하는지 모르겠다. 


부스를 차리는 것은 3-4일짜리 상점을 내는 것과 같다. 상점을 오픈하기 위해 내부 인테리어를 꾸미고 상호 간판을 열심히 고민하는 것처럼, 부스 디자인 역시도 참가 목적에 따라 달리 표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부스 디자인에 무엇이 정작 필요하고 참가 목적에 맞는 디자인이나 브랜딩이 수반되는지를 알고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부스 장치업체의 화려한 조감도에 빠져들어 쓸데없는 돈을 낭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스는 브랜딩의 가작 극적인 표현 매체이다. 목적에 따른 디자인 고민이 없다면 가장 쓸데없는 곳에 돈을 낭비하게 된다. 바이어는 절대로 부스의 화려함에 취해 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6. 성과 측정에 대한 지표가 없다. 


전시회에 참가하는 직원들은 모두 같은 성과 측정 지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복잡한 IT 시스템 따위를 갖고 있으란 말이 아니다. 어떤 바이어를 A급으로 할지, 어떤 바이어를 B 또는 C급으로 나누어 추후 관리를 할 것이냐에 대한 공유가 되어 있지 않다면 절대로 제대로 된 전시 참가 성과가 나올 수 없다. 데모 방식이나 PT 형태 역시 모든 부스 스태프들이 같아야 한다. 바이어마다 다른 데모와 설명이 진행된다면 제대로 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수 없다. 성과 측정에 대한 지표 없이 전시회를 참가하는 것은 투자에 대한 가치평가 없이 맹목적으로 돈을 쏟아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7. 네트워킹에 관심이 없다. 


전시회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이벤트이다. 한 부스를 참가하건 10 부스를 참가하건 전시회는 3-4일간 업계의 사람들과 끊임없이 접촉하고 교류할 수 있는 최고의 네트워크 공간이다. 그러나 오로지 자기 부스 안에만 머물며 전시회 기간을 보낸다면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 게 좋다. 전시회에서 벌어지는 세미나, 만찬, 비즈니스 투어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여 우리 기업과 나 자신을 알려야 한다. 부스를 벗어나 전시회의 모든 공간을 교류의 기회로 삼는 것이 최고의 전시 마케팅 방법이다. 


8. 전시 마케팅에 A급 자원을 쏟지 않는다. 


전시회에 참가하려고 하면 사내에서는 누가 나갈 것이냐로 한창 입씨름이 벌어진다. 다들 바쁜데 굳이 시간을 들여 전시회에 나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전시 마케팅에 대한 계획도, 부스 스태프들에 대한 교육도 없이 그저 모두들 소극적으로 전시회를 준비한다. 부스 디자인이나 제품 디스플레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바이어를 찾아낼 것인가? 어떻게 우리를 사전에 알릴 것인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가 국제 전시회를 그저 부스 규모나 따지며 참가할 때, 중국의 기업들은 이미 전 세계의 전시회를 최고의 브랜딩 활동의 무대로 활용하여 가치를 끌어올렸다. 남들이 하지 않을 때 허를 찌르는 것이 최고의 묘수가 될 것이다. 


위의 8가지 경우는 전시회에 참가하지 말아야 할 가장 대표적인 경우를 정리한 것이다. 어떤 경우건 8가지에 해당되는 기업이 있다면 전시회 참가를 당장 멈추고, 왜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인지부터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그러나 위의 8가지 경우를 거꾸로 극복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면 전시회는 최고의 마케팅 수단으로서 마케팅 채널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단비가 되어 줄 것이다. 

이전 08화 전시회 현장에 영업사원들을 데리고 나가면 안 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