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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Aug 26. 2021

무역 전시회에서 전략적 변곡점을 발견하는 방법

전시품이 온통 이상한 것들 뿐일때를 주목하라.

전략적 변곡점이란 무엇인가


회사를 경영하면서 변화의 흐름을 따라간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변화라는 것이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몰려들지 않기 때문이다. 변화가 일어난 후 그것이 변화였다는 것을 알기는 쉽다. 그러나 변화가 일어나는 중간에는 그것이 변화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변해가는 구간이 언제이냐를 아는 것은 경영자, 그중에서도 CEO가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일 것이다. 


전략적 변곡점이란 바로 이 변화하는 구간의 핵심 지점을 말한다. 인텔의 CEO였던 앤드루 그로브는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에서 전략적 변곡점이란 경쟁방식이 옛것에서 새것으로 전환되면서 힘의 균형이 이동하는 때를 말한다고 했다. 변곡점에 이르기 전에는 모든 것이 예전과 다를 바 없지만, 그것을 지나면 완전히 새로운 양상이 펼쳐지는 지점, 그곳이 전략적 변곡점이라는 것이다. 

전략적 변곡점 (Source: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앤드루 그로브)


그렇다면 이 전략적 변곡점을 쉽게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무역 전시회는 바로 이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기에 가장 적합한 수단이다. 매년 같은 전시회이지만 어느 해부터 참가기업들이 전에는 보지도 못한 이상한 제품과 기술들을 들고 나올 때, 또는 아예 새로운 분야의 기업이 전시회에 참가했을 때가 바로 이 전략적 변곡점이 다가온다는 신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이러한 신호를 전시회에서 감지했을까? 


CES 2018에 자동차 회사들이 출동하다 _ 모빌리티 시대의 서막


한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참가하는 해외 전시회가 있다면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일 것이다. CES는 Consumer Electronics Show, 즉 소비자 가전 전시회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 산업의 테크놀로지를 망라하는 전시회로 발전했다. 1967년부터 50년이 넘은 이 CES가 이상한 낌새를 보인 것이 바로 2018년부터였다. 그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홈이나 3D 프린팅 같은 소비자 기술 위주 제품이 전시되었다면 2018년에는 CES 역사상 최초로 자동차 회사들이 참가했다. 


도요타, 포드, 폭스바겐, 벤츠 같은 자동차 회사들이 가전 전시회인 CES에 참가한 이유가 무엇일까? 앞으로의 미래차가 IoT, AI와 같은 전자통신 기술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단독으로 차량용 반도체나 AI, IoT 기술을 개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보니 CES에 참가한 삼성, LG, 도시바 같은 전자 회사들과 협력하려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도요타가 아마존의 알렉사를 도입하고, 현대가 우버와 차세대 드론 택시를 위한 MOU를 맺은 것도 바로 이 CES였다. 2018년은 이러한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가 시작된 시점이었으며, 우리는 그것을 2018년 CES에서 최초로 목도한 것이다. 


2021 서울모터쇼 _ MaaS Tech로의 이동


2018년 CES에 자동차 회사들이 총출동했다면 2021년 11월에 개최될 서울모터쇼엔 IT 회사들이 대거 참가할 예정이다. 모터쇼는 어떤 전시회인가? 당연히 자동차 회사들이 신차와 미래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그런데 올 11월 개최될 서울모터쇼에는 자동차 회사뿐 아니라 IoT, AI, 항공, 드론, 킥보드, 배송 등 다양한 테크놀로지와 하드웨어, 서비스 기업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완성차 중심의 자동차 산업이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 즉 MaaS (Mobility as a Service)로 넘어가는 변화의 순간임을 올 서울 모터쇼에서 목격할 수 있다.   


무역 전시회의 컨벤션센터 이탈 _ 판매에서 체험 비즈니스로 진화


전시회에 출품한 전시품이나 참가 기업의 변화로만 전략적 변곡점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시회 자체가 전형적 전시 공간인 컨벤션센터를 떠나 새로운 복합 문화공간으로 이동하여 개최하는 것을 보아도 변화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국내 최대 책 박람회인 서울국제도서전은 늘 개최했던 삼성동 코엑스를 떠나 성수동의 에스팩토리에서 올해 9월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도서전이 코엑스를 떠난 이유가 무엇일까? 개최기관인 출판협회는 '작가와 출판사, 그리고 시민이 함께 호흡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전시회를 열기 위해' 성수동의 복합 문화공간인 에스팩토리를 선택했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밝혔다. 무역 전시회도 이제는 단순히 판매나 계약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고객과 소통하고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경험 비즈니스의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 공간은 전시 콘텐츠를 담는 그릇으로서 콘텐츠가 빛이 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전시 공간인 베뉴의 변화는 전시회에 참가하는 기업에게도 온라인 쇼핑이 대세인 현시점에서 어떻게 오프라인의 체험 마케팅을 할 것인가에 대한 차별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시품이 온통 이상한 것들 뿐일 때를 주목하라. 


변화의 시점이 언제인가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변화라고 생각하는 때조차도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어딘가 불편하고 막연하지만 무언가 기업 정책과 고객의 기대가 엇박자가 난다고 생각한다면 그때가 변화를 감지해야 할 순간일 것이다. 전시회에 참가하여, 우리 부스에서의 마케팅만 신경 쓰지 말고 전시회 현장을 돌아다녀보라. 올해 전시품들이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고, 전에는 보지도 못했던 기업들이 현장에 나와 있다면 그것은 필시 무엇인가 벌어지고 있다는 뜻 이리라. 그때가 바로 전략적 변곡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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