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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오늘 Jan 03. 2024

수많은 거울과 맞이하는 새해









    작년 이맘때쯤의 나는 오로지 하나의 거울만 마주보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만을 비추는 거울. 거울에 비친 나를 바라보며 울기도 하고, 또 가끔은 웃기도 하면서 나 자신이 품고 있는 모든 생각과 감정들을 꺼내어 보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 보니 주위에는 온통 나를 둘러싼 거울이 놓여 있었다. 더 이상 하나가 아닌 둘, 셋, 넷, 다섯.... 나 자신을 잃어 버릴까 문득 두려워졌다. 차라리 나에게만 온전히 집중하고, 고독 속에 파묻혀 있던 때가 나았을까? 거울이 늘어나니 그 갯수만큼 그동안 알지 못했던 혹은 알고 싶지 않았던 나의 다양한 모습을 마주보게 되었다. 그 속에는 내가 너무나도 맞닥뜨리기 싫었던 모습도 포함되어 있었다.


    거울을 깨부술 수는 없을까?

나는 거울을 똑바로 마주보는 것을 잘 못한다. 그냥, 어쩌다 보니 나의 못난 점에만 초점을 맞추는 습관 때문에 그러한데 이 사실을 인지하고 고쳐 보려 노력하고 있음에도 쉽게 되지는 않는다. 뿌리 깊게 박힌 자기 혐오는 언제쯤 내 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릴까?


    거울이 늘어나자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 눈앞에 고개를 들이밀었다.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을 들었다. 타인을 통해서 나 자신을 투영하거나 내가 가진 모습을 발견할 때가 아주 많다. 그런 말도 있었으니까. 타인이 괜스레 싫어지는 이유는 내가 가진 단점을 그 사람을 통해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작년까지는 쭈욱 나에게만 파묻혀 고독했던 날들이 이어졌었다. 그리고 지금은 나에게 파묻혀 있을 시간이 점점 줄어가고 있다. 아, 분명히 그런 생각을 했던 때도 있었다. 캄캄한 공원에서 밤 산책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고 싶다고. 새로운 환경, 새로운 경험이 너무너무 고프다고. 그 생각을 했던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내 모습을 본다면 아마 자랑스러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은 쉽게 만족할 수 없는 존재인지 막상 새로운 것들이 삶에 들이닥치니 새로운 고민도 함께 찾아왔다.


    다시 혼자가 그립다가도, 그렇다고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사실 혼란스럽다. 문득 내가 옳은 방향으로 잘 걷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데, 나의 고질병 중 하나가 자기 의심이라는 점에서 그런 생각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제는 그 무엇을 하든 나 자신을 굳게 믿어 주기로 스스로 약속했다. 그냥, 내가 두려운 것은 잠시 길을 잃을까 봐. 사실 원하는 곳으로 향하는 여정이 항상 순탄하지는 않다는 것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 언제나 길을 잃는다거나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리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완벽을 바라는 나는 그런 자잘한 실패가 막연히 두려운가 보다. 자잘한 실패는 곧 성장으로 향하는 길인 것을 잘 알면서도 꼭 3초 뒤면 깜빡하는 금붕어처럼.


    어차피 마주할 것이었다면.

하지만 인간은 언제까지나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당연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나는 그 사회 안에 포함되어 자라왔기 때문에. 오랫동안 나 하나만 바라봤다면 이제는 여러 상황들 속에 맞부딪혀 새로운 나를 발견할 때라는 것을 잘 안다. 지금은 그저 예상치 못한 균열에 혼돈이 찾아왔을 뿐이라고.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다 보면 이 균열이 메워져 더 단단해진 나로 거듭날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우는 소리를 하고 싶다가도 결국에는 강해질 나를 바라보는 이유이다. 나는 나 자신이 꼭 행복해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요즘은 통 명상도, 운동도 못 하고 있다.

나름 아침저녁으로 명상도 하고, 자기 확언도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면서 내면을 잘 보듬어 주고 있었는데 요즘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대로 무뎌지지 않고 끝내 다시 나에게 온전히 초점을 맞추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스스로가 문득 참 감사하고 기특하다. 올해 목표는 크게 세 가지를 잡았다. 첫째, 건강해지기. 둘째, 부유해지기. 셋째, 나 자신을 사랑하기. 특히나 내가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마지막, 나 자신 사랑하기. 정말 진심으로 나 자신을 예뻐해 보고 싶다. 조건부 사랑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사랑을 나에게 주고 싶다. 지금으로써는 많이 어렵지만 언젠가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 모습 그대로 편안해진 내가 되고 싶다. 올해의 마지막 날의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새해는 언제나 새로운 기분을 준다.

벌써 2024년이 되었고, 글을 쓰는 동안 자정이 넘어 1월 3일이 되었다. 열심히 일상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2월이 되고, 또 3월이 되고.... 올해는 더욱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새해 목표라고는 늘 다이어트와 같은 아주 작은 목표만을 떠올렸던 내가 이제는 그보다 훨씬 더 큰 삶의 기둥을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갈까? 한 치 앞도 모르는 일이지만 나는 왠지 내가 나아갈 미래가 모두 기대된다. 그저 지금처럼 마음이 힘들거나 혼란스러울 때 잠시 멈추어서 스스로를 감싸안아 줄 수 있는 다정한 내가 되었으면. 점점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었으면. 올해에는 더욱더 멋지게 성장해서 커다란 나무와도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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