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맛집을 찾아 나서고 있는 이유는, 기존의 단골집들은 대부분 오래된 집들이라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갑자기 단골집이 문을 닫아버리면 어디 가서 짜장면을 먹어야 하나 난감해진다. 그러니 그런 사태가 오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해서 맛집을 찾아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내가 알고 있는 집을 정리를 해 봤고, 아직 가보지 못했으나 맛있다는 평이 있는 집을 시간 날 때 다녀보고 있다. 간짜장이 맛있다고 해서 찾아가 먹어본 집이다.
14. 화순반점
만석부두 입구에 자리 잡고 있는 집이다. 만석부두 입구는 인천에서도 외진 곳이고, 주로 낚시꾼들이 출입하는 곳이다. 이쪽은 배를 수리하는 조선소와 관련 공장들이 몰려있어서 험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무대가 된 괭이부리말 마을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일부러 찾아가기에는 애매한 위치이다. 이곳에 자리 잡은 화순반점의 간짜장이 맛있다고 백종원이 극찬을 했다고 하기에 찾아가서 먹어봤다.
간짜장 맛은 평균 이상은 한다고 보겠다. 그러나 극찬을 할 정도는 아니다. 신성루 간짜장이 10점이라면, 이 집은 7점 정도 줄 수 있겠다. 그래도 일반적인 중국집 간짜장보다는 맛있다. 인근에 갈 일이 있으면 찾아가서 먹어볼 의향은 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간짜장 소스에 양파를 너무 크게 썰어 넣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화순반점은 양파를 잘게 썰어 넣은 편이라 마음에 든다. 계란 프라이가 올라오는 것은 간짜장의 기본이니 당연한 것이고. 면과 같이 섞어서 먹을 때는 괜찮은 맛인데, 면을 다 먹고 남은 소스를 따로 먹으니 뒷맛이 약간 뭐랄지 딱히 조화롭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이 정도 간짜장이면 평균 이상이기는 한데, 백종원이 극찬을 한 것을 보면 내 취향과 백종원의 취향은 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백종원이 음식 전문가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취향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백종원의 장점은 보편적인 입맛을 귀신같이 짚어내는 것에 있다. 그러니까 까다로운 미식가의 취향이 아니라 가장 많은 사람들이 무난하게 선호할 맛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나는 미식가는 아니지만, 입이 짧은 편이라 매우 보편적 취향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백종원과는 정확하게 맞지는 않는다.
여하튼, 화순반점은 맛있기는 하지만 극찬할 만큼 정말 탁월한 집이라고 하지는 못하겠다.
15. 강경의 중화원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생각난 집인데, 인천이 아니고 충남 강경에 있는 중국집, 중화원이다. 이 집 음식 매우 잘한다. 간짜장은 딱 내 입맛에 맞고, 볶음밥도 딱 내 취향으로 볶아낸다. 화교가 운영하는 오래된 역사의 중국집인데, 굉장히 수준급이다. 가끔 일부러 중국음식 먹으러 갈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잘 알다시피 강경은 과거 영화를 누리던 상업의 중심지였다. 따라서 사람들이 몰렸고, 당연히 음식점도 많이 생겼고, 그중에 중국집도 있었을 것이다. 중화원은 역사가 6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니, 과거 강경의 영화가 남아있던 시절 역사의 한 조각을 간직하고 있는 집이라 하겠다.
이것저것 떠나서, 강경 중화원은 매우 뛰어난 중국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