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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Dec 02. 2019

젖은 낙엽

젖은 낙엽, 악착같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붙어

쓸어도 쓸리지 않는 끈끈한 의지를

홀로 칭찬하며 쓸쓸해진다.


이렇게

낙엽의 사투(死鬪)에 주목할 때

이 가을은 

결국엔 사라지고 마는 것들의 무덤이다.


마른 낙엽, 간절하게

눈물로 흠뻑 적셔

품은

땅바닥의 너른 가슴과 뜨거운 사랑은

낙엽의 눈시울까지 붉게 물들인다.


이렇게

대지의 구원에 주목할 때

이 가을은

마침내 죽어 가는 것들까지 소생시키는 생명이다.


수많은 가을을 보내고

살아남은 나.

피땀을 길어 올려

이 순간도 나를 붙잡는

누군가의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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