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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 Dec 09. 2021

경기둘레길 걸으러 가요

대박이와 걷는 경기둘레길 1

경기둘레길 지도

뉴스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경기둘레길이 하나로 연결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경기도 길을 하나로 연결했다고? 오오, 이거 대박인데. 한 번 걸어봐? 당장 경기둘레길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갔다. 경기도를 하나로 연결한 경기둘레길은 60개 코스로 전체길이가 860km나 된단다.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걷고 싶다는 열망이 가슴 속에서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경기도에 살면서 경기도에 있는 길을 많이 걸어본 경험이 있는지라 한 번쯤 경기둘레길 완주에 도전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걷는 것보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남편에게 말했다. 경기둘레길이 열렸다는데 같이 걷자고. 대신 우리끼리 걷는 게 아니라 우리 대박이도 같이 데려가자고. 그래서 그걸 기록으로 남기자고. 남편이 눈이 반짝거리는 게 보였다. 대박이와 같이? 그거 좋지. 가자! 남편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외쳤다. 그래서 순식간에 결정됐다. 우리는 경기둘레길을 걷는다고.     


우리 부부는 걷기를 좋아한다. 주로 내가 도보 여행지를 정하고, 남편은 군말 없이 따른다. 우리가 같이 걸었던 길은 참으로 많다. 백두산 트레킹도 같이 했지, 차마고도 트레킹도 했다. 국내는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제주올레, 바우길, 군산구불길, 고양누리길 등을 비롯한 여기저기 길을 수없이 많이 함께 걸었다. 그래서 같이 걷는 재미와 기쁨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고 보니 같이 도보를 한 지 상당히 오래 됐다. 2016년에 서울둘레길을 완주한 뒤, 더 이상 걷지 않았다. 마음속으로는 이 길, 저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걷지 않은 기간이 너무 오래 이어졌다, 이대로 있다가는 걷는 법을 잊을 것 같다, 이제는 다시 길을 나설 때다. 뭐 이런 생각을 두서없이 하고 있기는 했다. 그러니 경기둘레길은 좋은 자극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했다. 

   

그럼 언제부터 시작하지? 12월 초면 하는 일이 대충 마무리될 것 같으니, 그때 시작합시다. 우리 부부는 이렇게 의기투합했다. 남편은 나보다도 대박이를 데리고 가는 것을 더 좋아했다. 남편은 늘 대박이를 데리고 떠나는 여행을 꿈꿨기 때문이다. 남편은 삼돌이까지 데리고 가고 싶어 했지만, 개 두 마리를 데리고 걷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려울 것 같아, 소형견인 삼돌이는 집에 놔두고 대박이만 데리고 가기로 했다. 

    

걷다가 돌발 상황이 일어나면, 개가 한 마리인 것이 더 대처하기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개를 데리고 걷는 게 처음이지 않나. 게다가 대박이는 28kg의 대형견이다. 그러니 조심해야 할 것도 많지 않을까? 아무튼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고 경험해봐야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일주일 한 번씩 1개 코스를 걷기로 했다. 코스가 짧으면 짧은 대로 길면 긴 대로 걷자. 전부 60개 코스니까 완주하려면 60주가 걸릴 예정이다. 그런 계획이라면 무리 없이 느긋하게 경기둘레길을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대박이를 데려가니 대중교통은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차로 이동해야 하는데, 그게 간단하거나 쉽지 않을 것이다. 출발지점에 주차한 뒤, 걷고 나서 원점회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점 회귀를 하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단 차를 가지러 가는 남편만. 나는 도착지점에서 대박이와 함께 남편이 차를 가지고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남편이 택시나 버스를 이용해서 원점 회귀를 하는 게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이지. 


그렇다고 걱정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직접 부딪혀 보는 게 제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는 말이 진리라는 것을 나는, 남편은 오랜 도보여행 경험으로 터득하고 있다.  


경기둘레길은 경기도에서 새로 만든 길이 아니다. 길은 길로 이어져 하나가 된다, 고 나는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경기둘레길이 그 생각에 딱 맞는다. 경기도에서 이미 있는 길을 하나로 잇고 엮어서 경기둘레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각 지역에 있는 길들이 하나로 이어진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경기둘레길을 통해 경기도의 각 지역이 하나로 이어지는 것이므로.     


경기둘레길은 4개의 권역으로 나뉘어 있다. 지도를 보면 한눈에 들어온다. 경기평화누리길, 경기숲길, 경기물길, 경기갯길, 이렇게 4개의 권역인데,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15개 시군이 포함되어 있다. 이 길 가운데 걸어본 길들이 여럿 있다. 고양누리길은 모든 코스를 다 걸었고, 시흥늠내길도 대부분의 코스를 걸었다. 물론 걸어보지 않은 길도 많다. 이번 기회에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걷는 경험도 더불어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우리는 1코스부터 걷는다. 길은 일단 순서대로 걷는 게 좋다. 코스를 거꾸로 걷기도 하지만, 우리는 1코스부터 시작한다. 걷기 전에 길에 대한 정보를 모두 알아두는 것도 좋지만, 걷게 되면 길에 대해 더욱더 잘 알게 된다. 지금까지 늘 그랬다. 


경기둘레길에 대한 안내는 경기둘레길 홈페이지에 1코스부터 60코스까지 거리며, 걷는데 걸리는 시간이며, 지도가 상세하게 나온다. 그것을 참고하지만, 현장에 가면 길을 안내해주는 리본이며 안내판이 잘 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만 잘 따라가도 길을 잃지 않고 걸을 수 있다. 물론 가끔 길을 잃을 수는 있지만, 그럴 때는 잘 생각하면 된다. 어디서 리본이나 표지판을 놓쳤는지, 언제부터 리본이 보이지 않았는지, 기억을 돌이키면서 왔던 길을 되짚어가면 된다. 길은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므로. 


걷기 전에는 늘 설렌다. 어떤 길이 나를, 우리를 기다릴지 기대되기 때문이다. 경기둘레길,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대박이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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