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 가다
손톱만큼 먹던 음식에 도리질을 한다. 밥도, 죽도, 미음도, 달달한 식혜마저도 거부하고 오로지 차가운 물만 찾는다. 머리를 짚어 봐도 열은 없다. 오히려 이불을 죄다 걷어내 발은 시리도록 차갑다. 그런데도 엄마는 덥다거나 답답하다는 푸념을 한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며 달려온 막냇동생이 “그럼, 엄마는 이렇게 굶어 죽는 거야?” 물었다. 구급차로 실려 갔던 병원에서는 의료적인 행위는 무의미하다고 준비를 하란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 이전에 머물렀던 요양병원에 찾아갔다. 다행히 빈 자리가 있어 바로 입원이 가능하단다. 그렇게 병원 행은 결정되었다.
엄마의 몸은 매미가 벗어놓은 껍데기 같다. 힘주어 잡으면 부서질까 두렵고, 조금만 균형이 맞지 않아도 무너지는 젠가 탑처럼 위태롭다. “엄마, 치료받고 다 나아서 밥 먹을 수 있으면 다시 집으로 오자.” 고개를 젓던 엄마는 그 말에 방향을 바꾸었다. 다시 돌아 올 수 있을까?
입원하자 말자 영양제를 투여하기로 했다.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은 채 배설만 줄 곧 했으니 장에 남은 찌꺼기도 없을 것이다. 똥이라도 차야 배가 든든하다던 옛말도 있는데 엄마의 몸은 텅 비었다. 골다공증으로 뼈에도 구멍이 숭숭하다니 더 말해 무엇 할까.
의사는 엄마가 아픈 상태라고 말했다. 몸 내부에 염증이 있단다. 워낙 힘들어해서 의심을 했는데 열이 전혀 나지 않아 간과했다. 외부에서 적군이 쳐들어오면 방위군인 면역체계가 작동해 싸우는 과정에서 열이 나는데 엄마는 지킬 수 있는 병사나 힘이 전혀 없단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터라 열이 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좀 더 일찍 모시고 왔으면 덜 힘들었을 것을. 내 미련이 엄마를 더 힘들게 했다.
의사는 치료를 하고 다시 나아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는 없을 거라고 했다. 돌아가시는 날까지 힘들지 않게, 아프지 않게 최선을 다 하겠다는 약속의 말이 공허하게 울린다. 그럼에도 힘들지 않을 거란 말에 의지하는 내 마음이 비겁하게 느껴진다.
병원에서 돌아온 후 깊은 잠에 빠졌다. 며칠 잠을 설쳤다고 엄마를 병원에 놓고와서 잠에 취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며칠 째 이젤 위에 덩그라니 놓인 캔버스에 노란 물감을 올린다. 계획했던 해바라기를 버리고 어린 시절 보았던 오징어 배 집어등을 수평선에 나열했다. 참 밝았었던 밤 바다 불빛행렬은 궁핍을 잊고 희망을 꿈꾸는 또 다른 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