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디를 가나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 ‘제4차 산업혁명’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그 개념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 갈게요.
클라우스 슈밥의«제4차 산업혁명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내용을 토대로, 제4차 산업혁명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의 개념을 정리해 보면 '인공 지능, 로봇 공학, 나노 기술, 바이오 /생명 공학 기술, 빅데이터, IoT, 3D 프린팅 및 자율주행 차량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새로운 기술 혁신이 몰고 올 모든 분야에의 혁명적인 변화'를 말합니다(위키피디아 참조). 클라우스 슈밥은 이미 제4차 산업혁명은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줄까요? 그리고 그 영향은 긍정적일까요, 부정적일까요?
너무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을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 디스토피아 영화 ‘매트릭스’
개봉한 지 20년도 더 된 공상과학 영화 ‘매트릭스 Matrix’를 기억하시나요? 저는 매트릭스를 처음 봤을 때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절대 국가가 인간의 자유를 빼앗은 채 인간의 뇌와 수퍼 컴퓨터를 연결하여 통제하는 장면이 압권이었죠. 인간들은 프로그래밍된 대로 행복한 삶을 사는 줄 착각하는 암울한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하죠. 정부의 절대 권력에 반대하여 인간의 자유 의지를 찾고자 하는 반정부 집단과, 레지스탕스들을 컴퓨터 바이러스 정도로 인식하고 불순분자를 제거하기 위해 쫓는 백신 집단 간의 다툼이 중심 내용입니다.
매트릭스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 느껴지시나요?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한다니, 공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일이 아닐까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벤처기업 ‘뉴럴링크(Neuralink)’는 뇌에 심는 컴퓨터 칩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매년 칩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인간의 뇌와 크기가 비슷한 뇌를 가진 돼지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KIST와 프랑스에서도 초소형 칩을 개발하는 데 이미 성공했습니다. ‘매트릭스’의 내용이 어느새 현실 세계와 맞닿아 있는 단계까지 온 것입니다.
· 디스토피아 문학 ‘1984’와 ‘멋진 신세계’
문학 작품 중에서는 조지 오웰의 «1984»나 올더스 헉슬러의 «멋진 신세계 Brave New World»와 같은 걸작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이들 ‘디스토피아 Dystopia’ 작품들은 강력한 빅브라더 Big Brother가 통치하는 절대 정권하에 겉으로는 모두 행복하고 안정되어 보이는 사회이지만, 실상은 개인의 자유의지가 극도로 제한되는 문제 상황을 그립니다. 그리고, 그러한 부조리를 깨달은 주요 인물들이 불합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좌절하는 어두운 이야기를 골자로 합니다.
디스토피아dystopia는 유토피아와 반대되는 공동체 또는 사회를 가리키는 말로, 주로 전체주의적인 정부에 의해 억압받고 통제받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위키피디아에서 발췌).
우리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발전될 미래 사회를 마냥 행복한 장밋빛 세상으로 그리고, 과학기술 만능주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들이 이런 디스토피아 작품들을 접하면서 윤리적인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들은 우리 아이들이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중ㆍ고등학생 때 읽어볼 만한 추천도서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류의 작품들이 우리 아이가 살아갈 미래의 모습과는 무언가 동떨어지게 느껴지거나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작품들을 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근미래의 삶이 훨씬 더 실감 나고 현실성 있게 다가올 것입니다.
· 최신 디스토피아 작품 ‘휴먼스’와 ‘숨’
제가 추천하는 작품은 영미합작 드라마 ‘휴먼스 Humans’, 테드 창의 소설 «숨 Exhalation»입니다.
2015년부터 영국에서 방영된 ‘휴먼스’에서는 감정을 느낄 정도로 발전된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인 휴머노이드가 한 가정에 가정부로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아이들에게 결코 화를 내지 않고 ‘항상 상냥하게’ 대해주면서도 빨래, 청소, 요리 등 수많은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인공지능로봇. 아이들은 결국 엄마보다 인공지능로봇을 더 좋아하게 되고 엄마는 자신의 위치에 위협을 느끼고 불안해합니다.
우리 엄마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내면서도, 아이들에게 화 한 번 내지 않는 엄마가 세상에 존재할까요?
우리 모두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지치고 힘든 날에는 아이들에게 당연히 화를 내는 '인간' 엄마이거든요.
저는 ‘휴먼스’를 보면서 근미래에 우리 엄마들보다 더 완벽하고 더 젊고 예쁜 인공지능 가정부 로봇이 상용화되어 가정으로 들어온다면, 엄마 또는 부인된 입장에서 마냥 기쁘고 편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살아갈 미래에는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인공지능이나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이 우리 아이들이 할 일 중 많은 부분을 대체하게 될 겁니다.
테드 창의 ‘숨’은 중ㆍ단편 소설로 이루어진 책인데, 근미래에 바뀌어질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고민과 살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해줍니다. 여러 이야기 중 ‘숨’과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는 단연코 최고로 충격적인, 그러나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도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을 인간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스스로 몸 안을 들여다보며 수술하는 휴머노이드, 그리고 사이버 세계의 캐릭터가 성장하면서 현실세계에 나타나면서 두 세계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게임 캐릭터의 이야기는 미래 세상에서 살아갈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생각해 볼 만한 문제들을 던져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