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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vs일반고, 우리 아이에게 맞는 선택은 (5)

수험생 사례로 본 수능의 비밀, 그리고 2028 수능 개편안 

by 끌레린 Mar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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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사탐런때문에 사탐에서 터졌잖아요. 근수는 과탐 2에서 망해서 재수하게 됐어요..."

"국어가 너무 어려워서 국어 망쳐서 다음 과목까지 망치고... 민아는 결국 수능최저도 못 맞췄어요..."


2025학년도 입시가 끝나고 한동안 연락할 수 없던 고3 어머니들과 최근에 연락이 닿았다. 고 3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서 고 3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는 이상, 연락을 계속 기다리는 것이 예의이며, 먼저 연락하는 것은 크나큰 실례가 되어버렸다.  


사례로 살펴보는 수능제도의 문제점

사례 #1

근수(가명)는 서울대 공대에 지원하려 했던 자사고 출신 학생이었다. 평소 자신 있던 과탐 II 에서 고배를 마시고, 기숙학원에 들어가 다시 재수를 하고 있단다. 영재학교 준비 트랙을 밟을 만큼 뛰어났고, 이미 중학교 때부터 공부했던 과탐 II에서 고배를 마실 줄 몰랐던 것이다. 그 아이의 출신고는 서울대와 의대 입결이 뛰어난 강남 자사고. 하지만 교내의 치열한 내신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수시전형을 포기하고 정시를 목표로 준비를 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정시를 준비하는 정시 위주의 학교였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서울대는 과탐 II과목을 응시할 경우 가산점이 5점이나 있기 때문에, 수능에서 과탐 II를 선택해 치렀다. 


문제는 2025학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이과생의 사탐과목 응시가 가능해지면서 중하위권 이과생들이 사탐으로 대거 러쉬하게 되었다. 그 결과 사탐과목 중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응시인원수는 16만 명에 육박하였고, 특히 생활과 윤리는 최고 표준점수가 77점, 1 등급컷이 68점이라는 경이적인 점수를 기록하게 되었다. 최근 사탐과목들의 최고점수가 69~70점 수준이었음을 생각하면, 생활과 윤리를 선택해서 좋은 점수를 맞은 문과생 및 이과생들에게 엄청나게 유리한 결과였다. 


이에 반해, 과탐 II 중 물리학 II와 화학 II는 하위권 학생들이 빠지면서 응시자는 5천 명 수준에  최고 표준점수가 낮아졌다. 그 결과, 각각 70점과 73점을 기록했다. 서울대 의대 및 이공계열을 지원하는 학생들 외에는 거의 빠져나간 것이나 다름없다. 마치 사탐 과목 중 경제가 겨우 5천 명의 극소수 응시자와, 높은 난도로 표준점수가 70점 이상을 상회하여 기피대상 과목이 된 것과 유사한 패턴을 나타낸 것이다.  2025학년도에 경제 응시자도 약 천 명이 늘어 6천 명이 넘어섰는데, 수학에 자신 있는 이과생의 유입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2025학년도 수능은 과탐에서 터진 것이다. 그동안 과탐 과목의 최고점이 사탐에 비해 항상 높았기 때문에 7점 안팎의 뒤바뀐 점수 차는 갭이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그 결과 이과 상위권 학생들의 재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수와 근수 어머니는 2026학년도 수능에서는 과탐 II와 서울대를 포기하고 사탐으로 갈아탈 것을 고민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던 사탐 과목들을 계속 수강하면서 수능시험을 치러 만점이 나올 만 한지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사례 #2

수능을 망쳤다는 민아(가명)는 문과형 특목고를 졸업한 학생이다. 

여러분 중에 '2024학년도보다 수능이 쉽게 출제되었는데 왜 수능최저를 못 맞추었지? 공부 좀 못 하는 학생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분이 있다면, 수능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수능은 의대입시 열풍으로 인해 출제 난이도가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킬러문항 배제라는 새로운 원칙하에 어느 정도의 난이도로 나올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국어, 수학, 영어 모두 불수능이라 불린 2024학년도에 비해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되었고, 선택과목 유불리 폭은 표준점수 4~5점 차로 좁혔다. 표준점수 1점으로도 대학이 달라지는 현실에서, 과목별 4~5점 차는 대학 레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다만, 2024학년도에 미적분과 확률과 통계 응시자의 표준 점수 차 11점에 비해, 그나마 줄어든 것일 뿐이다. 

출처 : 종로학원 설명회 분석자료출처 : 종로학원 설명회 분석자료

게다가, 국/영/수 상위 1등급 학생들은 이과생들의 차지가 되고 있다.  2025학년도 수학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들 중 단 4%만이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문과생들임을 감안한다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거기에 더해, 2025학년도 수능에서 의대열풍으로 실력 있는 N수생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2024학년도 수능에서도 N수생이 15만 9천여 명이 응시하면서 31%의 높은 비율을 차지해 역대급 최고수치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2025학년도에는 N수생이 약 2천 명이나 더 늘어나 16만 1천여 명이 응시한 것이다. 문제는 의대에 진학을 생각할 정도의 최상위권과 의대 진학으로 빈집털이가 될 가능성이 보이는 명문대에 진학을 희망하는 상위권 학생들이 응시하게 되면서이다.    


당연히, 수능 시험은 재수생들에게는 비교적 평이하고, 학교 내신 준비와 수행과제를 해내야 하는 고3 학생들에게는 어려웠다. 따라서 수능최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수시전형에서 떨어진 고 3 학생들이 많았고, 특히 상대적으로 표준점수에서 불리한 문과생들 중 수능최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는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정시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다는 것은 재수를 전제로 하는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서울대 정시 합격자 중 재학생의 비율은 40% 수준에 불과하다. 

출처 : 중앙일보출처 : 중앙일보

그런데, 서울대 인문계열에 정시로 합격한 학생들을 분석해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국어교육과와 사회학과 선발인원 각 10명 중 6명이 이과생이다. 경영대학 합격자의 67% 이상이, 경제학부의 74% 이상이 이과생으로 추정된다. 심리학과와 영어교육과 합격생 10명 중 8명이 이과생이라는 사실은 놀랍다.  


출처 : 한국일보. 모집단위별 정시 결과로는 최신자료임.출처 : 한국일보. 모집단위별 정시 결과로는 최신자료임.

이런 상황이니, 문과생들은 이과생에 밀려서 정시 지원에서 합격하려면 더 낮은 학교를 지원할 수 밖에 없다. 민아는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해서 반수를 고려하고 있다. 


수능정책 문제의 배경

우리나라는 매년 수능 때만 되면 온 나라가 시끄럽다. 매년 오래된 이슈들과 새로운 이슈들이 계속 터진다. 

2024학년도 수능에서는 갑자기 킬러문항을 없애고, 국어 지문에서 어려운 철학 문제를 빼라는 지시가 있었다. 이에 따라 수능을 출제하는 평가원의 문제는 모의고사마다 난이도가 극과 극으로 널을 뛰었다. 킬러 문항이 없어지니 수능 문제가 쉬울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오히려 수능문제가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 교육계 모두 발칵 뒤집혔었다.


2025학년도에는 전대미문의 의대 정원 순증(순수 증가)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면서, 의료계와 정부 간의 갈등이 불거졌다. 의사들은 의료파업을, 의대생들은 휴학을 하여 결국 현재 및 미래 국민의 건강에 영향을 줄 만큼 문제가 생겼다. 당연히 대학입시 판도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과생의 의대 쏠림 현상은 영재학교 및 과학고 출신 학생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공계 학문 진보를 위해 설립된 영재학교와 과학고(특수목적 고등학교)의 설립취지가 무색해지는 문제까지 생겼다. 의대 순증 문제는 2026학년도 입시뿐 아니라 향후 의대 실습수업의 질에도 안 좋은 영향을 지속할 것이라고 보인다.


게다가 뜬금없는 무전공계열 증가 이슈는 사실상 더 큰 문제였다.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 대학별로 우후죽순 갑작스레 급조된 무전공계열 때문에 다른 모집단위의 모집인원이 감소함으로써, 입시 예측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예측 불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컸기 때문에, 입시전문가들의 말도 제각기 달랐고, 원서를 잘못 써서 불합격된 사례들도 많았다. 게다가 무전공계열을 지원한 학생들이 선호하는 전공이 뚜렷하여 인기전공으로 몰릴 것이 예측된다 - 문과생은 상경계열, 이과생은 컴공 등 몇몇 인기학과. 따라서 대학 내 인기 학과와 비인기 학과 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이에 더하여, 정시 전형에서 이과 지망생이 과학탐구 외에 사회탐구를 지원해도 문제없도록 지원조건을 풀어줌으로써, 이과생들의 '사탐런 현상'이 발생했다. 즉, 이과생들이 수능에서 탐구영역을 선택할 때, 점수가 잘 나오기 힘든 과학탐구를 버리고 사회탐구로 몰려든 것이다. 그 결과, 이과생들이 몰려든 사탐과목들은 모수가 크게 증가하고 표준점수도 상승하였고, 이와 반대로 과탐과목의 모수가 감소하면서 몇몇 과학 과목들의 표준점수가 하락했다.


과학탐구 중하위권 학생들이 대거 사회탐구 과목으로 이동하면서, 과학탐구 과목의 등급 난이도가 상승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학탐구 과목이 이과생들이 재수를 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인 만큼, 이과생들이 사탐런을 하게 된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만한 하며, 2026학년도에도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24학년도까지는 문과생들이 선택하는 사탐과목의 표준점수가 상대적으로 과탐과목보다 낮았기 때문에, 문과생들에게 불리했었다. 이과생들이 대학 간판을 높이기 위해 더 좋은 대학의 문과를 지원하면서 발생한, '문과침공 현상'으로 문과생들이 많은 피해를 보았었다. 그동안 탐구영역에서 같은 개수를 틀린 이과생과 문과생이 있다면, 표준화된 점수에서는 문과생들이 이과생들보다 낮은 점수를 받게 되어 불리했도, 틈을 이용해 매년 이과생들이 문과 모집단위에 지원하면서 문과생들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통합수능 이후 수학에서 미적분과 확통 선택자 간의 표준 점수 유불리는 항상 큰 이슈였다. 실제로 2024학년도에 수능 수학 1등급 인원 중 확통 선택자-즉, 문과생-는 겨우 3.5%에 불과했으니, 이과 쏠림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통합수능 이후 문, 이과 간 불평등이 심화되는 구조에서 수능개편안이 나온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2028학년도 수능 개편안의 의미***

2028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2022년 개정 교육과정'과 함께 진행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새로 개발된 교과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 상관없이- 2025년 1학기부터 중, 고등학교 1학년 생에게 지급되어 2027년에는 중, 고등학교 3학년 생 대상 교과서까지 바뀌게 되며, 이로서 2022년 개정교과서의 교체가 마무리된다. 그리고 2027년 11월 18일 목요일*에는 새로운 교과서를 바탕으로 한 2028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지게 된다.


 2028학년도 수능의 가장 큰 변화는 선택의 유불리를 없앤 진정한 통합형 수능이라는 것이다.

‘2015 개정 교육 과정'에 의거하여 2018년 박근혜정부에서 발표한 문이과 통합수능은 2022학년도부터 시행되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방안이라고 보기엔 많이 부족한 교육정책이었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문과와 이과의 학문적 결합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문과지원생과 이과지원생 간 격차만 벌어졌고 탐구영역의 선택으로 인해 오히려 학습의 폭이 좁아졌다. 물론 학생이 원하는 진로에 맞춰 좀 더 깊이 학습하는 장점은 있지만 아래와 같이 많은 문제들을 야기한 것이 사실이었다.


현재 수능체계의 문제점 #1

학교 교육과정과 수능 시험에서 문/이과가 통합되면서, 상대등급과 표준점수를 내는 과정에서 문과생들이 지극히 불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024학년도 수능은 문이과 통합수능 3회 차였는데, 지난 3년간 수학과 탐구영역, 그리고 국어에서도 선택의 유불리 문제가 점점 심화되어 국어, 수학 과목에서 1등급은 대다수가 이과생이 차지하게 된다. 그 결과, '4차 산업혁명 대비'와는 정반대 현상인 '이과생의 문과 침공'사태가 심각할 정도로 나타나게 되면서 문과생 아이들이 입시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해졌다. "문송"을 외치는 시대에 이과생이 문과를 지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입시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비판을 제기해 왔으나, 이에 대한 교육부의 태도는 미온적이었다. 또한 대학 측에서도 이과침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목별 배점 비중을 보정하는 노력이 매우 미비했었다. 2027학년도 수능까지 3년간 이 수능체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그런데, 이과생들이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침공해 대거 합격하는 문제는 2차 문제를 파생한다. 더 좋은 학벌을 만들고자 하는 과열된 입시 분위기 속에서 이과생들이 문과대학에 입학하는 현상 뒷면에는, 문과 수업에 흥미를 잃고 다시 N수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상이 숨어 있었다.  결국 대학교의 인문대학 수업 중에 강의실이 비도 최악의 경우에는 수업이 폐강되 등, 대학 수업의 질과 운영에 악영향을 끼쳐왔다.


인문계열 학과임에도 정시 합격자의 과반수가 이과 학생들로 채워지면서, 문과 침공에 성공한 이과생들이 대학교가 아닌 학원가로 출석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자퇴생과 휴학생이 증가하여 대학의 주요 수입원에 구멍이 생기는 폐해가 커졌다. 본인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수능점수를 기준으로 대학 간판을 정하고, 과를 선택하는 기현상은 결국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어렵게 대학 입학에 성공해 부모가 힘들게 번 돈으로 등록금을 내고도,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적성에 맞지 않아 회피하는 상황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진로계획과 상관없이 수능점수에 맞춰 대학 간판을 따져 입학하게 되어 결국 재수를 하게 되는 '재수생 양산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원하지 않던 과에 들어간 이과계열 아이들의 숫자는 곧 그 과를 간절히 원했고 합격했다면 수업을 적극적으로 따라가면서 학문적 탐구와 발전을 이루었을, 불합격의 피해를 본 인문계열 아이들의 숫자인 것임을 알아야 한다.


실제로 대학교 교수들의 많은 연구에서 여러 번 입증된 것처럼, 정시전형으로 입학한 아이들의 대학교 성적(GPA)이 가장 낮게 나타났고,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입학한 아이들이 대학교 성적이 대체로 가장 우수했다.


현재 수능체계의 문제점 #2

탐구영역 선택과목에서 미적분의 공부량이 많고 난이도가 매우 높다. 또한 과학 영억은 서울대에서 I, II 과목 조합에 따라 가산점을 달리 주는 정책으로 이과생들의 공부량과 공부 난이도가 매우 높아졌다. 이과생들이 과탐 과목에서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해 재수하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처럼 자리 잡게 되었다. 실제로 2024학년도 한양대에서 발표한  입시결과를 보면, 정시 합격생의 70% 이상이 N수생이다. 상위권 대학교의 정시 합격생 비율은 특히 높다. 이 역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정책과 완전히 反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현재 수능체계의 문제점#3

前 정부와 교육부의 정시비중 확대정책으로 서울 및 수도권 대학의 정시비중이 40%에 육박하면서 수능문제풀이를 위한 사교육비는 정부의 바람과는 반대로 오히려 천정부지로 솟아났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여 우리 아이들이 미래지향적이고 가치 있는 공부를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암기식 내신공부와 객관식 시험 위주의 수능에서 발전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교육 현주소는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이 과거 지향적인 암기식 공부에 매달리게 만든다.


위에서 지적한 문제점 1, 2에 대해 드디어 뒤늦게 교육부에서 고육지책으로 안을 내놓았고, 학계의 비판과정을 거쳐 수정하여 발표한 것이 바로 2028학년도 수능 개편 확정안이다. 작년 12월에 발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28학년도 수능 개편 확정안 개요
출처: 교육부 보도자료에서 발췌, 2023.12.27출처: 교육부 보도자료에서 발췌, 2023.12.27

위 표에서 붉은색과 파란색 부분을 보면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국어, 수학, 사회·과학탐구 영역에서 선택과목 체계를 폐지한 것이다. 통합수능 시행 이후 가장 이슈가 되었던 수학과 탐구 선택과목의 유불리 문제를 없애고자 한 교육부의 의도가 명확히 보인다.

현재까지 사회·과학탐구 영역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의해 신설된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공부한 후, 본인의 관심분야나 진로에 관련된 심화과목 2개를 선택해 수능을 치렀다.


그런데, 2028학년부터는 수능 응시자 모두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동일하게 치르게 되었다. 즉,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문과생이든 이과생이든 상관없이 통합사회, 통합과학의 2개 과목을 모두 응시해야 하므로, 이제는 관심이 없거나 싫거나 못하는 과목이 있더라도 무조건 전체적인 기초과목을 제대로 알고 내신공부뿐 아니라 수능시험에 대비하여 피 터치게 공부해야 한다.


시험의 변별력을 고려해 본다면, 과연 통합사회/통학과학만 공부하는 것으로 1등급을 받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해당 과목에서 1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현재 고 1 학생들부터 내신뿐 아니라 수능을 위해 공부해야 할 범위와 양이 매우 늘어나게 될 것이다.


특히 문과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통합과학에서 다루는 물리/화학/생물/지구 4과목을 어느 정도 깊이 이해하고 학습해야 수능을 잘 치를 수 있기 때문에 공부 난이도가 급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과 성향의 아이들도 상대적으로 약한 과목인 사회문화/정치와 법/경제/지리 분야까지 모두 공부를 해야 한다. 즉, 수능 변별력을 위한 어려운 문제들은 공통사회/공통과학의 범위를 벗어나게 될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 지난번 발표한 평가원의 수능문제 유형을 보면 단순히 난이도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이론적 배경을 정확히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이를 현실문제에 적용해야 하는 통합적 사고과정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 얼마나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수업할 수 있느냐가 정시의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공교육에서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또다시 문제연구개발 역량이 있는 대기업형 사교육계로 그 키가 넘어가게 될 것이다. 실제로, 지난 겨울방학 때 학원가에서는 1학년 과목인 통합사회 및 통합과목 수강생이 넘쳐났다고 한다. 원래는 통합사회, 통합과학까지는 학원에서 선행을 하지는 않았는데 오히려 사교육이 더 심화되는 예상외의 악영향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는 고1 때에는 수능범위의 기초가 되는 과목을 배우고 고 2, 고3학년으로 올라가 수능 과목을 배우는 방식이었는데, 이제는 고1 때 배우는 과목이 수능과목이 되고, 고2, 3학년 때 배우는 과목은 수능과 상관없는 과목이 되어, 학년별 균형이 깨질 것으로 우려된다. 고등학교에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능을 대비한 수업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고2, 고3 학년 때 수능과 상관없는 사회 또는 과학 수업이 과연 원래의 목적대로 깊이 있고 통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는지, 실제로 수능 대비용 수업으로 전락할 위험은 없을지 우려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 3년을 보낸다는 것은 상당히, 아니 너무나 가혹하다. 이미 입시지옥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이의 적성과는 잘 맞지 않는 과목까지 모두 공부해야 하는 부담이 더해진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 심화공부를 해야 좋은 내신성적과 좋은 수능점수를 받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려면 한동안은 꽤 혼란스러울 것 같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심히 우려가 된다.


과연 통합사회, 통합과학이라는 기초 과목 2개를 수능에 넣는다고 융합형 인재가 길러질 수 있을까?

하나의 주제를 사회와 과학 지식을 어우르며 함께 고민해 보는, 제대로 된 프로젝트형 융합 수업(PBL: Project Based Learning)이 이루어져야 해결되는 문제인데, 이를 수능과목으로 편입되면 해결될 것으로 본 것이다.

2026학년부터 학교에서 사탐 및 과탐 융합수업이 개설될 텐데, 융합수업을 접해보지 않은 학교와 교사의 현재 구조에서, 과연 평가 연수 위주만으로 융합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이다.


2028학년도 수능 개편 확정안에서 두 번째로 이슈가 되는 부분은 심화수학(미적분·기하)을 수능범위에 포함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문이과 통합수능에서 미적분과 확률통계 선택 학생(즉, 문/이과생) 간에 유불리는 표준점수 10점 내외를 상회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다. 2024학년도 수능에서 수학과목 선택자 간의 유불리는 한층 심화되었다. 수학 1등급 수험생 중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이 96.5%에 달하는 반면, 확률과 통계 응시자는 3.5%에 불과했고, 미적분 선택자와의 표준점수 격차가 11점이나 벌어졌다. 표준점수 1점으로도 지원한 대학의 합격/불합격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11점은 엄청나게 큰 변수가 된다. 참고로 통합수능 1년 차였던 2022학년에는 수학 1등급 수험생 중 미적분·기하 응시자 비율이 86.0%, 2023학년도 1등급 학생 중에는 81.4%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내놓은 수능 개편안은 바로 수능 출제에서 ‘심화수학’을 제외하는 것이다. 수능 범위에 수학의 주요 내용을 다루는 과목인 대수(현재의 수 1)·미적분Ⅰ(현재의 수 2;미분, 적분 파트를 포함한다)·확률과 통계를 출제하되, ‘심화수학’(미적분Ⅱ-현재의 미적분·기하)는 제외하게 된 것이다. 공대 등 이과 학계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있었으나, 교육부에서는 내년인 2025학년도부터 시행되는 고교학점제 수업을 통해 심화수학이 진행되므로 그 학습 결과를 대학이 평가할 수 있기에, 통합 수능 개편의 취지에 맞게 심화수학은 제외하는 것으로 확정 지었다.


그런데, 문제는 고등학교의 등급체계는 5등급제로 변하는데, 수능은 9등급 평가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며, 수능 과목이 주로 1학년 때 과목을 위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즉, 2028학년도의 신 수능체계는 고교학점제를 뒷받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퇴색하게 하는 구성인 것이다. 학부모인 내가 보아도 이런 문제점이 보이는데, 이번 2028 수능개편안은 과연 몇 년짜리가 될지 우려가 된다.


학부모의 마음으로 2028 수능개편안의 영향권 내에 있는 현재 고1학생과 학부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고교과정 및 대입체계가 바뀌게 된 배경을 차근차근 길게 짚어보았다. 수능체계가 바뀌게 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먼저 잘 이해하여야, 최적의 고교 선택을 할 수 있다.



* 수능일은 보통 매년 11월 3주 차 목요일로 정해진다. 현재 고 1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2028학년도 수능 날짜는 2027학년 11월 18일 목요일이다.


** 수능 : 공식 명칭은 '대학수학능력시험(大學修學能力試驗)'이며, '수능(修能)', '대수능(大修能)'이라고 줄여 부른다. 영어는 College Scholastic Ability Test, CSAT로 미국의 객관식 시험인 SAT가 그 원형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를 담당한다. 현재 대학입시를 객관식으로 출제하는 나라는 한국, 미국 외에 별로 없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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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은 얕아졌지만 담담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lungcancer

금 : 빛과 그림자의 언어, 습작노트 https://brunch.co.kr/brunchbook/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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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조처럼 일상단상  https://brunch.co.kr/brunchbook/s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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