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교육안, 특목고가 유리할까 (1)
"학원 설명회에서 고교학점제 때문에 특목고가 유리하대요. 그런데, 정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이제 정시가 중요하다는데, 아이를 어느 학교에 보내는 게 제일 좋을지 정말 고민이에요!"
"특목고 설명회는 다 예약해서 다니고 있거든요. 그런데 막상 우리 아이를 어느 특목고로 보내는 게 좋을까요?"
작년 7월, 지금은 고 1이 된 중 3 학생의 어머니들로부터 전화 연락이 쏟아졌다. 여름방학을 코 앞에 두고, 어느 고등학교로 진학할지 정해야 하는데, 갈피를 잡기 힘들다고 했다. 특히, 아이가 특목고에 진학하기로 했다면 몇 주 안 되는 짧은 여름방학 동안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작성해야 하니, 여유가 많지 않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었다.
관심 있는 학교의 입학설명회와 학원 설명회를 열심히 다니면서 고생했지만,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했다. 학부모들이 혼란스러웠던 이유는 교육부의 공식적인 입장과 입시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각기 달랐기 때문이다. 혹자는 2022 개정교육안으로 특목고가 일반고보다 더 유리할 것이라 하고, 혹자는 일반고가 더 낫다는 말을 하는데,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건지, 그리고 정작 어떤 이유 때문에 특목고가 더 유리한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올해 2025학년도부터 현재 고 1 아이들에게 먼저 적용된 2022 개정교육과정의 핵심은 고교학점제이며, 고 1 아이들이 대학에 가기 위해 치르게 될 3년 뒤의 2028학년도 수능의 핵심은 통합이다. 어떻게 바뀌는지 잘 알아야 제대로 대비할 수 있다. 지난겨울방학, 학원가에는 생기부 컨설팅과 2028학년도 수능을 위한 통합사회, 통합과학 수강으로 북새통을 이루었다고 한다.
우리 아이에게 특목고와 일반고 중 어느 유형이 유리한지, 그래서 어느 학교를 보내야 할지 결정하려면, 뒤바뀐 교육과정과 입시체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차근차근 알아보자.
2022 개정교육과정이 입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에 답하기 전에, 고교학점제에서 입시에 영향을 크게 줄 수 있는 세 가지 중요한 변화를 짚어 보자.
첫째, 고교 내신은 기존 9등급제를 5등급 제로 개편되고 과목별 절대평가(A~E)와 상대평가(1~5등급) 성적을 함께 기재한다.
둘째,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대부분의 과목들이 상대평가 대상이 된다.
(체육·예술·교양, 과학탐구실험, 융합 선택과목 중 사회·과학 9개만 절대평가)
셋째, 지식암기 위주 평가인 5지선다형을 가급적 지양하고, 사고력·문제해결력 평가를 위한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한다.
언뜻 생각하면 고교 5등급제로 변하면 아이들이 본인의 진로에 맞게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하여 수업의 질이 개선될 것만 같다. 게다가 성적 면에서도 등급 개수가 거의 반으로 줄기 때문에 등급 변별력이 약해진다. 예전보다 1등급을 받기 쉬워지니 내신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줄어들 것 같다.
특히 5지 선다 문제가 줄어들고 논술형 평가가 확대된다고 하니, '이제 한국 교육도 변화하는구나!'라고 기뻐할지도 모른다. 사회에 나가 필요 없는 주입식 수업과 전근대식 암기시험이 줄게 되면, 단순 암기력 위주의 내신공부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이니, 얼마나 좋은가! 이제는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이 중요해진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본인의 견해를 시험에서 마음껏 펼칠 것이다!
특히 소수가 선택하는 소인수 과목을 개설해 주는 학교라면 5등급제를 환영할 만하다. 소수 인원이 선택한 과목에서는 상위 4%의 1등급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상위 10%가 1등급인 경우에는 1등급 인원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져 등급 산출에도 유리하다.
문제는 5등급제의 변별력이 과연 있느냐이다. 등급제 비교 그래프를 보면, 9등급제는 중간에 5등급(20% 차지)을 중심으로 한 정규 분포인데, 신 5등급제에서는 3등급(32%)이 그 중심역할을 한다. 즉, 현재의 2등급은 9등급제의 4등급과 같은 의미란 뜻이다. 신 1등급의 비율은 10%로 늘어나 9등급제의 누적 11%를 차지하는 2등급과 비슷한 위치에 있다.
즉, 5등급제에서 "1등급 10%"는 일반고에서 서울권 주요 대학*을 갈 수 있는 실제 마지노선을 의미한다. 따라서 일반고에서 1등급대에 진입하지 못한다면, 서울 주요 대학에 합격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5등급제에서 "2등급 누적 34%"는 9등급제의 3등급과 4등급 중반까지 해당된다. 특목고 기준으로는 서울 주요 대학을 갈 수 있는 실제 마지노선이 될 것이다.
최근 3년 사이에 대학 입시에서 교과전형뿐 아니라 학종 전형의 등급컷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현재 고 2와 고 3 학생들의 성적 기준인 9등급제에서 '보통의 일반고'에서 내신 성적이 2등급 밑인 학생은 서울시 주요 15개 대학에 합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실 2등급대 후반이라면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상위권 학생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서울에 있는 주요 대학에 합격하기 쉽지 않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내용이 아주 뛰어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사실 대다수의 일반고에서는 학생들을 수시전형으로 서울에 있는 주요 대학에 합격시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보통의 특목고'에서도 서울 15개 주요 대학에 합격하려면 내신 성적이 4등급대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상대평가라는 본질은 그대로 유지한 반쪽짜리 고교학점제에서는 서울의 주요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학생수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학생들이 공부하기 더 힘들어진 부분은 바로 상대평가 과목이 대폭 확대되었다는 사실이다.
아래 표는 2028 입시부터 대학에 제공될 고교 과목별 성적 산출방식을 정리한 것이다. 보통교과 과목에서 1) 사회·과학 융합선택 과목은 원래 취지에 맞게 성취도로만 평가된다. 그리고 2) 원래 절대평가되던 4개 분야의 교과목-예체능, 교양, 과학실험은 그대로 성취도로 평가된다.
또한, 대학입시에서 대학에 제공되던 성적표의 '표준편차'가 평가정보에서 삭제된다는. 표준편차는 그동안 대학에서 서류 평가 시 학생의 학업역량과 학교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였는데, 평가에서 빠지게 됨으로써 지원자의 학업역량과 고교유형을 '쉽게' 파악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 표의 교과 분류를 전체 교과 과목이 모두 표시된 교과로 정리해 보면, 오히려 '현재보다 성적을 잘 받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든다. 아래 표는 금년부터 반영된 고교학점제 수강가능한 과목들이다. 첫 번째 표에는 주요 과목인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까지 다섯 개 교과군에 대한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이, 두 번째 표에는 그 외 다섯 개 교과군에 대한 과목들이 있다. 기초과목인 공통과목은 고 1 때 수강하는 과목들이다. 선택과목은 2, 3학년 때 듣는 과목으로 다시 주요 과목이라 할 수 있는 일반선택 과목과, 심화를 위한 진로선택 과목, 그리고 교과 융합 및 응용을 위한 융합 선택과목까지 네 그룹으로 나뉜다.
위 과목들은 시험과 관련하여 다시 네 개 집단으로 구분된다.
첫째 그룹은 살구색 상자에 묶인 과목들로, 2028학년도부터 수능에서 출제되는 과목이다. 문과생, 이과생 조건에 상관없이 모든 수험생이 동일하게 치르게 된다. 사회 및 과학은 1학년 때 듣는 공통과목에서 수능 문제가 출제되며, 국/영/수 주요 과목 및 제2 외국어/한문은 일반 선택과목으로 분류되어 주로 2학년 때 듣는 과목에서 수능 문제가 출제됨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이 과목들 모두 상대평가인 5등급제와 성취도 평가인 절대등급이 병기된다.
두 번째 그룹은 노란색으로 묶인 사회 및 과학 교과에 신설되는 융합선택 과목들이다. 과목명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의 실생활과 관련되고 현재 진행형인 이슈를 탐구해 해결방안을 고민해 보는 현실적이고 유용한 수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과목이 제대로 세팅되어 탐구 프로젝트와 토의가 주축이 되는 양질의 수업으로 자리 잡으면 좋겠다. 이들 과목은 수업 특성에 맞게 A/B/C/D/E의 '5단계' 절대등급으로만 평가된다.
세 번째 그룹은 회색으로 묶인 예체능 및 교양과목이며, 현재 9등급제에서도 동일하게 절대등급으로 평가되는 과목이다. A·B·C 3단계 또는 P여부로 성취도만 평가된다.
마지막 네 번째 그룹은 색깔로 묶이지 않은 하얀색의 나머지 모든 과목들이다. 공통과목부터 일반선택 과목, 진로선택 과목, 그리고 융합선택 과목에 걸쳐 상대등급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학생부에는 상대등급과 절대등급이 병기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상대등급 평가 대상 과목수가 이전보다 매우 증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진로선택 과목은 신설된 과목들이 많은데, 현재는 주로 3단계 성취도로만 가볍게 평가되던 과목들- 예를 들면 물 2, 화 2, 생 2, 지 2 - 이 이제는 모두 5등급 상대평가로 바뀌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정리하면,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 진로과목은 모두 상대평가 대상이 되며, 융합선택 과목 중에서도 노란색 박스의 사회/과학 융합선택 과목 이외에는 모두 상대평가를 받게 된다. 즉, 현재는 간단히 A·B·C 3단계의 절대등급으로 성취도만 평가되던 진로 관련 심화 과목들까지 모두 상대등급 평가의 대상이 되므로, 선택 학생이 소수인 과목들은 공통과목이나 일반선택 과목에 비해 좋은 등급을 받기가 힘들기 때문에 특히 등급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시험기간을 주의해야 한다. 비록 5등급 제 상대평가라 등급 변별력이 약해졌다고 해도, 상대평가 과목수가 현재보다 많이 증가하기 때문에, 내신공부를 계획적으로 하지 못한다면 포기하는 과목이 많이 생기는 등, 원했던 내신 평균 1등급대의 성적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일반고 평균 1등급대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서울 주요 대학 합격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은 고등학교 3년 동안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더 다양해지고 더 많아진 과목들을 잘 골라서, 최대한 1등급대를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해 공부해야 한다. 중학교 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많은 양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며, 비록 5등급제로 완화되었지만, 1등급을 받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성적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다면,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고교학점제 변화에 따른 유리한 학교 유형을 정리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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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직접 제작함.
제목 이미지는 pixabay.
자료 출처 : 9등급제와 5등급제 비교 그래프는 직접 제작함.
그 외 표는 교육부 보도자료(2023.12.27) 및 붙임자료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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