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교육안, 특목고가 유리할까 - 고교학점제의 비밀을 파헤치다
지난 편에서는 고교학점제에서 이해해야 할 교과편제를 중심으로 일반고와 특목고를 비교해 보았다.
이번 편에서는 고교학점제 변화가 의미하는 바를 상세히 알아보고, 유리한 학교 유형을 정리해 보겠다.
학생과 교사의 입장에서, 새로운 고교학점제에서 느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아이들이 치러야 할 수행과제의 양이 2배로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과목 담당 교사들이 정리해야 할 세특 글자수의 양 또한 2배로 증가했다는 의미이다.
공통과목의 수는 증가하지 않았다, 다만, 학기를 기준으로 하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맞게 과목이 학기별로 구분된다. 국어과목을 예를 들면, 기존의 고 2, 3학년 교육과정에서는 3년에 걸쳐 국어, 문학, 독서, 그리고 화법과 작문 또는 언어와 매체 중 택 1 하여 총 4개의 과목을 수강하게 된다. 그리고 4개의 각 과목당 500자의 교과세특이 기재된다.
그런데 현재 고등학교 1학년부터는 공통국어를 학기별로 구분하여 1, 2를 수강하고, 문학, 독서와 작문, 화법과 언어까지 총 5개 과목울 3년 동안
수강하게 된다.
따라서 국어 교과세특도 500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즉, 기존에는 1,2학기에 걸쳐 국어 한 과목을 듣고 1년에 500자의 교과세특을 채운다면, 현재 고 1부터는 공통국어 1,2 과목에 대해 한 학기당 500자, 총 1,000자의 교과세특을 채우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년에 마감하던 수행과제 제출도 한 학기에 한 번씩 마감하게 되며,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 자명하다.
국어뿐만 아니라 수학, 영어, 한국사, 사회, 과학, 과학실험까지 총 7개 과목에 대해 각 500자의 교과세특이 늘어나 총 3,500자에 해당하는 활동을 더 해야 하고, 이를 기록하게 된다. 아니, 3,500자의 글자를 더 채우기 위해 그만큼 더 많은 수행과제를 해내야만 한다.
고등학교에 관심 있는 부모들이라면, 그동안 주변에서 고등학생들이 수행과제를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고 새벽까지 보고서를 써왔는지 얘기를 들어왔을 것이다. 학기별로 과목이 구분되면서 늘어나게 된 세특 글자수를 채우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수행해야 할 과제의 양 또한 2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단순 계산이기 때문에, 현명한 선생님들이라면 적절하게 수행과제를 조정하여 2배까지 늘어나지 않게 할 것이다. 양보다는 질을 개선시키는 것이 더 나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과학 분야의 진로선택 과목이 증가하였다. 영어와 제2외국어 분야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특목고인 외고의 전문교과 반 이상을 흡수하여 일반고에서도 8개 외국어의 회화/문화 과목을 모두 개설할 수 있게 되었다. 일반고 학생들에게도 외국어에 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이제 일반고에서 원한다면 모든 외국어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이전 편 교과편제표 참조).
그런데, 현실적으로 고등학교의 재정상태와 교사진 수급 여부, 수업 교재 및 수업 준비 상황을 고려할 때, 일반고에서 실제로 신설할 수 있는 과목 수는 매우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고에서 예산을 할애하여 수준 있는 외국어 전문 교사를 추가로 채용하여 외국어 전문 수업을 개설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특목고 수업보다 차별화되거나 비슷한 수준을 구현해 낼 수 있을까? 또한 일반고에서 진로선택 과목, 즉 심화과목으로 외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이 소수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등급 평가에서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일반고에서는 이과 비중이 더 높은 편이다).
또한, 학생 수요조사를 통해 선택과목 개설 여부가 결정되므로, 실제 개설될 과목은 다수가 선택한 과목 위주로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 학교 교육과정 편제표에 이름이 올라간 과목들 중에는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개설되지 않는 과목들도 존재한다.
금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한 고 1 학생들이 고 2로 올라가는 내년부터는 새로운 수업이 개설될 것이다. 학교에서는 기존 교사 인력만으로 새로운 과목을 더 개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교사들의 행정처리는 이미 충분히 많다. 특히 국영수사과 주요 과목의 교사진은 수행과제 개발 및 세특 정리 업무가 2배 늘어나게 된 상황이다.
학교에서는 위에서 말한 여러 요건들을 고려하여 어떤 과목을 개설할지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수시 전형을 목표로 하는 학교라면, 어떻게 해야 다수 학생들의 진로와도 결이 맞으면서, 학교의 특색을 드러낼 과목을 구성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는 기존에 자사 특목고에서 주로 하던 고민이었지만,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반고도 변해야 한다. 이미 지역별로 이름이 거론되는 소위 갓반고 학교들은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제 여기에서 우리가 짚어야 할 점은 무엇일까?
'교과목 증가와 교과 세특 증가로 인해 어떤 학교가 입시에 더 유리해질 것인가'
교과세특을 성실하고 차별화되게 적어주는 선생님이 많은 학교가 2028 새로운 입시부터 더. 유.리.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선행되어야 한다. 1) 차별적인 수행과제 및 프로그램을 많이 보유하고, 2) 이를 선생님이 성실하게 세특 등에 녹여 작성해 주는 학교이다.
학교는 교육 전문가로 구성된 공무원 조직이다. 조직관리 관점에서 보자면, 조직 구성원인 교사는 조직의 리더인 학교장이 추구하는 목적에 맞게 움직이게 된다. 따라서 고교학점제에 대비해 수시전형에서 좋은 실적을 내는 학교의 특징을 살펴보면, 당연히 조직의 리더인 학교장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교과목 선택 및 구성과 학생의 공부에 많은 신경을 쓰며, 교사진은 수행과제 주제 및 프로그램 개발을 당면과제로 삼아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많은 아이들이 수시 전형으로 좋은 대학에 진학하길 바라는 고등학교라면, 교사진이 새롭고 차별화된 수행과제와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매년 관리한다.
자, 여러분이 보기에는 어떤 학교 유형이 2028학년도부터 바뀌는 입시체제에 유리할 것 같은가?
학교 유형별로 유불리를 정리해 보자.
특목고 학생들의 활동 수준이나 수행과제 수준은 높은 편이다. 비교과 활동 또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주제를 찾아 심화탐구를 하기 때문에 생기부의 경쟁력이 높다. 일반고 중에서 수시 실적이 좋은 갓반고도 위 두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 팀 프로젝트가 많기 때문에, 내 아이가 과제에 고민을 하지 않아도 같은 팀의 팀원이 좋은 주제를 가져와 팀을 이끌 경우 내 아이의 수행과제 수준이 확 올라갈 수 있다.
특목고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학생부 관리가 가능하다. 다만, 학교의 독특한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내용 변경 없이 매년 똑같은 주제로 과제를 주는 학교라면 한계가 있다. 무한경쟁의 입시대국의 위명에 걸맞게 우리나라는 학교도 지속적으로 변화해야 좋은 입시실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해 나가며, 우수한 생기부를 완성해 나간다.
그러나, 정시 위주의 자사고는 생기부 수준이 높지 않다.
의대와 같은 특정 진로를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학 진학의 문이 상당히 좁을 수 있다.
2025학년도 고입 경쟁률 결과를 보면, 강남 특구에 있는 정시형 자사고의 인기가 하락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또한, 정시 위주의 갓반고나 대부분의 일반고는 생기부의 세특 경쟁력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그동안 교과 세특 수준이 우수했다면 특목고 대비 유리한 점인 등급까지 더해, 학생부종합전형의 실적이 좋았어야 한다.
저자가 지금까지 보아온 일반고의 생기부는 특목고 생기부보다는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서울대에 수시로 2명 정도 합격해 왔더라도 수시 학종이 아니라 지균이라면, 그 학교 생기부의 질적 수준은 그리 높다고 보기 어렵다.
여러분은 아이의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위에서 알아본 조건 외에 또 무엇을 중요하게 보아야 할까?
여러분의 아이가 수시 전형으로 한 번에 대학에 입학하기를 바란다면,
- 당연히 아이 진로에 맞는 과목들이 많이 편제된 학교를 찾아야 한다. 이는 학교알리미 사이트에 공시된 교과편제표를 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개설되는 과목수는 교과편제표에 기재된 과목보다 적은 경우가 많으므로 학교에 연락해서 반드시 확인해 보자.
- 입결이 아니라 수시입결이 좋은 학교인지 확인하고 학교를 골라야 한다.
학교 입결이 우수하다고 해서 안심하고 보냈다가 뚜껑을 열어보니, 수시 실적은 별로이고 정시 합격이 많은 학교임을 뒤늦게 알고 후회하는 학부모들을 여럿 보아왔다. 사실 학부모들이 고등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한 번의 고사 성적 순으로 즐을 세워 보냈다. 즉, 지금의 정시 전형과 유사했다. 그래서 '입시 = 정시' 라는 공식을 가진 분들이 많다.
그런데, 현재의 입시체제에서 정시 합격자가 많다는 의미는 재수생 합자가격 많다는 의미이다. 이는 학교의 다양하고 차별화된 프로그램보다는 학교의 면학 분위기와, 학생과 학부모의 추가적인 노력이 입시에 영향을 준 경우로 보는 것이 맞다.
향후 변화가 될 교육정책을 하나 더 소개한다. 교육부가 2019년 발표한 대입공정성 강화방안은 우리나라 교육을 후퇴시켰다고 평가받는다. 그 당시 수능 비중을 30% 내외로 유지했던 서울 주요 16개 대학은 수능 비중을 40%대까지 늘려야만 했고, 학종 비중은 줄여야 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졌다. 정부의 기대와 반대로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했고, 정시 합격생들이 N수 등으로 휴학하면서 대학교의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수업의 질이 하락되었으며, 학교 운영 예산에도 차질이 생겼다.
다행히도,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과 함께, 현재 고 1이 대학에 입학할 2028학년도에는 수능 비중이 원래 30%로 감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교육부의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으로 고교학점제를 반영하는 대다수의 대학들은 정시 비중을 40%에서 30%까지 완화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대에서는 정시 확대 이후 합격생의 지역 및 고교 편중이 심화되고, 전공 충실도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정시 입학생의 중도 탈락률 증가로 학사 운영의 안정성이 저해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2028학년도부터 정시에서 교과비중을 현재의 20%에서 40%까지 올리기로 했다. 서울대의 변화는 다른 대학교에게도 영향을 주게 되므로,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기조를 가져갈 것이라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수능 성적이 좋더라도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지 않은 학생들은 수능 성적만으로 명문대에 합격하기 어려워진다.
서울대의 변화에 따라, 서울 주요 대학들도 2027학년도 대입부터 수시 학종 비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Y대학에서 정시 30% 조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준비 중이다. 따라서, 학생부 관리의 중요성은 오히려 증가하였다. 이제 대학별 서류 평가 변화에 맞춰 학생부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여러분의 아이가 입학할 고등학교를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볼 것들은 다음과 같다.
✔ 관심 가는 후보 고등학교에서 교과 세특을 얼마나 우수하게 기록해 주는지 알아본다
- 학교 설명회에 참석해 수시 입결을 확인해 보고 질문해 보자.
수시로 대학을 많이 보내는 학교들은 정시 위주로 보내는 학교에 비해, 학생부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아이들의 수행 및 탐구활동을 잘 관리해 주는 학교이다.
- 그 학교 어머니들에게 입결만 질문할 것이 아니라, 수시 성적과 학생부 세특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질문해 보자.
✔ 학교별 생기부 작성 특성을 알아본다
- 교과목별로 500자를 꽉꽉 채워주는 성의와 정성을 가진 선생님들이 많은 학교인지
- 몇 줄만 성의 없이 적어주는 선생님이 있는 학교는 아닌지,
- 학생이 열정과 우수성을 갖추고 있다는 칭찬을 적어주는 학교인지
- 학생들의 탐구활동을 나열만 하는 학교는 아닌지 알아보자.
✔ 수시 합격을 위한 세 가지 요소를 기억하자
1) 아이의 내신 등급과 원점수,
2) 진로와 관련된 교과목 이수 현황,
3) 교과 세특의 수준
에 따라 수시 전형,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의 성패가 갈린다.
이 세 가지 요소의 합이 잘 맞을 때, 아이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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