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연극제 서평 ep.8
글 김요르고스
사진 이철승
한 자리에 모여
무대에 오르는 이상한 세상 이야기
본 시리즈는 2021년 6월 24일부터 6월 26일까지 대학로에서 열린 오프라인 매드연극제의 10편의 연극 공연의 정보와 감상을 전합니다.
이 글을 읽고 마음이 움직이신다면 2021년 8월 13일부터 8월 15일 온라인 무대에 오르는 아름답지만 이상한 세상 이야기를 제1회 온라인 매드연극제에서 만나주세요.
2021년 8월 14일 16:00
제가 아주 어렸을 때, 그러니까 갓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의 일입니다. 반 배정을 받는 날 저는 어머니 손을 잡고 학교에 처음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학교 운동장에서 입학 설명을 듣고 있는 도중에 제가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어대는 통에 어머니가 상당히 난감해 하셨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랬는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가정의 울타리와 부모의 품을 벗어나 낯선 세상과 사람들 사이에 홀로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 때문은 아니었을까 추측해봅니다.
오늘날 학교는 거의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에게 있어 사회 생활의 첫 관문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동들은 학교 생활을 통해 본격적으로 가족 외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한편, 사회의 생태를 간접적으로 경험합니다. 학교에서 맺어진 인맥이 어른이 된 후 사회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또한 학교는 주류 사회의 원리나 지배적 가치를 습득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달리 보면 학교는 어른들 세계의 축소판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학교 사회에는 어른들 세계의 어두운 이면도 반영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른바 청소년 비행, 학교 폭력, 가출, 자살, 학생들 사이의 서열화 등의 사례들은 예민하고 취약한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아주 가끔씩 자연스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른들 세계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모순과 맥이 닿아있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힘듭니다.
낭독극 <십팔춘기>는 청소년 가출 및 자살 문제를 당사자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접근합니다. 극중에서 청소년들이 고통과 트라우마를 겪는 경위는 당연합니다. 과도한 학벌 위주 교육으로 인한 부담, 왕따, 학교 폭력, 국내 연예 산업의 문제점들. 따지고 보면 우리 어른들 중 적지않은 이들이 겪는 아픔과
우리의 사회의 모순과 맥이 닿아있지 않습니까?
학생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서열화와 왕따, 학교폭력 문제는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른 계급화, 양극화로 야기되는 소외와 배제, 차별과 연동되어 있습니다. 학교 사회의 과도한 학벌주의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문화와 공동체를 잠식시켜온 무한경쟁 이데올로기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우리 어른들 사이에서 소외되고 배제되는 어른들이 양산되는 것처럼,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따돌림당하고 기피되는 청소년들이 양산되는 것입니다.
연극은 어른 상담사의 시각에서 출발하지만, 아파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로 진행되고 마무리됩니다. 또한 자칫하면 ‘불쌍한’ 피해자로, 수동적인 대상으로만 관객들에게 비춰지기 쉬운 청소년 당사자들을 주체로 내세우면서 캐릭터성을 살리는 동시에 관객들과의 공감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심각하고 어둡게만 흘러가기 쉬운 극의 흐름을 잘 이끌어간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 연극을 보시는 아파하는 어른들, 청소년들 모두 이 연극을 통해 작게나마 마음의 활력을 얻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