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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Mar 24. 2019

추워요? 밖은 30도가 넘는데

7박 9일 여행의 시작

  항공권 예약, 외항사 이용, 숙소 정하기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직접 준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시간과 돈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살기로 다짐하긴 했지만 마음 편히 직항을 이용하기엔 금액이 너무 비쌌다. 아낄 수 있는 부분에서 아끼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런던으로 가는 여러 항공사와 경유지, 금액 등을 수없이 비교해가며 고민한 끝에 우리는 ‘에미레이트 항공’을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가 타야 할 비행기는 인천 국제공항을 출발해 두바이를 경유, 런던으로 가는 밤 비행기였다. 


두근두근, 탑승시간을 기다리며-


  기다리던 출국날! 밤 11시 30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배게 냄새만 맡아도 곯아떨어지는 나에게도 앉은 채로 잠을 자는 건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야말로 고된 버티기의 시작이나 다름없었다. 처음엔 시차 적응을 하겠다고 비행기에 타자마자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은근히 기내 온도가 낮아 잠이 쉽게 오지 않았다(나중에 알고 보니 대부분 밤 비행기 기내 온도는 낮은 편이라고.)


  옆에 앉은 남편은 비행기가 뜨고 난 후부터 계속해서 ‘춥다’고 했다. 웬만해선 추위를 타지 않는 남편인데. 그러고 보니 긴 셔츠를 입고 있던 나와 달리 남편은 겨우 반소매 티셔츠 한 장만 입고 있었다. 지난 첫 유럽여행 때는 겨울이라 옷을 잔뜩 입고 있어서 기내가 이렇게 추우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맙소사. 


  좌석마다 비치되어 있던 담요 한 장으로 긴 비행시간을 견디기엔 아무래도 남편은 힘들 것 같았다. 혹시라도 여분의 담요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승무원에게 혹시 담요를 한 장 더 얻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만석이라 여유분이 없다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 


  ‘추울 텐데 어쩌지...’ 


  어쩔 수 없이 남편은 온몸을 담요로 덮고 얼굴만 빼꼼 내민 채, 경유지인 두바이까지 오들오들 떨면서 가야 했다.


추운 기내에서 맛본 식사는 사실, 그럭저럭이었다.




  두 번인가 세 번인가의 기내식을 먹으며 담요와 거의 혼연일체가 된 상태로 9시간을 보낸 후인 새벽 4시 반, 경유지인 두바이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대기해야 하는 시간은 3시간 반. 


  “아무래도 긴 셔츠든 외투든 뭐라도 사 입어야겠어.” 


  환승 통로를 나오자마자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추위도 추위지만 혹시 이러다 자신이 감기라도 걸려 앞으로 있을 여행에 지장이 생길까 봐 서두르는 말투였다. 우리는 우선 공항 내 면세점 ‘패션’ 코너로 향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온통 평소에 잘 사 입지 않는(살 수도 없는) 브랜드들뿐이었다. 그나마 가장 무난해 보였던 라코스테 매장은 옷들이 전부 특대형 사이즈뿐이라 남편에게 맞지 않았다. 무슨 옷들이 왜 이렇게 크냐며 한숨을 쉬며 매장을 나와 또 다른 매장을 돌아다니던 중, 우연히 ‘50% SALE’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폴스미스 매장을 발견했다. 우리 수준에 폴스미스 브랜드는 분명 명품이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 매장 안에 들어가 맞는 옷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다행히 사이즈도 색상도 무난한 재킷이 보였다. 남편이 입어보니 사이즈도 어쩜 딱 맞았다. 자, 그럼 이제 문제는 가격. 슬쩍 옷에 달려있는 가격표를 확인해보니 우리나라 돈으로 약 20만 원 정도. 우리에겐 다소 비싼 금액이었지만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좋다! 구매!”


  계획에 없던 지출이어서 난감했지만, 사실 남편은 은근히 좋아하고 있었다(아.. 남편의 큰 그림인가?). 우리는 옷을 들고 그대로 계산대로 향했다. 주변을 스쳐 가는 공항 내 모든 사람은 반소매 혹은 민소매 티셔츠 차림이었지만, 제법 두툼한 재킷을 사는 우리나 그걸 계산하는 점원이나 괜히 서로 민망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냥 빨리 계산하고 얼른 매장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에게서 옷을 건네받은 점원은 택을 확인하더니, 


  “You are lucky!”


  라며 기본 50% 할인에서 마지막 하나 남은 상품이라 20% 추가 할인이 되었다는 말과 함께 ‘엄지 척’을 해주는 게 아닌가! 이 새벽에 무엇보다 더운 이 나라에서 도대체 누가 이런 두툼한 재킷을 사겠냐만 어쩐지 이 옷은 원래부터 남편 옷이었던 것만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원래의 가격보다 무려 70%나 할인된 금액으로 재킷을 살 수 있었다. 


  옷을 쇼핑백에 담아주려는 점원에게 


  "어차피 바로 입을 거니 쇼핑백 없이 그냥 주세요."


  라고 말했더니, 의아하다는 듯 점원은 웃으며 우리에게 답했다. 


  “추워요? 밖은 30도가 넘는데요.” 


  아, 맞다. 여기 두바이였지. 그제야 이곳이 두바이임을 실감했다. 


갑자기 득템(?)한 남편. 




  내내 걱정했던 문제가 해결되니 긴장이 풀렸는지 피곤함에 잠이 몰려왔다. 우리는 공항 내 COSTA 커피숍에 앉아 커피와 도넛으로 몽롱한 정신을 붙잡았다. 3시간이 넘는 긴 대기 시간 동안 우리는 두바이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아침을 맞았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탑승 시간이 다가왔고 우리는 두바이에서 다시 7시간을 날아간 끝에, 드디어 런던에 도착했다.


낯선 나라, 두바이에서 맞이한 아침.





7박 9일간 세 도시를 여행하며 기록한

저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직접 쓰고 디자인한 책이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애착이 많이 가는데요.


온라인으로 담아낼 수 없는 다양한 구성은

지면으로도 한 번 만나보세요 :)


앞으로의 연재 글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69479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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