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의 로망, 그리고 현실 속으로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런던에서 6일 동안 묵을 숙소를 정하는 것이었다. 언젠가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문구의 에어비앤비 광고를 보고 기회가 되면 꼭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정해보리라 늘 마음먹었었는데 그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여행은 살아보는 것’이라는 문장만 봐도 벌써 여행의 설렘을 가져오는 듯했다.
숙소를 검색하기에 앞서 나는 작년에 처음 런던을 여행했을 때 묵었던 ‘사우스 켄싱턴’ 지역을 떠올렸다. 그곳은 깨끗하고 조용했다. 게다가 공항에서 피카딜리 라인 튜브로 한 번에 가기 편했던 곳이라 기억에 많이 남아 있었다. 나는 에어비앤비 웹사이트에서 숙소 검색 범위를 ‘켄싱턴 지역’으로 한정해 놓은 다음 머릿속으로 짜 놓은 예산과 기준을 생각해가며 그 지역의 숙소들을 하나둘씩 훑었다.
1. 셀프 체크인이 가능한 곳
집주인을 만나 열쇠를 건네받아야 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사실 외국인과의 대화가 두려웠다.
2.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
묵직한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기란….
3. 예산은 5박 기준 100만 원 미만일 것(가장 중요★)
런던의 숙소는 생각보다 비싸다.
며칠 내내 검색해가며 비교한 끝에 수많은 선택지 중 3가지 모두를 만족하는 숙소를 겨우 찾아냈다. 좀 더 정확히는 3가지를 모두 절충해서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숙소를 정한 셈이다.
숙소를 예약하기 위해서는 호스트 그러니까 숙소를 에어비앤비에 등록해 놓은 숙소 주인의 승인이 있어야 했다. 예약하고자 하는 숙소의 숙소 이용규칙 확인과 결제 정보, 그리고 호스트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함께 ‘예약요청’을 보내면 대부분은 별문제 없이 승인된다.
하지만 인증 과정에서 때에 따라 예약이 거절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는 글을 웹서핑 중에 읽었던 게 불현듯 기억났다. 한참 검색해서 겨우 찾은 숙소인데 혹시나 예약을 거절하면 어쩌나 싶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최대한 친절하고 명확하게 내 의사를 전달해 승인을 얻을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소개된 숙소 내부 사진에서 우리 집에 있는 테이블과 같은 테이블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떻게 하면 예약 승인을 받을 수 있을까 하고 고민에 빠졌던 나는 어설픈 영어 문장으로 호스트에게 예약요청을 보냈다.
우리 집에도 당신 집에 있는 테이블과 같은 것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왠지 우리 집처럼 편안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가능하다면 꼭 당신의 집에 머물고 싶어요. 가능할까요?
다소 엉뚱한 논리였지만 호스트인 마이클은 의외로 몇 가지 형식적인 질문만 하고는 곧바로 나의 예약요청을 승인해주었다.
휴,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제 숙소에 가서 에어비앤비 광고에 나왔던 것처럼 그곳에 가서 살아보는 일만 남았다!
매일 아침 창밖을 바라보며 모닝커피를 마시며 여행의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현지 마트에서 사 온 재료들로 저녁을 준비하고 남편과 함께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
광고에 비쳤던 모습이 조만간 우리에게 펼쳐질 거란 생각에 들뜬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예약한 것은 순전히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문장 때문이었다. ‘런더너’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우습긴 했지만, 그토록 바라던 런던에 그것도 일주일 가까이 지낼 수 있게 되었는데 적어도 일주일만큼은 런더너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특히 ‘런더너의 아침’. 매일 아침 아담한 주방에서 복닥복닥 요리하여 만든 아침을 먹고 창밖 런던의 풍경을 감상하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모습은 적어도 내가 상상하는 런던에서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매일 아침 요리를 하겠다는 건 정말 대단히 큰 오산이었다. 집에서도 잘하지 않는 요리를 머나먼 타지에서, 그것도 여행 중에 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무모했다. 부지런함과 요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결정적인 사실은 우리는 평소에도 아침을 잘 챙겨 먹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마트는 숙소에서 불과 2분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내가 굳이 요리하지 않아도 될 만큼 훌륭한 반조리 식품이 매일매일 나를 유혹했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에 머무르는 동안 유일하게 불을 쓰고 기름을 두른 요리라고는… 요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스크램블드에그’가 전부였다.
그런 면에서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광고 카피는 정말 잘 만든 카피가 아닌가 싶다.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잠시 잊어버릴 만큼 내가 그 문구에 홀랑 홀려버렸으니 말이다.
에어비앤비에 숙소를 정하고 여행하는 대부분의 여행자처럼 직접 요리를 해서 근사한 식사를 한다거나, 창밖으로 보이는 런던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신다거나 하는 등의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여유는 나에게 없었다(심지어 창밖 풍경은 건물로 온통 막혀있었다.).
여행의 피곤함을 유일하게 달래줄 수 있는 건 따끈한 라면 국물이었고, 커피는 숙소에서 마시는 것보다 카페에서 사 마시는 게 훨씬 더 간편하고 맛있었다. 여행 중 ‘요리’란 사실 나에게는 엄청난 사치였다.
광고에서 보았던 문구 그대로를 나의 여행에 완벽하게 녹여내려면 얼마나 더 많은 여행을 해야 할까? 5번? 아니면 10번? 어쩌면 ‘살아보는 여행’이라는 말은 나에게 욕심이 아닐는지.
초보 여행자에게 에어비앤비란
사실 생각보다 힘들고 고된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이번 여행에서 몸소 경험했어요.
내 집과 같은 편안함은 느낄 수도 있지만
편리한 호텔의 서비스가 그립기도 했다랄까요?
하지만 언젠가 다시 여행할 기회가 찾아온다면
에어비앤비를 들여다보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런던에서 머물렀던 에어비앤비 숙소에 비하면
암스테르담에서 머물렀던 숙소는
아기자기하고 깨끗한 호텔이었는데요!
책을 통해 자세하게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 :)
이번 주도 여전히,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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